단말기 완전자급제 도입을 둘러싸고 국회, 이동통신서비스사업자, 유통업계 간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통신비 인하를 목적으로 추진된 단말기 자급제가 당초 의도와 달리 논란만 키우고 있는 것이다.
전국 휴대폰 유통점이 이동통신사의 단말기 완전자급제 도입은 통신비 인하가 아니라 유통점 말살이라고 주장하며 집단행동에 들어갔다. 대리점과 판매점을 망라하는 이통 유통 관련 3개 단체는 이통사 앞에서 대규모 집회를 예고해 놓은 상태다.
이에 대해 이통사는 자신들이 단말기 완전자급제 추진 주체로 지목되는 것은 억울하고 이해할 수 없다고 항변한다. 단말기 완전자급제 도입은 국회·시민단체·학계 등 의견 수렴 과정이 있었고 그 의견이 반영돼 도입 여부가 결정되는 것이란 주장이다. 추진 주체가 이통사가 아니라 국회와 정부라는 입장이다.
사실 단말기 완전자급제는 올해 초 이해당사자와 시민단체 등이 참여한 가계통신비 정책협의회에서 법률로 강제할 사안이 아니라는 쪽으로 방향이 잡혔다. 그러나 가계통신비 문제가 거듭 제기되면서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단말기 완전자급제가 또다시 거론되자 예상한 부작용이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단말기 완전자급제 도입이 통신비 인하로 이어질 것이라는 기대 자체에 의문을 제기하기도 한다. 이통사가 아끼게 될 보조금 재원이 모두 통신비 인하에 사용될 수 있는 구조가 아니다. 또 이미 시장에서는 제조사 자급 단말기 출시가 늘고 있는 추세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인위의 법률 강제는 부작용만 낳을 뿐 실효성이 크지 않다는 주장이다.
단말기 완전자금제 논의가 재점화한 곳은 국회다. 국정감사에서 일부 의원들이 강하게 주문했다. 정부가 국회발 주장을 거스르긴 쉽지 않다. 그러나 도입 효과는 분명치 않고 피해는 확실한 정책을 성급하게 추진해선 안 된다. 천천히 유통망을 줄이면서 자급제 보급률은 늘리는 '점진론'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정책 당사자인 정부가 중심을 잡고 단말기 완전자급제가 정착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면서 연착륙을 끌어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