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통신사 요금이 알뜰폰보다 저렴한 기현상으로 알뜰폰 이탈이 가속화되고 있다. 이통사가 저렴한 요금제를 출시한 이후 알뜰폰에 도매로 제공하지 않아 발생한 결과다.
이통사 도매제공의무를 규정한 전기통신사업법 조항 해석을 둘러싸고 격론이 예상된다.
SK텔레콤 T플랜 스몰 요금제는 데이터 1.2GB를 3만3000원에 제공하는 반면, 알뜰폰은 동일한 용량의 데이터를 3만9600원에 제공한다.
이통사가 출시한 요금제를 그대로 할인 판매하는 알뜰폰 구조상 나타날 수 없는 현상이다.
이는 이통사가 기존보다 저렴한 요금제를 출시하고 이를 알뜰폰에 도매제공하지 않은 결과다.
SK텔레콤은 7월 출시한 데이터요금제 'T플랜'을 알뜰폰에 도매제공하지 않고 있다.
알뜰폰은 자체 이동통신망 없이 이통사로부터 망을 빌려 사업하는 형태로 이통사가 도매제공을 하지 않으면 요금제를 출시할 수 없다.
가격 역전은 알뜰폰 가입자 이탈을 부추겼다. 알뜰폰은 5월부터 5개월 연속 가입자가 7만8000명 줄었다.
SK텔레콤에 앞서 KT·LG유플러스가 데이터요금제를 출시하고 이를 알뜰폰에 도매제공하지 않은 시점과 일치한다.
이통사가 새로운 요금제를 도매로 제공하지 않는 것은 전기통신사업법 해석에 따른 것이다.
전기통신사업법 제38조2항에 따른 '도매제공 고시'는 의무제공사업자인 SK텔레콤은 2G와 3G, 4G 음성·데이터·문자서비스를 알뜰폰에 의무 제공해야 한다고 규정했다.
알뜰폰은 모든 신규 서비스를 도매제공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반면, 이통사는 선택권이 있다는 입장이다.
이통사는 신규 요금제를 개발하는데 들어간 노력과 전산개발 기간 등을 고려할 때 모든 신규요금제를 알뜰폰에 모두 제공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도매제공을 강제할 권한이 정부에 없다며 한 발 물러섰다.
하지만 전기통신사업법이 도매제공을 의무화한 취지가 경쟁 촉진에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정부에 주어진 권한을 활용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동통신 시장 경쟁 촉진 카드로 알뜰폰이 유효하다면 경쟁이 가능한 최소 환경을 만들어줘야 한다는 것이다.
알뜰폰 관계자는 “알뜰폰은 이통사와 경쟁이 불가능하다”면서 “새로운 요금제도 도매제공을 의무화하는 제도 정비가 시급하다”고 말했다.
이통사·알뜰폰 가격 역전현상
김용주 통신방송 전문기자 kyj@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