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SAP發, DBMS·ERP 시장 지각변동 시작되나

ⓒ게티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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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P가 타 데이터베이스관리시스템(DBMS)기반 전사자원관리(ERP)판매를 2025년부터 중단한다. 2025년부터 SAP ERP 제품을 구매하는 고객은 기존 DBMS를 버리고 SAP DBMS 하나(HANA) 기반으로 ERP를 구축해야 한다. 기존 DBMS를 버리지 않으면 다른 ERP 제품을 선택해야 한다. 고객사는 갈림길에 섰다. 지원종료까지 6년가량 남았지만 도입 준비 시기 등을 고려했을 때 내년부터 논의가 본격화될 전망이다.

◇SAP, ERP 넘어 DBMS까지 시장 장악 시동거나

SAP가 타 DB 기반 신제품 출시 중단을 선언한 것은 3년 전이다. 2015년 SAP는 23년 만에 새로운 EPR 제품 'SAP 비즈니스 스위트4 SAP 하나(SAP S/4 하나)'를 출시했다. SAP S/4 하나는 SAP DBMS(인메모리 기반) 하나 플랫폼에 ERP를 최적화한 제품이다. SAP가 'SAP R3' 제품 출시 23년 만에 내놨다.

SAP는 신제품 출시와 함께 파격 전략을 발표했다. 신제품은 SAP DBMS에서만 구동 가능하다. 오라클, 마이크로소프트, IBM 등 타 DBMS에서 구동을 지원하지 않는다. 기존 타 DB에서 구동되는 R3 지원을 종료하는 것은 아니다.

SAP는 이미 수년전부터 탈(脫)오라클 전략을 준비했다. 그동안 SAP ERP는 대부분 오라클 DB에서 구동됐다. 1990년대까지 SAP와 오라클 간 협력은 끈끈했다. 양사가 함께 ERP와 DB 제품을 판매했다. 2000년대 이후 양사 간 협력은 금이 가기 시작했다. SAP는 자체 DBMS 하나를 출시했고, 오라클도 SAP에 대항하는 ERP를 제품을 출시했다.

SAP가 2025년 이후 신규 제품에 타사 DB 지원을 중단하면서 가장 타격을 입는 기업은 오라클이다. SAP는 오라클이 차지하던 ERP DB 시장을 확보, 하나 DB 영향력을 확대한다는 전략이다.

SAP 파트너사 관계자는 “최근 1∼2년 사이 SAP가 국내서 SAP S/4 하나 판매 마케팅과 영업을 강화한다”면서 “최근 SAP ERP 업그레이드를 고민하는 기업 상당수가 타 ERP 대신 SAP S/4 하나를 택하고 있어 내년에도 비슷한 분위기가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SAP냐 오라클이냐 갈림길에 선 SAP 고객…기업 경쟁도 치열

SAP 고객사는 갈림길에 섰다. 국내 주요 대기업과 대형 공공이 SAP 고객사다. 삼성전자를 비롯해 SK, KT, 롯데, 현대기아차 등 주요 기업에 SAP ERP를 도입했다. 한국전력을 비롯해 남동발전, 서부발전 등 주요 에너지 공기업도 SAP ERP를 사용한다.

대부분 기업이 SAP S/4 하나 이전 버전인 R3를 도입했다. 2025년이 되면 도입한 지 10년 이상이 된다. 교체가 불가피하다. SAP 신규 제품 도입을 결정하면 오라클 등 기존 사용하던 DBMS 시스템을 이전해야 한다. SAP ERP를 도입한 고객 대부분이 수만명에 달하는 직원을 보유한 대기업이다. ERP DB 이전이 쉽지 않다. 최소 1∼2년 이상 기간이 필요하다. 종료 시점이 2025년임을 감안할 때 내년 혹은 내후년부터 결정 후 이전 작업을 시작해야 한다. 삼성전자가 타 기업에 비해 먼저 시스템 전환을 시작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삼성그룹은 2011년 일류화 프로젝트를 시작, 삼성전자뿐 아니라 전사에 SAP ERP를 도입했다. 사업 준비부터 구축 완료까지 3년 이상 소요됐다.

지각변동 속 국내외 기업 경쟁 치열해질 전망이다. SAP ERP 대신 타 ERP 도입 결정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최근 국내 기업이 ERP 시장에 적극적이다. 그동안 토종 업체는 중견과 중소기업 시장을 공략했다. 더존비즈온, 영림원소프트랩 등 토종 기업은 중견·중소 시장에서 입지를 다졌다. 최근 서비스형소프트웨어(SaaS) 서비스를 출시, 클라우드 ERP 시장에서도 좋은 반응을 얻는다. 여기에 최근 LG CNS가 합류했다. LG CNS는 대기업용 ERP를 자체 개발, SAP 등 외산 ERP와 경쟁을 본격화했다.

국내 기업뿐 아니라 클라우드 ERP 업계도 적극적이다. 세계 1위 SaaS ERP 기업 세일즈포스닷컴을 비롯해 인사관리 전문 SaaS 기업 워크데이도 국내 사업을 강화한다. 워크데이는 최근 삼성전자에 시스템 구축을 완료, 타 대기업도 도입을 고민한다.

업계 관계자는 “ERP나 DBMS에 클라우드, 인공지능(AI) 등 최신 기술이 접목되면서 예전보다 빠르고 정확한 데이터 분석, 인사이트를 제공하는 분위기”라면서 “기업이 디지털트랜스포메이션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업그레이드나 새로운 제품 도입을 위해 다양한 대안을 고민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지선 SW 전문기자 rive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