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남기 경제부총리 후보자를 중심으로 구성될 문재인 정부 '2기 경제팀'의 어깨가 무겁다. 투자·생산 부진으로 경기는 하강 국면에 진입했고, 일자리 상황은 최악으로 치달았기 때문이다.
국민은 정부가 하루 빨리 가시적 성과를 내길 기대하고 있다. 문 대통령 취임 후 1년 반이 지난 만큼 “경제체질 개선 기반을 닦고 있다”는 변명은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는 의미다.
2기 경제팀 목표는 세 가지로 압축된다. △3%대 성장률 회복 △핵심 규제 혁신을 통한 기업 기 살리기 △20만명대 취업자 증가폭 회복이다. 업계는 목표 달성을 위해 정부가 민간과 더욱 적극 소통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우울한 경제…3% 성장률, 20만명대 취업자 증가폭 회복이 과제
2기 경제팀의 최우선 과제는 경기 둔화 지속을 막는 것이다. 수치로는 경제성장률 3%대 회복이 숙제다. 그러나 올해 2.7% 전후 수준 성장률이 내년엔 더 떨어질 것이란 관측이 많아 결코 만만치 않은 목표라는 분석이다.
최근 경제지표를 살펴보면 국내 기업 활력이 크게 떨어져 있음을 알 수 있다.
지난 7~8월 미약한 증가세를 보였던 전체 산업생산은 9월 감소로 전환(전월비 〃1.3%)했다. 설비투자는 7개월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하다 9월 겨우 증가로 전환(2.9%)했다. 그러나 SK하이닉스 청주공장 준공 등에 따른 '일시적 현상'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해당 월에 시행된 건설투자를 의미하는 건설기성은 8~9월 2개월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내년이 더 문제다. 국내외 기관은 대부분 올해보다 내년 성장률이 낮을 것으로 보고 있다.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은 “2019년에는 내수 경기가 둔화되고 수출 증가세도 점차 완만해질 것”이라며 “올해 전망치 2.7%보다 소폭 낮은 2.6%의 성장률을 기록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올해와 내년 2%대 성장에 머문다면 '저성장 고착화' 지적을 피할 수 없다. 지난해 3년 만에 3%대 성장률을 회복했기 때문에 아쉬움이 더욱 크다.
문재인 대통령도 최근 국회 시정연설에서 우려를 언급하며 재정 역할을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여러해 전부터 시작된 2%대 저성장이 고착화될 가능성이 높다”며 “적극적인 재정운용을 통해 경기 둔화 위험에 선제적으로 대비하고 일자리, 양극화, 저출산, 고령화 같은 구조적 문제에 본격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일자리 부문에선 월평균 취업자 증가폭 20만명대 회복이 과제다. 1기 경제팀을 이끈 김동연 경제부총리는 “올해 취업자가 20만명 이상 늘면 광화문에서 춤이라도 추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만큼 올해는 물론 내년도 달성이 만만치 않은 과제다.
지난해 취업자 수 증가폭은 32만명을 기록했다. 그러나 올해는 절반 수준에도 크게 못미칠 전망이다. KDI는 올해 7만명을, 내년엔 이보다 소폭 개선된 10만명 내외를 예상했다. 20만명대는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본 셈이다.
◇열쇠는 기업에…“대화 늘리고 규제 풀어야”
해결책은 결국 기업에 있다는 게 업계 공통 지적이다.
기업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한 방안으로 핵심 규제 완화가 꼽힌다. 사업을 가로막는 각종 규제를 과감하게 풀어 투자를 유도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1기 경제팀도 규제혁신을 혁신성장 주요 수단으로 삼았다. 기획재정부에 혁신성장본부를 설치, 현장규제 완화에 힘을 쏟았다. 그러나 정작 중요한 규제는 풀지 못하고 비교적 작은 사안만 건드리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규제혁신이 생각만큼 쉽지가 않다”며 “각종 이해관계, 특혜로 오해할 소지에 대한 우려 등으로 규제를 갖고 있는 각 부처가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도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정부에 규제개혁 리스트를 제출한 것만 39번이다. 기업이 일을 벌이도록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 어디다 하소연해야 하냐”고 고충을 토로하기도 했다.
업계는 개별 정부 부처가 아닌 청와대 등 실질적 지휘권이 있는 곳이 직접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개별 부처에 맡겨두면 역대 정부의 실수를 반복할 뿐이라는 지적이다.
한 경제연구소 관계자는 “문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규제혁신을 최우선 과제로 추진해야 한다”며 “그렇지 않으면 실질적 성과를 내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와 기업 간 대화가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문재인 정부 3대 경제정책 가운데 하나인 '공정경제'에 얽매여 대기업과 소통·협력이 크게 줄었다는 평가다. 지난 8월 김 부총리가 삼성전자를 방문할 때 청와대와 이견으로 삼성이 투자계획 발표를 미룬 해프닝이 대표 사례로 꼽힌다.
재계 한 관계자는 “현 정부는 기업과 대화가 너무 부족해보인다”면서 “대기업을 개혁이 아닌 협력 대상으로 인식을 바꿀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유선일 경제정책 기자 ysi@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