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기관이 소프트웨어(SW) 저작권 관리를 소홀히 해 민간 시장에 혼란을 부추겼다. 공공 발주 SW 저작권 소유와 관리에 주의가 요구된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행정안전부 산하 국가기록원이 SW 소스코드를 외부에 제공, 이를 발단으로 SW 개발 참여 업체와 후발 주자 간 민사 소송이 벌어졌다.
사건은 2010년 국가기록원(이하 기록원)이 대용량 기록물전송 솔루션을 개발하며 시작됐다. 기록원은 KCC정보통신을 주 사업자로 선정, 대용량 파일 송수신이 가능한 솔루션을 개발했다. 주 사업자는 A업체에 SW개발을 하청했다.
사업 종료 후 A업체가 개발한 SW와 유사한 제품을 B업체가 개발, 납품하면서부터 분쟁이 시작됐다. A업체는 B업체가 소스코드를 무단 복제했다며 민사 소송을 제기했다. B업체는 기록원에서 해당 제품 소스코드를 건네받았을 뿐, A사 제품을 무단 복제한 것이 아니라고 반박한다.
재판 과정에서 기록원의 SW 관리 소홀이 소송 단초로 작용한 것이 드러났다.
기록원 담당 직원은 2011년 SW 소스코드 전체를 B업체에 이메일로 전달했다. B업체는 기록원으로 받은 소스코드에 기반해 제품을 개발했다. A업체가 한국저작권위원회로부터 감정 의뢰한 결과 양사 제품 복제 유사율이 90%에 달했다. 사실상 A업체와 동일 제품이라 간주 가능하다. 기록원이 부주의하게 전달한 소스코드가 발단이 돼 민간 업체 간 경쟁과 분쟁까지 치달은 셈이다.
기록원도 부주의한 SW 소스코드 관리가 문제 발단이 됐음을 인정했다. 기록원 관계자는 “당시 근무한 직원이 '참고용'으로 전달한 것인데 제품 개발, 판매까지 이어질지 예측하지 못했다”면서 “2012년 이후 규정된 정보보안 관리 지침에 따라 정부 소유 SW 관련 정보 외부 유출 시 상업 목적으로 사용하지 않는다는 보안 각서 등을 받고 전달한다”고 말했다.
공공 발주 개발 SW저작권에 대한 소유권자 논란도 제기된다.
1심에서 A업체는 패소 판결을 받았다. 해당 SW 저작권이 기록원에 이전됐다고 봤기 때문이다. 법원은 A업체가 B업체에 저작권 침해와 사업 피해 소송을 제기할 자격이 없다고 판단했다.
통상 정부가 발주한 SW개발물 저작권은 공공과 개발기업이 공동 소유한다. 해당 공공기관 외 타 기관 또는 민간에 제공할 경우 공공과 개발 기업 간 협의가 필요하다. SW민간 시장 침해를 막고 산업을 활성화하기 위해서다. 이번에 문제된 SW개발 사업은 기록원이 소유권을 갖는 형태로 계약했다.
A업체는 항소했다. 저작권 소유 여부를 떠나 B업체가 명백히 유사 제품 출시로 피해를 입혔다는 주장이다. 저작권 문제도 추후 별도 다룰 예정이다.
업계는 유사 사태가 재발하지 않도록 공공 발주 사업으로 개발된 SW 저작권 관리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지적한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 SW 관리 소홀이 민간 업체 간 다툼을 불러온 사례”라면서 “정부 소유 SW 개발과 소스코드 등 전반에 대한 관리 인식 개선이 동반돼야 유사 사건 발생을 막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SW개발사가 저작권을 공동 소유하고 관련 사업을 진행하는 생태계를 만들도록 정부가 사태 재발 방지를 위한 감독자 역할을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지선 SW 전문기자 rive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