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에 온 각설이가 죽지도 않고 또 한아왔다. '보이콧'이라는 놈이다.
보이콧(Boycott)은 불매, 배척, 제재, 절교를 뜻한다. 예산·법안 등 현안이 많은 연말만 되면 국회에서 가장 많이 언급되는 단어이기도 하다.
올해도 어김없이 여의도에선 보이콧이 화두다. 자유한국당은 국회 일정 보이콧을 선언했다. 바른미래당도 의원총회를 열고 보이콧 여부를 결정한다.
야당이 보이콧에 나선 이유는 분명하다. '절대권력'을 쥔 여당 상대로 손쉽게 맞설 수 있는 방법이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국회 일정에 협조할 테니 '우리 이야기를 받아 달라'는 거다.
여당은 야당의 이런 모습에 '몽니'를 부린다고 한다. 뜻대로 안 되니 심술을 부린다는 뜻이다.
보이콧이 매년 연말에 등장하는 것은 여야 모두에 책임이 있다. 여당은 '협치'를 못한 것이고, 야당은 '볼모'로 삼은 것이다.
여·야·정 상설협의체가 가동되고 훈풍이 부는 듯 하던 정치권이 급격히 냉각된 이유는 무엇일까. 정치권 관계자는 “여·야·정 상설협의체에 참석한 여야 원내대표들이 국회 청문회를 통과하지 못한 후보자 임명 강행 관측에 대해 문재인 대통령에게 우려의 뜻을 표했다”면서 “그러나 그 이튿날 대통령이 임명을 강행하는 모습을 보고 자존심이 무척 상했을 것”이라고 전했다.
야당이 12개 사안에 합의한 뒤 실무 논의를 위한 여·야·정 상설 실무협의체에 불참을 통보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야당은 정부·여당이 협치 준비가 안 돼 있다고 비판했다.
정치는 잘잘못을 따지긴 어려운 분야다. 그러나 상황이 어찌됐든 국회 일정을 거부하고 참여하지 않는 일은 비판받아 마땅한 일이다. 여야 모두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최근 여의도에선 21대 총선 준비가 시작됐다는 말이 들려온다. 국정감사 기간에도 대부분 보좌진을 지역구로 내려 보내 선거 준비를 했다는 얘기도 있다. 혹시라도 국회 보이콧 기간에 지역구에 내려가 표 챙기기에 열중하는 의원은 없기 바란다.
안영국 정치 기자 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