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콘텐츠는 넷플릭스, HBO 등과 경쟁해야 합니다. 참신하지 않은 스토리는 흥미를 유발하지 못합니다. 개성이 있는 확실한 작가 발굴이 중요한 이유입니다.”
김지일 CJ ENM 오펜(O'PEN) 센터장은 드라마·영화 신인 작가 데뷔를 지원하고 있다. PD 출신으로 MBC 제작본부장, MBC프로덕션 대표, 드라마하우스 대표, JTBC 드라마 대PD 등 46년간 제작현장을 누볐다.
김 센터장은 “대본 피드백은 물론, 작가가 쓰고 싶은 게 무엇인지 묻고 배경 지식을 쌓을 수 있도록 돕고 있다”며 “오펜 센터가 특정 회사를 위한 곳이 아닌 만큼 '좋은 작가'를 찾는 PD와 감독으로부터 많은 연락을 받는다”고 분위기를 소개했다.
그는 현재 시장 환경에 대해 진단하고, 나아갈 방향도 제시했다. 지상파 드라마 시청률이 50%를 웃돌던 과거와 달리 독특함 또는 전문적 깊이가 없다면 시청자로부터 외면받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김 센터장은 “한국 콘텐츠가 중국, 일본, 동남아 시장에서는 영향력이 있지만 미국, 유럽 등에서는 언어 장벽, 문화적 차이 등으로 인해 경쟁력이 높지 않다”며 “방송사, 제작사, 작가 모두 고민해야 할 문제”라고 진단했다.
이어 “향후 주목받을 소재를 고민·발굴해야 하고 변화하는 시청 패턴 파악도 필요하다”며 “오늘날의 이야기, 살아있는 이야기를 통해 공감대를 만들어내는 작가의 작품만이 시청자를 사로잡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
김 센터장은 “고액의 제작비가 콘텐츠 흥행을 담보하는 건 결코 아니다”며 “결국 중요한 건 기본”이라고 역설했다. 캐릭터와 스토리가 탄탄해야 국내는 물론 해외 시장에서 인정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좋은 콘텐츠는 풍부한 인문학을 토대로 만들어진다고 확신했다. 다만, 해외보다 국내에는 작품의 뼈대를 이루는 원작이 부족하다며 안타까워했다.
김 센터장은 “우리나라 원작이 부족한 건 사실”이라면서 “최근 웹툰이 원작 역할을 하고 있지만 다양화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럼에도 외국에서 국내 드라마를 리메이크하도록 만드는 소재를 발굴하는 게 우리가 해야 할 과제”라고 덧붙였다.
김 센터장 지도 아래 오펜 1기 중 일부는 이미 MBC, tvN 미니시리즈 공동 집필로 작가로 데뷔했다. 센터 개소 이후 2년 만에 거둔 성과로 당초 예상보다 빠르다는 평가다.
김 센터장은 “오펜 센터 역할은 작가가 해야 할 일을 알려주기보다 방향성을 제시하는 것”이라며 “좋은 작가가 좋은 PD 또는 감독을 만나 좋은 작품을 만들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박진형기자 j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