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률보다 훨씬 높은 세수증가율…내년 세수탄성치 2.64로 '쑥'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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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성장에 비해 세수가 얼마나 많이 걷히는지 나타내는 '세수 탄성치'가 내년 크게 오를 전망이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가장 높았던 2016년 수치도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세수 가운데 법인세 증가폭이 두드러져 내년 80조원에 육박할 전망이다. 업계는 법인세 증가가 '기업 실적 개선'에 따른 것이지만 '높은 법인세율' 영향을 무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미국·캐나다 등 주변국의 최근 감세 기조를 고려해 우리도 법인세 부담을 낮춰야 한다는 주장이다.

26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와 정부에 따르면 내년 세수 탄성치는 2.64로 올해(0.22)의 10배가 넘는 수준을 기록할 전망이다.

세수 탄성치는 세수증가율을 경상성장률(물가상승률을 반영한 경제성장률)로 나눈 수치다. 수치가 1보다 높으면 경제 성장 이상으로 세수가 많이 걷혔다는 것을 의미한다.

기획재정부는 내년 경상성장률 4.4%, 세수증가율 11.6%로 예상해 세수탄성치가 2.64로 집계됐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세수탄성치가 가장 높았던 2016년(2.28) 보다도 0.36포인트(P) 높은 수준이다.

기재위도 “최근 10년간 세수탄성치인 〃0.39~2.28을 넘어서는 매우 높은 수치”라고 평가했다.

세수 탄성치가 높게 전망된 것은 경상성장률이 2017년(5.4%), 2018년(4.5%) 등 예년보다 다소 낮은 영향도 있지만 세수증가율이 크게 늘어난 게 주요 원인이다.

내년 세수는 올해보다 11.6%(31조원) 늘어난 299조원에 달할 전망이다. 세부적으로 법인세·상속증여세·증권거래세 등이 세수증가율(11.6%)를 웃돌 것으로 보인다.

법인세 증가가 가장 두드러진다. 법인세는 올해 63조원에서 내년 79조원으로 16조원 더 걷힐 전망이다. 국세수입 가운데 증가규모(16조원)는 최대고 증가율(25.7%)로는 종합부동산세(44.8%) 다음으로 가장 높다. 내년 종합부동산세는 2조5000억원으로 법인세와 비교해 규모는 훨씬 작다. 상속증여세는 올해 대비 17.5% 많은 7조원, 증권거래세는 13.4% 많은 4조5000억원이다.

법인세 증가는 반도체 업종을 중심으로 기업 실적 호조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기재부는 국가재정운용계획에서 향후 국세수입과 관련 “반도체 업종 호황 등에 따른 법인 영업실적 개선, 탈루소득 과세 강화 등 세입확충 노력으로 양호한 흐름을 보일 전망”이라고 밝혔다.

다만 업계는 실적 개선이 반도체 등 일부 업종에 제한돼 우리 기업 전반 상황이 좋다고 볼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또한 다른 나라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은 법인세율도 '세수 호황' 원인이라고 평가했다.

기재부가 심재철 자유한국당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기준 우리나라 법인세율(25%)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6개 회원국 중 7번째로 높다. 한국 순위는 2014년 17위, 2016년 16위였다. 정부는 지난해 세법 개정으로 법인세 최고세율을 22%에서 25%로 올렸는데, 반대로 미국 등 다른 국가는 법인세율을 내리며 순위가 급상승했다는 분석이다.

업계는 경기 둔화, 미국·캐나다 등 주요국 법인세율 인하 추세 등을 고려해 우리도 법인세 부담을 낮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경련 산하 중소기업협력센터에 따르면 대기업은 최우선 정책과제로 법인세 인하 등 '금융·조세 지원정책'을 꼽았다.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은 최근 “법인세율을 경쟁국 수준으로 낮추고 세계에서 가장 부담이 높은 가업 상속세율도 대폭 완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유선일 경제정책 기자 ysi@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