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가 만났습니다]김영대 서울북부지검 검사장 "과학수사는 과학증거 더해 사건 진실 찾는 것"

사진=이동근기자 foto@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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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수사'는 주관적인 진술에 객관적인 과학증거를 더해 사건의 진실을 찾아내는 것이다.”

검찰 내 대표적인 과학수사통으로 불리는 김영대 서울북부지방검찰청 검사장은 과학수사를 이렇게 정의했다. 그는 사건의 진실을 밝힐 수 있다는 점에서 과학수사 중요성이 날로 커져간다고 했다. 국내 과학수사 역량에 대해선 장비 활용과 기술, 모바일 포렌식 분야는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자부했다. 다만 원천기술 분야에선 열세라고 냉정히 평가했다.

과학수사 핵심은 DNA와 빅데이터, 인공지능(AI)이라고 규정했다. 과학수사 담당 기관 간 표준화가 시급하다는 주문도 했다. 서울 도봉구에 위치한 서울북부지방검찰청에서 김 검사장을 만나 수사와 과학, 정보통신기술(ICT)에 대한 견해를 들었다.

[데스크가 만났습니다]김영대 서울북부지검 검사장 "과학수사는 과학증거 더해 사건 진실 찾는 것"

◇과학수사는 진실로 가는 이정표

과학수사란 통상적으로 사건의 진실 파악을 위한 과학적 기법이라고들 한다. 하지만 김 검사장은 사건의 진실 파악에 인적진술도 굉장히 중요하다고 했다.

김 검사장은 “수사를 하다보면 진술이 중요하다. 사건의 실마리를 찾게 해준다. 다만 사람이 하는 것이어서 변화가 있을 수 있다”면서 “과학수사는 여기에 객관적 증거를 더해 입증을 강화시켜 주는 방법”이라고 말했다.

주관적 진술은 기억의 변화가 있을 수 있지만, 과학 증거라는 것은 변하지 않는다. 대표적인 예는 DNA다. DNA라는 것은 누가 감정하든 같은 결과가 나온다. 이 때문에 김 검사장은 현재 시점 DNA는 과학수사의 알파이자 오메가라고 했다. 사건의 퍼즐을 맞춰나가는데 객관적 증거를 과학지식으로 보강해주는 과학수사 중요성은 날로 증가한다고 강조했다.

◇우리 과학수사의 현실

우리 과학수사는 기법은 발전했지만 이를 뒷받침하는 원천기술은 취약한 편이다. 수익이 발생하고 투자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가 이뤄져야 산업과 시장이 발전하는데 그렇지 못하다.

김 검사장은 “우리 산업 전반 문제긴 한데, 과학수사 원천기술 쪽에선 약한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과학수사 장비시장 규모가 작다보니 기업 역량과는 별개로 사업을 하지 않는다. 외산 장비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기법 부분에선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자부했다. 모바일 포렌식 분야에선 장비 분야도 수준이 높다. 김 검사장은 “모바일 포렌식 분야에선 국산 장비업체가 강한 편”이라며 “검찰 등 우리 과학수사 발전과 함께 커온 것”이라고 했다.

김 검사장의 말처럼 과학수사는 산업과 관계가 크다. 검찰과 경찰, 국과수 등이 장비를 구입하고 사용하고, 기업이 공급하면서 상생 발전한다.

검찰은 대검찰청 청사 내 국가디지털포렌식센터(NDFC)라는 6층 건물을 별도 운용한다. 이곳을 찾는 연 300여명 해외 관계자에게 국산 장비업체 우수성을 알린다.

그는 “과학수사와 관련한 산업이 발전해야 우리 과학수사도 발전할 수 있다”면서 “수요가 많으면 산업 기술개발이 계속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과학수사의 과제

국내에는 과학수사를 하는 기관이 산재돼 있다. 검찰과 경찰, 국과수, 국방부 등이 별도로 과학수사 역량을 키우며 사건을 수사한다.

아직 표준화가 부족하다. 각 기관마다 공통된 표준화가 시급하다. 과학수사의 장점인 객관성, 즉 '누가 검사를 하던 같은 결과'라는 명제를 이루기 위해서다.

김 검사장은 “우리 과학수사의 가장 큰 과제는 표준화”라면서 “기관마다 감정서나 결과 표기 등 표준화가 돼 있지 않다”고 설명했다. 법원에서 사건을 판단할 때 문제점이 생길 수 있다는 뜻이다.

DNA를 예로 들면, 80% 일치에 대한 기관별 규정이 다르다는 것이다. 이 같은 부분에선 공통된 표준화가 이뤄져야 법원에서 제대로 된 판단을 할 수 있다.

윤리문제도 빼놓을 수 없다. 조작가능성이 항상 존재한다. 어느 한 기관이 독점하거나, 한 검사관의 검사결과만으로 단정해선 안 된다는 뜻이다. 김 검사장은 표준화와 윤리문제는 함께 고민해야 하는 일이라고 했다. 1차 검증과 최근 검증 결과가 달라 논란이 됐던 '강기훈 유서대필 사건' 같은 사례가 빈번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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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수사에 관심을 가진 계기는 무엇인가.

▲노무현 정부 때 대검 혁신추진단이 만들어졌다. 2005년 당시 검사로 부임해 개선안을 만들면서 과학수사와 ICT를 처음 접했다. 그 무렵 형사사법포털 '킥스(KICS)'도 만들었다. 정보통신과장으로 부임하면서 ICT에 관여했다. 킥스를 준비할 땐 타 기관 반발도 심했다. 경찰은 검찰이 킥스로 조직을 장악하려 한다고 우려했고, 법원은 킥스로 내부정보를 빼낼지 모른다고 의심했다. 기관 간 협조가 중요했다.

-모든 조직과 마찬가지로 검찰도 혁신은 어려운 과제였나.

▲킥스 시스템을 가동한 후 평생 먹을 욕을 다 먹었다. 첫 날 1200건, 다음날 1100건, 그다음날 1000건. 내부망이 킥스 비판 글로 도배됐다. 초기다보니 불안정했던 것도 사실이다. 그 때는 잘못되면 모든 것이 킥스 탓이었다. 법원이 영장 기각해도 킥스를 탓했다. 각 기관이 공통으로 사용하다보니 한글에서 사용하던 부호를 사용할 수 없게 만들었는데 이에 대한 비판도 많았다. 벌금 등 돈까지 연계된 시스템이어서 신중할 수밖에 없었다. 지금은 완전히 자리 잡았다. 사법기관에서 킥스로 형통하고 있다. 욕은 많이 먹었지만 보람있다.

-많은 경험이 됐을 것 같다.

▲킥스 시스템을 LG CNS와 준비하면서 많은 것을 배웠다. 그 경험으로 서울중앙지검 첨단 2부장 때 농협 전산망 해킹사건을 처리했다. 북한 해커가 서버 관리직원 노트북을 해킹, 농협 서버를 멈춘 사건이다. 북한 공격 중 가장 심각했던 사건 중 하나였다. 9월에 해킹을 시작해 이듬해 4월 공격했다. 해커가 서버구조를 완전히 파악했기에 서버 3분의 2가 파괴됐다. 전국이 발칵 뒤집혀 수사는 빠르게 해야 했다. 21일 걸렸다. 이 때 일을 계기로 서버관리 노트북의 외부반출이 금지됐다. 서버관리규정이 다 바뀌었다. 당시에는 외부망에 서버관리 노트북을 연결하는 게 아무렇지 않았다. 금융기관에 사이버보안팀도 생기는 등 많은 변화가 이뤄졌다.

-킥스를 비롯해 국내 과학수사에서 많은 성과를 이뤘다.

▲어렵게 개통해 자리 잡은 킥스 시스템은 우즈베키스탄에 수출을 준비하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 입찰에서도 1위를 차지했다.

지난해 서울 대검찰청에서 제27회 국제 법유전학회(ISFG) 총회를 개최한 것도 성과다. 총회를 유치하고 준비까지 마쳤는데 개최 직전에 (다른 자리로) 인사발령돼 아쉬움도 있었다.

서울대와 함께 디지털포렌식 석사과정을 개설한 것도 의미가 있다. 법학과 컴퓨터공학, 수학 3개 과목을 접목했다. 최초엔 검찰 수사관 10명만 선발해 2년 과정으로 운영했다. 지금은 판사와 국세청 등 6명을 추가해 16명이다. 타 기관에서 신청이 많이 들어온다고 한다.

-국내 대표적 과학수사기관인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검찰의 과학수사는 어떤 점이 다른가.

▲국과수는 대량으로 신속하게 DNA 증거 등을 확보한다. 검찰은 조직 특성상 소수정예다. 서로 보완적인 역할도 한다. 2015년 마산 무학산에서 벌어진 여성 등산객 살인사건의 경우, 국과수에서 피의자 DNA가 나오지 않았다. 대검찰청에서 피해자 의류 등을 검시해 대구교도소에서 절도혐의로 수감된 피의자를 찾아냈다. CCTV에서 확인되지 않은 8명 중 1명이었다. 당시 경찰은 사건당일 무학산을 등반했던 다른 전과자를 체포해 수사 중이었다. 1998년 대구 여대생 사망사건의 주범을 찾아낸 것도 DNA를 특정한 검찰이었다. 과학수사, DNA는 정말 중요하다. 수사를 재개하니 진술도 나왔다. 공소시효가 지나 아쉽지만 스리랑카 검찰과 협조해 법의 심판을 받게 돼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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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수사의 중요성을 느낀 사건이 있는지.

▲2014년 창원지검 차장검사 때 신용카드 3사 1억만건 개인정보 유출사건을 맡았다. 유출 사건은 전 팀에서 했다. 우리는 개인정보 판매여부를 수사했다. 당시 범인은 국회 국정조사까지 출석해 보관만하고 판매하지 않았다고 했다. 이상했던 부분이 있었는데, 수많은 자료를 나눠놓고 뜻 모를 수치로 표시했더라. 수사를 계속하고 돈의 흐름을 추적해보니 결국 판매가 된 것을 확인했다. 개인정보를 나눠놓은 것은 판매목적이었다. 생년, 나이별로 구분했다. 알고 보니 개인정보 유통시장에선 연령대에 따라 대출금액이 달라진다. 이 때문에 판매금액이 천차만별이라 구분해 놓은 것이었다. 안타까운 것은 신용정보가 유출된 3사가 기본 보안규칙을 지키지 않았던 점이다. 범인은 신용카드 사기방지프로그램 제작자였는데, 다른 회사와 달리 3개사는 이들이 요구한 실자료를 의심 없이 전달했다. 보안규칙을 어겨 일어난 사건으로 볼 수 있다.

-수사과정에서 ICT를 어떻게 활용하는지 궁금하다.

▲디지털포렌식이나 대용량 데이터 중 필요한 자료 검색 등에서 인공지능(AI)을 활용한다. 최근 사건이 점점 고도화한다. 데이터도 워낙 방대하다보니 자료를 찾는 게 중요하다. 빅데이터와 AI를 접목한다. 사이버수사도 마찬가지다. 인터넷에 떠도는 수많은 글 중에 관련 자료를 찾아내야 한다. 대기업은 자료도 방대하다. 사건 관련 비자금 자료를 찾아낼 때 빅데이터나 AI 기술 활용해 찾아낸다. 과학수사에서 ICT의 중요성은 점점 더 커지고 있다. 방어하는 입장에선 회피 수단을 발전시키고 수사기관은 다시 그 수단을 무력화 하는 방안을 찾아낸다. 암호화 기술이 발전하면, 암호를 복구하는 스타트업 등도 그에 따라 기술을 발전시킨다.

검찰 자체적으로도 디지털화, ICT 활용은 정말 중요하다. 연관분석은 수사의 기점이다. 계좌추적과 통화내역, 문자 주고받은 후 계좌이체가 됐다면 확인해봐야 하다. 연관분석이 중요한 이유다. 현재 대검찰청에선 7개 자료를 연관분석하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가지 수를 더 늘리는 작업도 하는 것으로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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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CT를 활용했던 사건 중에 특히 기억에 남는 것이 있는지.

▲대구지검 1차장 검사 때 조희팔 사건을 맡았다. 재수사 2년 중 1년 정도 지나고 대검으로 보직을 이동했다. 당시 문제는 총 거래규모를 특정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다단계다 보니 워낙 복잡했다. 총거래규모는 대략 2조5000억원으로 봤다. 사건을 종결하려면 총거래규모와 범죄수익이 얼마나 되는지 나와야 한다. 그런 상황에서 대검 과학수사부장으로 왔는데 마침 디지털수사과에서 삭제된 데이터베이스를 복구하는 기술을 특허에 올리겠다는 결재요청이 왔다. 조희팔 자금은 IT 회사가 관리를 하고 있었다. 이 회사를 압수수색했으나 관련 하드디스크를 모두 삭제한 상태였다. 삭제된 하드디스크를 복구할 수 있다면 특허 가치가 있는 셈이 되니 이를 이용한 복구를 지시했다. 2주 정도 지나 삭제된 하드디스크의 90%를 복구했다. 동시에 사이버수사팀은 조희팔 사건 관련 1800만 계좌를 별도 프로그램을 제작해 분석, 총 거래규모 5조715억원을 특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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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대 서울북부지검 검사장은…

1963년 경북 청송에서 태어났다. 대구 영남고와 경북대 법학과를 졸업했다. 1990년 사법시험 32회에 합격한 뒤 사법연수원을 22기 수료했다. 이듬해인 1991년에는 경북대 법학 석사학위를 취득했다. 1993년 청주지방검찰청 검사로 공직을 시작했다. 1997년 서울지방검찰청으로 이동 후 2005년 대검찰청 혁신추진단 검찰연구관을 지냈다. 창원지검 밀양지청장, 법무연수원 교수, 대검찰청 정보통신과장, 서울중앙지검 첨단범죄수사2부장, 대구지검 포항지청장, 법무부 형사사법공통시스템(KICS) 운영단장, 대검찰청 과학수사기획관을 역임했다. 창원지검 차장검사와 대구지검 1차장검사, 대검찰청 과학수사부장을 거쳐 검사장이 됐다. 창원지검과 부산지검에 이어 서울북부지검 검사장으로 근무 중이다.

대담=이호준 산업정책부장

정리=

안영국 정치 기자 ang@etnews.com

사진=이동근기자 fot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