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경제민주화” VS “기업 부담 가중”…치열한 공방 예상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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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거래법 전부개정안이 국무회의를 통과해 국회로 넘어간다. '공정거래법 전면개편 특별위원회' 운영 시점으로 따지면 9개월, '법집행체계 개선 태스크포스(TF)' 운영 시점에서 보면 1년여 만에 정부 차원 작업이 모두 마무리 됐다.

공은 국회로 넘어갔다. 통과 까지는 길고 험난한 여정이 될 전망이다. 대기업 규제 강화 방안 등을 두고 야당 반발이 거세기 때문이다. 최근 민병두 더불어민주당 의원(정무위원장)은 정부보다 강한 개정안을 발의, 여야 간 치열한 공방을 예고했다.

의견이 엇갈리는 핵심 사안에 대한 집중 논의와 합의점 모색 노력이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일부 사안 때문에 큰 이견이 없는 다른 부분까지 개정이 한없이 늦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공정거래법 전부개정안 '일부 수정해' 국회로

김상조 공정위원장이 작년 6월 14일 취임식 후 기자들과 만나 던진 메시지는 “몰아치는 재벌개혁은 하지 않겠다”는 것이었다. 대신 예측 가능하고 점진적 변화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취임 1주년 기자간담회에선 '비가역적 변화'를 강조했다.

27일 국무회의를 통과한 공정거래법 전부개정안은 김 위원장 의지가 고스란히 담긴 결과물이다. 예측 가능하고 점진적이며 비가역적인 재벌개혁을 추진하기 위해선 공정거래법 자체를 뜯어 고쳐야 한다고 판단했다.

공정위는 3월부터 7월까지 외부 전문가 중심으로 구성된 공정거래법 전면개편 특별위원회를 운영, 특위 차원의 개정안을 도출했다. 이후 특위 개정안을 검토해 지난 8월 공정위 차원의 개정안을 확정, 입법예고를 시작했다.

워낙 폭넓은 범위를 다룬 개정안이라 입법예고와 규제개혁위원회·법제처 심사에서 상당 부분 수정 가능성도 제기됐다. 그러나 개정안은 일부 변화가 있었을 뿐 공정위 행정예고안은 거의 그대로 국무회의 심의·의결까지 통과했다.

수정된 내용 중에는 비상임위원의 상임위원화 계획 철회, 개정법 시행 이전에 이뤄진 경성담합(가격·입찰담합 등 중대한 담합)도 전속고발권 폐지 적용 대상에 포함한 것이 눈에 띈다. 나머지는 미흡한 내용을 일부 보완하는 수준에 그쳤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경제민주화 VS 기업 부담 가중

정부는 경제민주화, 경쟁법 현대화 차원에서 공정거래법 개정은 반드시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이낙연 국무총리는 지난 3월 '공정거래의 날' 기념식에서 “공정거래 질서 확립을 위해 더욱 단호하게, 그리고 때로는 세심하게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특수 관계에 있는 기업에 일감 몰아주기, 대기업 총수 일가의 편법승계나 독단경영이 더 이상 용인되지 않도록 제도화할 것”이라며 “기업 경영 권한과 책임이 일치하도록 기업지배구조 정상화를 유도하겠다”고 말했다.

반면 재계와 야당은 이번 개정에 큰 우려를 보였다. 기업 규제를 강화하는 방안이 많이 담겨 경영활동을 저해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전속고발제 폐지와 사익편취·지주회사·공익법인 관련 규제 강화가 대표적이다.

공정위는 현행 일감 몰아주기 규제 대상 계열사의 총수일가 지분율 기준을 상장사·비상장사 모두 20%로 일원화 한다. 현재는 총수일가 지분이 상장사는 30%, 비상장사는 20%인 계열사가 규제 대상이다. 이들 계열사가 50% 이상 보유한 자회사도 규제 대상에 포함한다.

지주사가 의무 보유해야 하는 계열사 지분율 요건을 상향(상장사 20%→30%, 비상장사 40%→50%)한다. 대기업집단 소속 공익법인이 보유한 계열사 지분에 대해선 의결권을 행사할 수 없도록 했다. 상장 계열사에 한해서만 특수관계인 합산 15%까지만 의결권을 허용한다. 금융·보험사는 종전대로 특수관계인 합산 15%까지 의결권을 허용하되, 적대적 인수합병(M&A) 방어와 무관한 계열사 간 합병은 의결권 행사 허용 사유에서 제외했다.

이런 부분을 두고 재계와 야당은 '기업 옥죄기'라며 반발했다.

9월 열린 '공정거래법 전면개편 입법예고안의 주요 쟁점과 과제' 토론회에서 김성원 자유한국당 의원은 “규제가 광범위해질 수 있다”며 “공정위가 제출한 안대로라면 기업 옥죄기 식으로 비쳐진다”고 지적했다.

이에 앞서 김병준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은 김상조 위원장과 만나 “전속고발제 폐지만 하더라도 그렇지 않아도 성장 동력이 떨어져 있는 판에 기업을 너무 옥죄게 될까 싶다”고 우려했다. 또 “검찰에 대한 국민 신뢰가 그다지 높지 않은 상황에서 과연 전속고발제가 폐지돼도 되는지 걱정이 있다”며 “한국당이 반대할 만한 요소가 곳곳에 있어 두고두고 얘기해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은 최근 박상기 법무부 장관과 만난 자리에서 “근로시간 단축과 최저임금 인상, 공정거래법 강화, 협력이익공유제 도입 등으로 경제 심리가 위축되고 기업의 투자 의지마저 크게 꺾였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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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무위원장도 가세한 공정거래법 개정…'합의점 도출' 노력해야

국회 정무위원장인 민병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19일 자체 마련한 공정거래법 전부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공정위 소관 위원회인 정무위 위원장이 대표 발의했고, 총 37명 공동발의자 가운데 추혜선 정의당 의원 등 야당도 포함돼 눈길을 끌었다.

민병두 의원 개정안에는 정부안보다 '센 내용'이 많이 담겼다. 공정위보다 공정거래법 전면개편 특별위원회 의견을 적극 반영한 결과다.

공익법인에 대한 전체 기업집단 차원의 의결권 한도만을 둔 정부안과 달리 공익법인의 독자적 의결권 행사한도(5%)를 추가로 설정했다. 의결권 제한 적용시점은 경과 규정, 단계적 도입 없이 법 시행 후 바로 적용하도록 했다. 순환출자에 대한 의결권 제한 규정을 신규 기업집단부터 적용하도록 한 정부안과 달리 기존 기업집단도 포함했다.

민 위원장은 “시장경제의 기본규범인 공정거래법이 공정경제라는 국민적 요구를 제대로 반영하기 위해서는 갑이 아닌 을의 입장을 대변할 수 있는 규정이 돼야 한다”며 “전부개정안에서 이러한 국민의 사회·경제적 요구를 반영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말했다.

정무위원장이 공정거래법 개정에 직접 나서며 여야 간 공방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여야가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논의가 장기간 공회전할 우려가 제기됐다.

업계는 여야가 입장 차가 큰 핵심 사안만 선정해 집중 논의를 추진, 합의점을 찾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부개정안을 '단일 사안'으로 두고 논의해서는 이견을 좁히기 어렵고, 과도한 형벌규정 폐지 등 입장차가 크지 않은 사안마저도 함께 처리가 밀릴 수 있다는 우려다.

업계 관계자는 “말 그대로 공정거래법 전부개정안인 만큼 상당히 무거운 법안”이라며 “이견이 뚜렷한 사안을 별도로 논의하고, 나머지는 신속하게 심의·처리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유선일 경제정책 기자 ysi@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