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통신분쟁조정위, 역할을 명확히 해야

'통신분쟁조정위원회'가 새해 6월 설립된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조정위 설치 근거를 위해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 세부 시행령과 운영 규칙 제정 작업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조정위 설립 취지는 통신서비스와 관련해 발생하는 이용자와 통신사 간 분쟁을 신속하고 효율 높게 조정하자는 데 있다. 이용약관 위반에 따른 손해 배상은 물론 약관과 다른 통신서비스로 인해 발생하는 이용자 피해 등 분쟁 전반이 조정 대상이다. 최근 발생해서 사회 이슈로 떠오른 KT아현지사 사례와 같은 건을 효과 높게 대응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조정위 출범은 의미가 크다. 무엇보다 행정 비효율을 막을 수 있다. 행정 부처인 방통위 업무를 대신해 다양한 분쟁 사건에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다. 이용자 입장에서도 나쁘지 않다. 전문 중재 창구가 마련되면서 굳이 재판 같은 법정 절차를 거치지 않고 구제 받는 길이 만들어졌다. 사업자 입장에서도 보상 논의 창구를 단일화, 불필요한 논란을 줄이는 한편 효율 관리도 가능하다. 과도한 조정 신청으로 부담이 커질 수 있지만 그래도 소송보다는 대응하기가 훨씬 쉬워졌다.

문제는 명확한 조정위 역할이다. 조정위는 말 그래도 조정과 중재가 주된 임무다. 법상의 강제력이 없다. 이해당사자가 조정을 거부하면 결국 소송으로 갈 수밖에 없다. 그만큼 합의를 끌어내는 전문성과 노하우가 필수다. 전문성을 높이기 위해 실무 전문가 위주로 세부 분과위를 설치하는 것도 방법이다. 정치 역학관계 이해에 휘둘리지 않는 중립성도 갖춰야 한다. 마지막으로 기존 공정위와 한국소비자원에 설치된 소비자분쟁조정위원회와 같은 다른 조정 기구와 충돌할 가능성이다. 서로 역할이 명확하지 않으면 기업과 소비자 모두 혼선을 빚을 수 있다. 결국 해결 방법은 출범까지 철저하고 치밀한 준비다. 초기에 시행착오를 줄이는 게 연착륙 관건이다. 그렇지 않으면 자칫 조정위가 유명무실한 기구로 전락할 수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