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데이터와 AI(인공지능) 등은 4차 산업혁명 시대 핵심 디지털 자원과 기술이다. 우리는 어떻게 데이터를 구축하고 활용하느냐에 따라 기업과 국가의 미래가 달라지는 시대에 살고 있다. 그만큼 데이터가 경제·산업 전반에 커다란 영향을 끼치고 있다. 과학기술계도 예외는 아니다. 과학기술 연구의 패러다임이 데이터를 중심으로 연구자가 함께 모여 협력하는 연구로 변화하고 있고, 이를 통해서 괄목할만한 연구 성과들이 창출되고 있다. 유럽입자물리연구소(CERN)와 라이고(LIGO) 프로젝트에서 창출되는 연구성과가 좋은 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는 공적자금이 투입된 연구데이터 접근에 관한 원칙과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며, 보다 많은 사람이 쉽고 편리하게 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도록 회원국에 권고하고 있다.
한국지질자원연구원(KIGAM)은 그동안 국토지질, 광물자원, 석유해저자원, 지구환경 연구를 수행하면서 방대한 조사·연구 자료를 생산해 왔다. 야외조사·탐사, 자료 분석 과정을 거쳐 생산된 연구데이터는 한반도 역사 그 자체를 기록한 우리 국민 모두의 귀중한 자산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조사·연구 자료가 연구논문, 보고서 등 최종 연구성과물을 작성하는 데 사용된 후에는 개인이 보관하다 훼손되거나 유실되는 경우가 많다. 연구데이터를 공공의 자산보다는 연구자 개인의 자산으로 인식하는 문화도 데이터의 관리, 공유·활용이 잘 이루어지지 않는 원인이다.
KIGAM은 2016년 지질자원 연구데이터 레파지토리(GDR:Geoscience Data Repository) 시스템 구축을 통해 역사적·학술적 가치가 큰 조사·연구 자료가 안전하게 관리되고, 데이터의 재사용성을 높일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국가 연구개발(R&D) 과정에서 생산되는 연구데이터의 관리·공유·활용 수준을 점검하고, 제도적으로 미비한 부분은 보완해야 한다. 연구데이터의 체계적인 관리와 활용을 위해 연구사업 계획수립 단계부터 데이터 생산과 관리방법에 관한 내용이 포함된 데이터관리계획(DMP:Data Management Plan)을 작성해 시행하는 것이 중요하다. 미국, 영국, 유럽 등 선진국에서는 제도적으로 연구제안서 제출 단계에서 DMP를 작성하도록 하고 있으며, 연구종료 시 생산된 연구데이터를 분야별 데이터 레파지토리에 저장하도록 하고 있다.
KIGAM은 국가과학기술연구회 소속 출연연으로는 처음으로 2016년에 연구사업계획서에 DMP를 포함해 연구데이터의 체계적인 수집과 관리가 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최근 과학기술기본법의 시행령인 '국가연구개발사업의 관리 등에 관한 규정' 일부개정안에 연구데이터의 체계적인 관리를 위한 DMP 도입 내용이 포함돼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서는 2017년 말 연구데이터의 빅데이터화를 위한 '모아서 새롭게' 태스크포스(TF)를 조직해 연구데이터 공유·활용 전략을 마련했으며, 국가연구데이터플랫폼 구축을 포함한 시범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국가과학기술연구회에서도 출연연의 체계적인 연구데이터 관리를 위한 가이드라인을 마련 중이다.
지난 100년 동안 연구원에 축적된 연구결과와 데이터를 종합하고 빅데이터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지구환경변화대응, 국민안전, 광물자원·미래에너지자원개발, 국토개발 등에 활용할 수 있는 신뢰도 높은 정보를 제공하는 국가지질자원데이터센터(NGDC:National Geoscience Data Center)로써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는 것이 국책연구기관의 역할과 책임을 다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더 나아가 지질자원 빅데이터, 사물인터넷(IoT), AI, 가상물리시스템(CPS) 등을 활용한 '스마트 지오데이터플랫폼' 구축을 추진하고자 한다.
이런 4차 산업혁명 기술을 이용한 플랫폼 구축을 통해서 새로운 광산과 유전을 확보하거나, 기후변화나 지진·지질재해를 모사·예측하는 등의 미래 신기술을 창출할 수 있다. 데이터가 모여 공유되고 활용할 수 있는 길이 더 넓어지고, AI 등 4차 산업혁명 기술과 융합된다면 새로운 과학적 지식과 가치창출의 길이 열리게 된다. 출연연이 연구데이터를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공개·개방하는 데 좀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김복철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원장 kbc@kigam.r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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