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5세대(5G) 이동통신이 개화한다. 지난해 12월 1일 5G 전파를 발사하며 '세계 최초 상용화'를 선언한 데 이어 새해에는 5G 스마트폰과 5G 융합서비스가 잇달아 등장할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우리나라가 정부, 기업 노력에 힘입어 5G 인프라 구축과 정책 마련을 선도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런 노력이 결실을 맺기 위해서는 융합서비스가 성공해야 하고 이를 위해 규제 완화, 부처 협업, 과감한 투자 등 노력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설문조사에는 기업, 학계, 연구소, 증권, 국회 전문가 15인이 참여했다.
◇통신강국 면모 과시…규제완화 미흡
전문가들은 정부와 민간을 포함한 한국 5G 준비 수준에 6.4점을 매겼다. 낮지 않은 점수지만 국가 지원 아래 세계 최초 상용화를 선도한다는 측면에서 아쉬운 점수다. 그만큼 냉정하지도 후하지도 않은 절묘한 평가가 나왔다.
5G 정부대응 수준(정책)은 평균 6.2점을 받았다. 8점과 9점이 46.7%였으나 2점과 3점도 20%였다. 양극화 경향을 보였다.
시장친화도(규제) 항목을 보면 이 같은 평가를 짐작할 수 있다. 4.6점으로, 5개 항목 가운데 꼴찌를 기록했다. 8~10점이 하나도 없고, 최하 2점(13.3%)이 나올 정도로 정부 규제에 박한 평가가 나왔다. 정부가 5G 정책을 잘 하지만, 규제 완화는 미흡한 부분이 있다는 인식이 설문에 그대로 반영됐다.
기업준비도는 7점으로 높은 평가가 나왔다. 통신사업자가 세계에서 가장 먼저 5G 전파를 쏘아올린 점이 높은 점수를 받은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더 높은 점수가 나오지 않은 것은 5G 융합서비스 준비가 부족하다는 인식이 반영됐다.
기술력은 7.4점으로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았고, 전문인력(인력풀, 교육수준 등) 역시 6.9점으로 긍정적 평가가 나왔다. 5G 기술과 인력 모두 준비됐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정부·통신사 모두 적극적…'부처 협업'은 과제
전문가들은 정부가 강력한 5G 정책을 추진하고 통신사업자가 호응하고 있다는 점을 5G 산업 강점으로 손꼽았다. 5G 주파수 경매를 일찌감치 마치고 세계 최초 5G 전파를 쏜 공로를 인정하는 분위기다.
김연학 서강대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교수는 “세계에서 한국 정부만큼 5G 정책을 잘 준비하는 나라가 없다”면서 “외국에선 주파수 할당하고 끝인 나라가 많다”고 말했다. 또 “5G 표준화를 우리나라가 주도했다”며 “5G 기술력이 앞섰다고 본다”고 밝혔다.
홍인기 경희대 전자공학과 교수는 “전문인력과 기술력 모두 어느 나라에도 뒤지지 않는다”면서 “5G 기술을 적용하기 위한 충분한 환경을 갖췄다”고 평가했다.
김홍식 하나대투증권 애널리스트는 “한국 정부처럼 5G 정책을 고민하는 나라가 없다”면서 “기업도 기술 준비를 상당히 많이 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럼에도 정부 부처 간 협업은 아쉽다는 지적도 나왔다. 5G 융합을 위해서는 각 산업을 관장하는 부처 간 협업이 절실한데, 아직 겉돈다는 인식을 준다는 것이다.
홍 교수는 “자율주행차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국토교통부가, 로봇이나 스마트팩토리는 과기정통부와 산업통상자원부 등이 관련된다”면서 “그런데 통신 따로 산업 따로 가려고 하니 융합이 제대로 안 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치권이 지나치게 통신사업자나 정부를 압박하지 말고 투자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줘야 한다는 조언도 나왔다.
김연학 교수는 “전파사용료나 주파수 할당대가를 기금으로 만들어 통신이 아닌 다른 분야에 사용하는 문제를 조속히 해결해야 한다”면서 “통신사업자나 과기정통부를 정치권이 너무 압박하지 말고 자율성을 줘야 한다”고 말했다.
◇5G 융합서비스에 과감히 뛰어들어야
세계에서 가장 앞선 5G 인프라를 확보했지만 이를 '어떻게' 활용할지 알지 못한다는 점이 약점으로 지적된다.
다시 말해 지금 기회를 잘 살리면 5G 시장을 선점하고 4차 산업혁명도 선도할 수 있지만, 반대로 이를 놓치면 혁신은 사라지고 5G 인프라는 글로벌 기업 놀이터로 전락할 수 있다는 위기의식이 감지된다.
신덕순 국회 보좌관은 “5G 연구를 많이 하고 있지만 이것을 실제 사업으로 연결하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면서 “우리가 '패스트팔로어'에서 '퍼스트무버'로 갈 수 있는지를 시험하는 중요한 순간에 섰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정부와 기업 모두 5G 융합서비스 성공을 위해 지원과 투자를 아끼지 않아야 한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규제를 면밀히 검토해 융합서비스가 나올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고, 기업은 기존 사업에 안주하지 말고 과감히 새로운 시도를 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홍인기 교수는 “5G와 4차 산업혁명이 성공하려면 융합 산업이 성공해야 한다”면서 “통신사만 나서서는 안 되고 자동차, 제조, 의료 등 산업계 전체가 함께 움직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홍식 애널리스트는 “5G를 어떻게 비즈니스 모델로 만들지 전략이 안 보인다”며 “안 될 것이 두려워 책임을 회피하기보다는 과감한 융합 시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연학 교수는 “미국은 네트워크를 일반과 프라임으로 나눠 차등 과금 정책을 펴는데 우리는 그런 게 없다”면서 “5G 투자는 많고 회수 기간은 길기 때문에 망 중립성 정책 변화를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신덕순 보좌관은 “공격적 5G 투자가 효과를 얻으려면 결국 비즈니스가 일어나야 한다”면서 “융합 규제를 풀고 망 중립성 합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에선 당장 규제를 완화하기보다 서비스가 나오는 걸 봐서 규제를 풀어야 한다는 '신중론'도 제기됐다.
홍인기 교수는 “아직 5G 시장이 열리지 않았는데 규제 완화를 이야기하기는 시기상조”라면서 “산업이 활성화되면 그에 맞춰 규제 개선 논의를 해야 한다”고 했다.
5G SWOT 분석
<이내찬 교수 "5G 투자 늘리려면 규제 재검토해야">
“규제를 재검토, 기업 투자 유인을 늘려야 합니다.”
이내찬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한국 경제가 심각한 위기상황에 직면했다고 진단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5세대(5G) 이동통신을 비롯해 정보통신기술(ICT) 투자를 장려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 교수는 “베이비붐 세대가 은퇴하면서 경제 성장이 정체되고 있다”면서 “이대로는 10년 안에 새로운 경제 활로 찾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무엇이든 도전해 보라'라는 규제 완화를 통해 기업 투자를 유도하는 게 급선무”라면서 “혁신이 나올 수 있는 곳은 ICT 산업 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5G가 사물인터넷, 빅데이터, 클라우드컴퓨팅, 인공지능 등 4차 산업혁명 토양을 제공해준다는 점에서 '가장 중요한 인프라'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에 대한 투자 활성화는 곧 4차 산업혁명 성공의 '마중물'이 될 수 있다는 의미로 판단했다.
이 교수는 2000년대 초 세계 최초 서비스를 내놓고도 국내 규제 탓에 미국에서 서비스를 출시할 수밖에 없었던 한 인터넷 무료전화 업체를 사례로, 정부 규제가 '혁신의 장벽'이 돼선 안 된다고 역설했다.
정부가 5G 투자를 장려하기 위해 노력하는 부분은 인정해야 하지만, 여전히 '규제마인드'에 갇힌 부분은 없는지 반성해야 한다는 것이다. 5G가 성공하려면 초기 시장안착이 중요한데, 규제가 강하면 기업의 혁신적 도전이 어렵다는 의미다.
이 교수는 이를 '불확실성 회피 성향이 강하다'는 경제학 용어로 설명했다.
“규제가 강해 성공 가능성을 예측하기 어려우면 기업은 보수적으로 투자를 결정합니다. 그러므로 시장 초기에는 규제를 완화해 자유로운 도전을 지지하고 부작용은 사후규제로 다스리는 접근이 필요합니다. 자유로운 비즈니스 모델 실험이 가능한 환경을 만들어줘야 합니다.”
김용주 통신방송 전문기자 kyj@etnews.com
김용주 통신방송 전문기자 kyj@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