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기술정보통신부 '단말기 완전자급제 활성화 이행 방안'은 완결판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동통신 3사가 공통 출시하는 단말기는 모두 자급제 단말기로 출시하고, 우체국까지 활용한다. 자급제 단말기 온라인 대리점 개통에 대해서는 할인도 제공한다. 법률로 이통사 단말기 판매를 금지하는 것을 제외하고 동원 가능한 수단은 망라한 듯하다.
그러나 단말기 자급제가 활성화될 수 있을지 의문은 여전하다. 정책은 과기정통부가 수립했지만 실행은 이통사, 제조사, 유통점 몫이다. 자급제 단말기 출시를 늘린다고 시장이 정부 의도대로 움직일지는 물음표다.
곱씹어 봐도 자급제 단말기를 판매하도록 할 유인책이 보이지 않는다.
이통사와 제조사가 자급제 단말기를 판매해야 할 이유가 있을까. 대리점은 장려금도 받지 못하는데 개통 업무만 늘어날 것 같다며 한숨이다.
시장 원리는 경쟁이고 경쟁을 유발하는 건 이익이다. 자급제 단말기 시장을 '규제 프리존'으로 지정해서 이통사가 이용자에게 자유롭게 할인 혜택을 제공하고, 가입자를 유치할 수 있도록 하는 건 어떨까. 제조사 입장에서는 단말기가 많이 팔리는 방향이라면 환영할 것이다.
통신 시장 자체를 매력 넘치는 시장으로 만들면 좋겠다. 해외에서 가입자 유치 경쟁을 위해 진행하는 원플러스원(1+1) 행사 같은 자유로운 마케팅 경쟁을 우리나라에서도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우리나라에서는 이용자 차별 논란과 통신 규제에 발목이 잡힐 것이다. 그러나 정책 목표가 자급제를 빠르게 활성화하는 것이라면 이통사 단말기 판매를 법으로 막는 것보다 순조롭게 자급제를 활성화할 수 있을 것이다.
자급제 활성화를 위한 시장 참여자 협조까지는 끌어냈지만 자급제 활성화 정책이 실효를 거두려면 플러스 알파가 필요하다. 시장 참여자가 원하는 게 무엇인지 고민하고, 아울러 해답을 찾으려는 노력도 지속돼야 한다.
박지성기자 jisung@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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