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배터리 시장은 어느 분야보다 뜨거웠다. 국내 증시가 얼어붙었지만 전기차·배터리 주식은 강세였다. 전·후방 업계를 막론하고 실적이 하락하거나 적자를 본 업체가 드물다. 대규모 수주와 증설 소식도 1년 내내 이어졌다.
새해 전망도 밝다. 국내 배터리 업계를 대표하는 두 업체, 삼성SDI와 LG화학의 전지 사업 부문 실적은 올해 10조원을 바라보게 됐다. 글로벌 주요 자동차 제조사 가운데 테슬라와 토요타 정도를 제외하면 전기차에 한국산 배터리를 쓰지 않는 업체를 찾아보기 어렵다.
꽃놀이패를 쥔 것처럼 보이지만 배터리 업계 걱정은 더 짙다. 당장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하고 있는 중국의 추격을 따돌려야 한다. 코발트·리튬·니켈 등 주요 원재료 가격 변동, 자동차 제조사 전기차 전환 전략, 글로벌 무역 분쟁까지 관리해야 할 리스크도 많다.
내부로는 빠르게 늘고 있는 수주 잔액에 걸맞은 수익성 확보가 최우선 과제다. 생산 능력이 급격히 확대되면서 품질 관리와 인력 운용도 중요해졌다. 유럽, 미국, 중국에 대규모 생산 거점을 신설하다 보니 각 회사 인사팀은 인재 확보에 비상이 걸렸다.
결국 승패도 여기서 갈릴 것으로 보인다. 배터리 시장이 양산 경쟁 체제에 본격 접어들면서 누가 더 싸고 경쟁력 있는 배터리를 만드는 지가 경쟁의 중요한 척도가 됐기 때문이다.
국내에서는 삼성, LG, SK 3사가 배터리 시장에 뛰어들었다. 국내외 대규모 공장을 운영한 경험과 우수한 인력풀을 갖췄다. 중국 디스플레이 굴기나 반도체 치킨게임 등 미리 겪은 소재·부품 산업 경험에서 적잖은 교훈도 얻은 듯하다. 지난해 들어 급격한 외형 확대나 출혈 경쟁을 경계하며 수익성 확보에 치중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2020년대에는 전기차 대중화 시대로 접어든다. 국내 업체에 닫혀 있는 중국 전기차 시장도 2020년 기점으로 열릴 것이 예상된다. 최근 많이 쓰이는 “꽃길만 걸으세요”라는 덕담이 있다. 전기차 시대를 준비하는 올해는 위기·적자·실패라는 단어보다 승승장구, 흑자, 수주 잭팟, 세계 최고 같은 단어가 지면을 가득 채우기를 기대한다.
정현정 배터리/부품 전문기자 iam@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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