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가 밝았다. 2018년 묵은해가 가고 2019년 새해가 왔다. 새해 벽두는 항상 희망으로 시작한다. 들뜬 마음으로 새해맞이에 분주할 때다. 다사다난했던 한해를 보낸 안도감과 새로운 한해를 맞는 설렘이 교차한다. 그래서 이맘때면 지나간 나쁜 일보다 다가올 좋은 일을 꿈꾸며 희망적인 덕담이 오고간다. 2019년 정초도 다르지 않다. 하지만 기대보다는 걱정이 앞선다. 우리를 둘러싼 안팎 경제 환경이 좋지 않기 때문이다. 짙은 안개가 단단히 에워싼 형국이다. 일본과 같은 장기 침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위기감이 무겁게 짓누른다.
새해 경제는 가시밭길이다. 무역 분쟁, 금리 인상, 확장 기조의 재정 지출 등에 따른 산업 경쟁력 약화와 소비 절벽, 수출 둔화가 불가피하다. 주요 민간경제연구원과 한국개발연구원(KDI) 등 국책연구원은 새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연이어 낮췄다. KDI는 미국·유럽 등 선진국과 중국과 같은 신흥국 경기가 예상보다 빠르게 둔화할 것으로 내다봤다. 모두 경제 성장세와 교역량에 악영향을 주는 요인이다. 특히 미중 무역 분쟁에 따라 세계 경제가 급속히 냉각된다고 분석했다. 우리 경제 버팀목이었던 반도체는 가격이 추락하고 주요 수출품 경쟁력이 떨어지면서 해외시장 점유율이 하락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국내 환경도 좋지 않다. 미국 금리 인상과 같은 대외 변수에 따라 기준 금리가 오르고 자산 가격이 하락하면서 금융시장 변동성이 커질 것이다. 가계 부채 상환 능력이 떨어지면서 내수에도 영향을 미쳐 경제 성장세가 지난해보다 더 둔화될 가능성이 점쳐진다. 근로자 실질 임금이 증가하고 근로시간 단축에 따른 여가 시간 확대, 정부 저소득층 지원 정책 등은 민간 소비에 긍정 요인이지만 떨어지는 성장률을 붙잡기는 역부족이다.
더 큰 문제는 미래다. 어두운 경기 전망으로 미래 투자가 뒷걸음치고 있다. 새해 연구개발과 소프트웨어를 포함한 지식재산투자 증가율이 2년 연속 2%대에 멈출 전망이다. 정부는 2018년과 2019년 지식재산투자 증가율을 각각 2.5%, 2.8%로 예상했다. 5년 전인 2013년 4.4%, 2014년 5.4% 절반 수준이다. 정부가 새해 연구개발 예산을 4% 이상 확대했지만 증가율이 2.8%에 그쳤다. 그만큼 민간 투자가 부진해진다는 의미다.
새해 설비투자도 먹구름이다. 정보기술(IT) 부문 부진으로 1%를 넘기면 다행이다. 반도체 장비 둔화에 따른 기계설비 투자가 감소하면서 이미 지난해 큰 폭으로 줄었다. 새해에도 1% 안팎에 그칠 것으로 경제연구기관은 내다봤다. 설비투자는 불과 3년 전 14.6%에 달했다. 한국경총이 244개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 80.4%가 새해 경영 계획기조를 '긴축 또는 현상 유지'로 답했다. 한국경제연구원은 새해 1월 기업경기실사지수(BIS)가 92.7에 머물렀다고 밝혔다. BIS가 100 미만이면 경기를 비관으로 보는 기업이 더 많다는 뜻이다. 하강 국면에 진입한 경기가 새해에도 어렵다고 보고 투자 계획을 보류·축소했다. 기업 활동이 위축되고 그만큼 역동성이 떨어진다는 이야기다.
2019년은 허리띠를 단단해 졸라매야 한다. 해법은 누구나 알고 있다. 시급한 과제는 미래 먹거리다. 주력 산업의 세대교체가 필요하다. 당장 정보통신기술(ICT) 분야는 반도체와 스마트폰 바통을 이어받을 첨단 산업이 절박한 과제다. 기존 산업에 익숙해진 기업 체질도 미래 흐름에 맞게 바꿔야 한다. 부가가치가 높은 상품 위주로 새롭게 사업을 재편해 세계 무대에서 경쟁력을 키우고 새로운 시장도 개척해야 한다. 한 마디로 '4차 산업혁명'이다. 이제까지 4차 산업혁명은 수사에 불과했고 요란한 빈 수레였다. 실속 없는 구두선에 그쳤다. 각종 규제와 투자 부족으로 한 발짝도 나가지 못했다. 세계 무대에서도 주체가 아니라 객체였다.
새해는 달라야 한다. 아니 달라져야 한다. 2019년을 놓치면 대한민국 미래도 없다는 각오로 뛰어야 한다. 정부도 마찬가지다. 국가 경쟁력을 회복하고 미래 투자에 나설 수 있도록 기업을 독려하고 마음껏 뛸 수 있도록 기반을 깔아줘야 한다. 적극적인 재정 지원과 규제 완화와 같은 마중물이 필요하다. 이제는 그림이 아니라 실행이 필요한 시점이다. 2019년 길어 보이지만 시간이 많지 않다. 새해도 모호한 청사진에 그친다면 희망이 없다. 대한민국 미래가 바로 4차 산업혁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