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이르면 다음 달 '규제 샌드박스' 1호 실증사업을 선정한다. 규제 샌드박스는 신산업과 신기술이 신속하게 시장에 나올 수 있도록 기존 규제를 유예 또는 면제하는 제도로 새해 처음 시행된다. 문재인 정부 규제혁신 성패를 좌우할 승부수라는 점에서 관심이 높다. 도심 수소충전소 설치와 배달로봇 실외 테스트 등이 1호 후보로 거론된다.
정부는 이달 17일 시행하는 규제 샌드박스 근거법에 따른 1호 실증사업을 빠르면 2월에 결정한다.
규제 샌드박스 근거법은 '정보통신융합법'과 '산업융합촉진법'이다. 두 법을 관장하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산업통상자원부는 법 시행과 함께 곧바로 실증사업 신청을 받아 선정 절차에 돌입한다.
과기정통부는 임시허가와 실증을 위한 규제특례를 심의·의결하는 '신기술·서비스심의원회'를 구성한다. 산업부도 비슷한 기능을 하는 '산업융합 규제특례심의위원회'를 만들어 규제 샌드박스 제도 안착에 속도를 낸다.
업체 신청부터 위원회 구성 및 심의 기간을 감안하면 빠르면 내달에는 1호 사업이 선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두 부처는 법 시행에 앞서 업계에 규제 샌드박스 제도를 설명하고 수요를 조사했다.
산업부 관계자는 “규제 샌드박스 근거법 시행과 함께 조속한 성공사례를 만들어 제도가 안착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며 “사업별로 전담관을 지정하고 일괄 지원 체제를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산업융합촉진법에 따른 규제 샌드박스 1호 사업은 도심지역 수소충전소 실증이 유력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 차원에서 수소경제 활성화 생태계 조성이 본격화하는 가운데, 인프라 구축을 위한 사업이다. 기존에는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 시행령에 따라, 상업지역 내에는 수소충전소 설치가 불가능했다. 정부는 규제 샌드박스 실증특례를 이용해 상업지역 설치를 허용하고 보급활성화를 추진한다.
이 외에 다목적 지능형 무인선, 유전체 분석을 활용한 맞춤형 건강증진 서비스, 융·복합 기계 등도 산업융합촉진법을 이용한 실증특례를 모색한다.
정보통신융합법에 따른 사업은 다양한 정보통신기술(ICT) 융합 사업이 후보군이다. 특정 구역과 기간을 한정해 배달로봇 실외 실증을 할 수 있도록 하는 사업 등이 가능하다.
제도 시행 초기라는 점에서 민간 업체의 활발한 참여 여부는 미지수다. 1호 사업에 대한 과도한 관심이 사업자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다양한 협회를 대상으로 한 설명회에서 규제 샌드박스에 대한 민간 관심을 확인했지만, 실제 실증사업을 신청하는 것은 다른 문제”라며 “과도한 관심이 오히려 업체에 부담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양종석 산업정책(세종) 전문기자 jsyang@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