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주 전 고용노동부 장관은 임기 중 부처 업무에서 '노동'과 '고용' 비중을 7대 3 정도로 배분했다고 밝혔다. 주 52시간 근로시간 단축, 시간당 최저임금 1만원 달성을 위한 2년 연속 두 자릿수 인상이 노동에 무게를 둔 김 장관 임기 때 결정된 정책이다. 산업통상자원부, 국토교통부, 중소벤처기업부 등 산업 육성과 고용에 목소리를 낼 부처가 많으니 고용노동부만이라도 노동 쪽으로 기우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지를 보였다.
실제로 고용보다는 노동에 힘을 준 정책이 이어졌다. 공교롭게도 지난해 세계 경제가 호황을 보이는 가운데 우리나라만 최악의 고용 참사를 겪었다.
정부는 일자리 정책을 강조했지만 지난해 월 평균 취업자 증가는 10만명 수준으로 전년(32만명) 3분의 1에 그쳤다. 실업자는 외환위기 이후 처음으로 9개월 연속 100만명을 넘었다. 정부는 일자리안정자금을 포함한 각종 보조금을 쏟아 부었지만 고용한파를 막지 못했다.
고용난이 가중되는 상황에서 지난해 10월 후임 장관으로 이재갑 전 근로복지공단 이사장이 구원투수로 등장했다. 30년 경력의 고용 정책 전문가다. 노동계 출신인 김영주 전 장관과는 다르게 고용과 노동 정책을 균형 있게 펼쳐 줄 것으로 기대가 모아졌다. 이 장관은 취임 직후 고용과 노동 무게를 5대 5로 균등하게 두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 장관 의지가 무색하게 고용노동부의 노동 중심 기조는 달라지지 않았다. 이 장관 부임 후 떠오른 탄력근로제 단위 기간 확대 논의는 해를 넘겼고, 산업안전보건법 전부개정안은 업계 우려 속에 통과됐다. 주휴수당 지급을 공식화한 최저임금법 시행령 개정도 경영계 반발을 묵인한 채 완료됐다. 주요 이슈마다 고용의 주축인 기업·경영계 의견은 반영하지 않고 노동자 권익을 보장하거나 늘리는 방향으로 결정됐다.
고용노동부는 기업과 소상공인의 생존권 보장을 요구하는 호소를 외면하면서 원칙과 노동존중사회라는 이상을 실현하기 위한 일방통행만 계속하고 있다. 지금 우리나라엔 고용을 뗀 노동부만 있다.
함봉균 산업정책부(세종) 기자 hbkon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