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부동산 시장에서 가장 뜨거운 단어는 이른바 '스세권'이다. '스타벅스 세권'을 줄인 말이다. 스타벅스가 입점한 건물을 드나드는 유동인구와 가치가 올라감에 따라 스타벅스 입점을 두고 경쟁이 뜨겁기 때문이다. 시대상을 반영하는 유행어인 스세권이란 단어가 생겨나는 현상은 부동산 산업 패러다임이 송두리째 바뀌고 있는 상황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과거 경기 활황기에 개발 및 매각 중심이던 부동산 시장이 경기 성숙기에 접어들면서 점차 운영 및 가치 창출 중심으로 대전환기를 맞았다. 지난해 2분기 서울 도심 오피스빌딩 공실률은 무려 13.2%로 10년 연속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이 같은 현상은 일본에서 선행됐다. 일본은 장기 경기 침체기에 접어들자 오피스 공실이 증가했다. 부동산 산업이 신규 개발 위주에서 건물 가치를 높이는 운영 중심으로 전환됐다. 우리도 일본 전철을 밟고 있는 셈이다.
산업 변화는 언제나 스타트업에 기회다. 특히 부동산 산업 패러다임이 가치 중심으로 바뀌면서 급격하게 '프롭테크' 시대로 들어서고 있다. 프롭테크는 자산을 뜻하는 '프로퍼티(property)'와 기술을 뜻하는 '테크놀로지(technology)'의 합성어다. 기술을 통해 자산 가치를 높여 주는 산업을 의미한다. 프롭테크는 최근 혁신 진원지인 미국 실리콘밸리에서도 뜨거운 이슈다. 지난해 9월 27일 손정의 회장의 소프트뱅크 비전펀드는 미국 프롭테크 스타트업 '오픈도어'에 4억달러(약 4500억원)를 투자, 세계 정보기술(IT) 업계 빅뉴스가 됐다. 오픈도어는 주택 가격 평가 스타트업으로, 주택을 매입한 고객에게 대출과 보험 등 원스톱 서비스를 제공한다. 4년차 신생 스타트업 오픈도어의 기업 가치는 현재 20억달러(2조3000억원)에 육박한다. 비전펀드가 투자한 프롭테크 기업은 건설 분야 카데라, 공유오피스 위워크, 주택보험 분야 레모네이드, 호텔 분야 오요까지 투자 포트폴리오가 갈수록 많아지고 있다.
특히 프롭테크와 공유경제가 만나면서 공유오피스도 부동산 산업의 새로운 축으로 자리 잡고 있다. 공유오피스의 급격한 성장은 단기 트렌드가 아니다. 부동산 산업 진화와 기업이 일하는 방식 전환이 절묘하게 맞물린 거대한 변화로 볼 수 있다. 기업의 일하는 방식이 과거 조직 중심에서 프로젝트 중심으로 바뀌면서 사무실을 바라보는 관점이 달라졌기 때문이다. 2~3년 후 조직 규모를 가늠할 수 없는 상황에서 부동산을 계약하고, 막대한 예산을 투입해 인테리어하고, 사옥을 운영하는 것은 분명 커다란 위험 요소다. 공유오피스는 이를 말끔하게 해결할 수 있는 솔루션이 되고 있다. 더욱이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의 거대한 물결은 기업에 변화와 예측 불가능성이 되고 있다. 여기에 밀레니엄 세대의 일하는 방식과 문화는 전통 사무실 개념에서 공유오피스로의 전환에 기폭제로 작용하고 있다. 또 오피스 외 건물을 구성하는 또 다른 구성 요소인 리테일, 식음료(F&B) 등 영역에서도 오버더디시 같은 플랫폼형 운영 모델을 비롯해 공유주방과 유휴공간 대관 등 다양한 사업 모델이 매우 빠른 속도로 부동산 모습을 바꿔 갈 것이다.
프롭테크 산업이 중요해지면서 세계 프롭테크 기업이 4000개를 넘어섰고, 투자 유치액도 78억달러를 넘어서고 있다. 세계 프롭테크 투자 절반을 차지하고 있는 미국은 공유숙박업 에어비앤비를 필두로 공유오피스 위워크, 인테리어 전문업 하우즈, 상업용 부동산 옥션 텐엑스가 프롭테크 분야 유니콘 기업으로 성장했다.
우리나라 프롭테크는 이제 겨우 걸음마를 뗐다. 그동안 혁신 사각지대이던 부동산 영역에서 끊임없이 기회가 열리고 있다. 새로 열리는 시장에서는 몸집이 아니라 혁신과 변화 속도를 통해 그 주인공이 결정될 것이다. 새해에는 프롭테크 산업에 더 많은 혁신 주인공이 도전하고 성장하며, 한국 프롭테크 가능성을 증명하는 전기가 되길 바란다.
목진건 스파크플러스 대표 info@sparkplus.c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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