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최저임금 1만원, 앞당기는 게 전부는 아니다

정부가 7일 최저임금 결정 구조 개편 초안을 발표했다. 최저임금위원회에 '구간설정위원회'와 '결정위원회'를 둬 최저임금 결정 구조를 이원화하는 것이 핵심이다. 구간설정위 전문가가 경제 현실을 감안해 최저임금 상·하한 구간을 먼저 정한다. 인상 폭을 둘러싼 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다. 과거 벌어진 0%(사측)와 79.2% 인상(노측) 간 극한 대립을 방지한다.

최저임금은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줄곧 뜨거운 감자였다. 문 대통령은 대통령 선거 후보 시절에 '2020년 최저임금 1만원'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새 정부 인수위원회 역할을 한 국정기획자문위원회가 수립한 '문재인 정부 국정운영 5개년 계획'에도 반영됐다. 국민 기본소득을 확충해 소득 주도 성장을 이룬다는 구상이었다.

좋은 그림이었다. 임금을 올려 준다는데 마다할 근로자는 없었다. 임금이 오르면 가계소득이 늘어나고, 소비 증대와 내수 활성화로 이어진다.

문제는 이상과 현실이 달랐다는 점이다. 정작 임금을 올려서 지급해야 할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은 준비가 되지 않았다. 2018년 16.4%에 이어 2019년 10.9%로 2년 연속 두 자릿수 최저임금 인상률이 결정되자 곳곳에서 '악' 소리가 터져 나왔다. 고용주뿐만 아니라 근로자 사이에서도 불만이 표출됐다. 높아진 최저임금을 견디지 못한 고용주가 직원을 줄이거나 근무시간을 나눴기 때문이다. 고용 시장 현실을 간과한 채 목표점만 보고 달려 나간 결과였다.

늦었지만 정부가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부작용을 줄이기 위해 결정 구조를 개편한 것은 바람직하다. 이것만으로 최저임금 논란이 해소되진 않겠지만 현장에서 지속 제기된 '속도 조절'에 귀를 기울였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이제부터가 중요하다. 실제 경제 상황을 감안한 인상 폭이 나오도록 지속된 협의가 필요하다. 현장과 동떨어진 정책은 재검토해야 한다.

지난해 문 대통령은 2020년 최저임금 1만원 목표 달성이 어려워졌다며 가능한 조기 실현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이른 실현도 중요하지만 적정한 실현 방안을 먼저 고민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