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반도체 육성 전략이 차질을 빚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중국 푸젠진화와 D램을 함께 개발해 온 대만 UMC가 관련 개발팀을 해체하고 있다는 것이다. 푸젠진화는 중국 반도체 굴기의 중심에 있는 기업이다. UMC는 이런 푸젠진화에 기술을 지원해 왔다. UMC는 2016년부터 푸젠진화와 D램을 공동 개발했다. 그러나 미국 마이크론의 기술을 빼돌리고, 이를 푸젠진화와 사용한 혐의로 UMC는 푸젠진화와 함께 미국 법무부에 의해 지난해 말 기소됐다. UMC는 미국 압박이 거세지자 푸젠진화와의 협력을 중단한 데 이어 완전 철수까지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UMC와 푸젠진화의 협력 차질은 국내 반도체 업계에 다행스런 소식이다. 중국의 반도체 육성 전략은 국내 산업계에 잠재 위협 요인 가운데 하나였기 때문이다. 최근 세계 메모리 경기가 빠르게 식고 있는 와중에 중국까지 공급에 가세하게 되면 아직 기술 격차가 상당하다 해도 부담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이후를 살피면 또 다른 걱정이 앞선다. UMC가 발을 뺀다 해도 중국은 반도체 기술 확보를 중단하지 않을 것이고, 그 타깃이 한국이 될지도 모른다. 국내 반도체 업계 한 인사는 초기에 대만 인력을 영입해서 개발을 시작한 중국 반도체 회사가 성과가 잘 나지 않자 한국 인력으로 교체하려는 움직임이 있다고 말했다. 그 인사는 “중국의 반도체 굴기가 차질을 빚고 있다는 얘기지만 한편으로는 한국 인재 영입에 속도를 내겠다는 뜻이어서 인력 유출 문제가 커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기우로 여겨졌지만 때마침 삼성에서 반도체 개발을 담당한 전직 임원이 중국으로 이직했다는 소식이 나왔다.
걱정도 지나치면 독이 된다. 그러나 반도체 자립을 꿈꾸는 중국에 대한 경계심은 결코 과유불급이 아니다. 소를 잃으면 외양간은 고칠 필요가 없다. 모든 것이 끝났기 때문이다. 그 전에 철저한 대비만 있을 뿐이다.
윤건일 전자/부품 전문기자 beny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