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이번엔 현대건설기계…공정위 '기술유용' 적발 연이어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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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의 중소기업 기술 유용 사례 적발이 늘고 있다.

기술유용 근절을 국정과제로 선정, 정책역량을 집중한 결과 1년 반 만에 총 3건을 적발했다. 기술유용 금지 규정 신설 후 지난 7년간 실질 제재가 1건에 그쳤던 점을 고려하면 큰 변화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새해 전기전자·화학, 내년엔 소프트웨어(SW) 기업의 기술 유용을 집중 감시할 방침이라 적발 사례는 더 늘어날 전망이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공정위 사무처는 최근 현대건설기계의 기술 유용 혐의를 적발해 심사보고서(검찰의 기소장에 해당)를 상정했다. 공정위는 현대건설기계 소명을 청취한 후 이르면 다음달 심의(소회의)를 열어 위법성과 제재 수준을 결정한다.

현대건설기계는 기계 분야 중소기업 기술을 유용한 혐의를 받는다. 공정위는 지난해 기술 유용 집중감시 업종으로 '기계'와 '자동차'를 선정해 조사 역량을 집중했다.

현대건설기계 위법 여부가 확정되면 국내 건설기계 톱3 업체(두산인프라코어, 현대건설기계, 볼보그룹코리아)가 모두 제재를 받는 셈이다.

공정위는 지난해 중순 두산인프라코어의 기술 유용을 적발, 과징금 3억7900만원을 부과하고 법인과 직원 5명을 검찰에 고발했다. 작년 말에는 볼보그룹코리아의 기술보호 절차 규정 위반을 적발해 과징금 2000만원을 부과했다.

현대건설기계 관계자는 “공정위가 공식 발표한 사안이 아니라 별도 언급할 말은 없다”고 밝혔다. 공정위 관계자는 “사건 관련해서는 발언할 수 없다”고 말했다.

공정위가 1년 반 만에 세 건의 기술 유용을 적발한 것은 괄목할 변화다.

중소기업은 대기업에 기술을 빼앗겨도 보복이 두려워 신고를 꺼리는데다, 신고 후에는 대기업 회유로 합의하는 경우가 많아 적발이 까다롭다. 실제 기술유용 금지 규정이 제정된 2010년 이후 7년 동안 공정위 실질 제재(과징금 이상)는 한 건에 불과했다. 또 다른 4건 적발도 있었지만 시정명령으로 종결됐다.

공정위가 관련 제도를 대폭 정비하고, '기술유용감시팀'을 신설해 선제적 직권조사에 나서는 등 정책 역량을 집중한 결과로 풀이된다. 분야별 전문가로 구성된 '기술심사자문위원회'를 설치한 것도 유효했다는 평가다.

법조계 관계자는 “혐의를 부인하는 대기업은 보통 '해당 기술이 시장에서 이미 널리 쓰이는 범용화된 것'이라는 논리로 빠져나가려 한다”며 “전문가 판단이 기술 유용 입증에 핵심이 되는 만큼 기술심사자문위원회 역할이 중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기술유용 적발은 새해에도 계속될 전망이다. 공정위는 올해 전기전자·화학, 내년엔 SW 등을 집중 감시업종으로 선정해 직권조사에 나설 방침이다.

업계 관계자는 “기술유용 제재 사례가 계속 나오면 피해 중소기업 신고도 더 활발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유선일 경제정책 기자 ysi@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