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엔진 두 공룡 힘겨루기, 유니티 약관 변경으로 일단락

게임 엔진 두 공룡 힘겨루기, 유니티 약관 변경으로 일단락

유니티테크놀로지와 에픽게임즈가 스페이셜OS 지원 중단을 놓고 펼치던 힘겨루기가 일단락됐다. 유니티가 한 발자국 뒤로 물러섰다. 앞으로도 게임 엔진업계 두 공룡 간 자존심 대결이 관심거리다.

유니티는 17일 자사 서비스 이용약관을 변경해 스페이셜OS 지원을 계속한다고 밝혔다. 접근 및 지원을 중단하기로 결정한 지 일주일 만이다. 이로써 거대 업체 간 자존심 싸움을 방불케 했던 사태는 진정국면에 들어섰다. 쟁점이 됐던 '열린 생태계'와 '이미 서비스 개발 중인 게임 지원 여부' 논란도 수그러들었다. 스페이셜OS를 사용하는 유니티 개발자는 서비스·개발 중인 콘텐츠, 추후 개발할 콘텐츠에 관계없이 이용할 수 있다. 스페이셜OS는 대규모 멀티플레이를 지원하는 클라우드 서비스로 호스팅, 운영, 스케일 작업을 수행한다.

유니티와 에픽게임즈 간 갈등은 유니티가 정식 라이선스를 받지 않은 클라우드 플랫폼 접근을 불허하면서 시작됐다. '임프로버블'이 개발한 스페이셜OS가 포함됐다. 유니티는 임프로버블이 유니티 기술과 이름을 라이선스 취득 없이 무단으로 부적절하게 사용하고 있어 지원 중단 결정을 내렸다.

스페이셜OS는 개발자가 직접 서버 프로그램을 조정해야 하는 아마존 웹 서비스(AWS), 마이크로소프트 애저와 달리 클라우드 인프라 단에서 자동으로 게임 서버를 실행한다. 유니티엔진 접근 권한이 필수다. 유니티는 이를 막았고 스페이셜OS를 사용하는 유니티 개발자는 강제 서비스 중단을 걱정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

팀 스위니 에픽게임즈 대표는 유니티 결정에 유감을 표했다. 동종업계 결정에 이견을 표현하는 건 이례적이다. 공평하고 공개된 비즈니스 조항, 개발자 선택에 대한 존중, 그리고 플랫폼, 소프트웨어, 서비스 간 같은 가치로 연결된 기업 커뮤니티에 무게감을 두고 열린 생태계 중요성을 강조했다. 개발자 출신 대표 관점이 반영됐다.

에픽게임즈는 클라우드 서버 사업자에게 요금을 받지 않았다. 궁지에 빠진 개발자를 돕기 위해 280억원가량 기금을 조성해 열린 생태계로 이행을 촉구했다.

이번 사태로 두 게임엔진 경쟁은 더 치열하게 진행될 전망이다. 외국계 미들웨어 관계자는 “유니티가 결정을 철회하며 한 발 뺀 모양새”라며 “이를 만회하기 위해 액션을 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두 게임엔진은 무료화부터 각종 기능 추가까지 실시간에 가까울 정도로 비슷하게 발전해왔다. 현재는 게임분야뿐만 아니라 자율주행, 디지털휴먼, 인테리어, 건축, 가상현실·증강현실(VR·AR), 인공지능, 군사, 의료, 영상 제작분야에서도 맞붙고 있다.

유니티는 신속하고 편리한 실시간 개발 측면에서 앞선다. 모바일게임 점유율이 압도적이다. 유니티에 따르면 2018년 4분기 기준 전세계 신규 모바일게임 50%가 유니티로 개발된 작품이다. 2년간 유니티 모바일 개발자 총 수익은 13조4000억원에 이른다. 1년간 유니티 기반 콘텐츠 설치 수는 280억개 수준이다.

VR·AR 분야에 점유율은 60% 이상이다. 포켓몬고를 필두로 다양한 작품이 개발됐다. 또 2018년 선댄스 영화제 뉴 프론티어 부문에 출품된 인터랙티브 콘텐츠 70%가 유니티로 제작됐다.

언리얼엔진 이용자는 전세계 7000만명 수준으로 추정된다. 2016년 3000만명, 2017년 5000만명을 기록하는 등 가파르게 성장했다. 포트나이트와 파라곤을 개발, 서비스하면서 얻은 노하우를 공유한다. 127억원 상당 파라곤 에셋을 무료로 풀어 화제가 되기도 했다.

대형 게임사의 언리얼엔진 신뢰는 두텁다. 언리얼엔진으로 개발한다는 말은 '고품질 그래픽'을 보증하는 수사가 됐다. 배틀그라운드, 로스트아크, 리니지2레볼루션, 프로젝트TL 같은 국내 대형 게임사 작품이 대표적이다.

올해 콘솔, PC, 모바일에서 언리얼엔진으로 만든 작품이 출시를 기다리고 있다. 파이널판타지7 리메이크, 아토믹 하트, 바이오뮤턴트, 코드 베인, 데이즈곤, 데몬X마키나, 점프포스, 마인크래프트:던전스, 킹덤하츠3, 램넌트:프롬 더 애쉬즈, 블러드스테인드, 요시 크래프트월드, 토치라이트 프론티어, 트레비스 스트라이크 어게인:노 모어 히어로즈 등이 개발 중이다.

이현수기자 hsoo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