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증권선물위원회가 고의 회계 분식 혐의로 삼성바이오로직스에 내린 제제 효력을 당분간 정지했다. 제제로 인한 기업 손실이 막대할 수 있고, 고의 분식회계로 단정짓기 어렵다는 이유다. 향후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제기한 행정소송에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서울행정법원 행정3부(박성규 부장판사)는 22일 삼성바이오로직스가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를 상대로 낸 집행정지를 인용했다. 증선위 제재는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제기한 행정 소송 결과가 나온 이후 30일이 되는 날까지 효력이 중단된다.
재판부는 집행정지 인용 이유로 기업 손해와 회계 위법 불명확성을 들었다. 증선위 처분으로 삼성바이오로직스에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가 발생함을 인정한 것이다. 고의 분식 회계 혐의 역시 본안 소송으로 다툴 여지가 있다고 봤다.
재판부는 금융감독원조차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처리가 적법하다고 판단한데다 다수 회계 전문가 역시 회계처리가 국제회계기준에 부합하다는 입장이라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본안 소송에서 판단을 받기도 전에 부패기업이라는 낙인이 찍힐 경우 기업 이미지와 신용이 훼손될 우려가 있다는 판단이다.
증선위가 내린 처분에 대해서도 우려를 나타냈다. 지난해 11월 증선위는 삼성바이오로직스가 2015년 말 자회사인 삼성바이오에피스를 종속회사에서 관계회사로 회계처리 기준을 변경하는 과정에서 고의로 분식회계를 했다고 발표했다. 고의 분식회계 규모만 4조5000억원이다. 이를 근거로 △대표이사 및 담당 임원 해임 권고 △감사인 지정 3년 △재무제표 재작성 △과징금 80억원 부과 등 처분을 내렸다. 이와 별도로 회사와 대표이사를 검찰에 고발했다.
재판부는 대표이사 해임 처분에 대해 대체 전문경영인 없이 해임될 경우 경영공백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재무제표 재적성은 주주, 채권자, 고객이 손해배상을 청구하거나 대여금 회수, 거래 단절 우려가 있다고 봤다. 감사인 지정 처분도 이를 이행하지 않으면 증선위가 삼성바이오로직스에 증권 발행 제한 등 추가 제재를 가할 수 있다며, 추가 손해를 막기 위해 효력을 정지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삼성바이오로직스 제재 효력을 정지한다고 해서 공공복리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것도 아니라고 강조했다. 오히려 삼성바이오로직에 당장 제재를 가할 경우 기업은 물론 소액 주주나 기존 이해관계인 역시 경제적 손해를 입게 될 우려가 있다고 봤다. 본안 판결로 적법성이 판명된 이후 제재하더라도 늦지 않다는 입장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 관계자는 “이번 재판부도 고의 분식회계 혐의가 다퉈볼 여지가 있다고 한 만큼 추후 행정소송에서 잘 설명해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증선위는 서울행정법원 제재 효력 정지 결정에 대해 구체적인 내용을 살펴본 뒤 즉시항고 여부 등 향후 대응방안을 검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전자신문 CIOBIZ] 정용철 의료/바이오 전문기자 jungyc@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