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국회의원 왜 하셨나요?

[기자수첩]국회의원 왜 하셨나요?

국회의원은 항상 바쁘다. 쉽게 만날 수 있는 사람이 아니다. 의정 활동도 해야 하고 정치 현안도 챙겨야 한다. 국회 상임위원회와 주요 외부 행사에도 참석해야 한다. 이른 아침부터 밤늦게까지 눈 코 뜰 새가 없다. 나라에서 의원 수행비서 등 보좌진 급여를 괜히 주는 게 아니다.연말이나 연초에는 더 바쁘다. 지역구에서 자신을 뽑아 여의도로 보내준 유권자에게 업무 보고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정확히 말하면 '의정활동보고'다. 국회의원으로서 나라와 지역을 위해 한 일(선거 당시 공략 이행 결과 등)과 앞으로 할 일을 종합 보고하는 식이다. 우편물, 문자메시지, 인터넷 게시물로 간단하게 갈음하기도 한다. 일부는 지역에 직접 내려가 의정보고회를 열고 유권자와 만난다.

비용도 나라에서 내준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의정 활동 보고는 '주권자인 국민 의사를 대변해 대의정치가 구현되도록 하는 것으로, 의원의 정치적 책무이자 고유한 직무 활동'이라고 정의한다.

의정 보고를 한 번도 하지 않은 20대 국회의원이 있다. 지역구에서 유권자 투표로 경쟁자를 물리치고 당선된 의원이다.

그는 손혜원 의원(무소속)이다. 손 의원 측은 “페이스북, 다음카페에 글을 게시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 설명했지만 다양한 유권자를 고려하면 이치에 맞지 않다.

손 의원은 최근 전남 목포와의 연관 검색어로 '핫' 하지만 사실 지역구는 서울시 마포구(을)다. 20대 총선 때 정청래 전 의원(더불어민주당) 지역구에 전략 공천됐다. 내년 4월에 있을 21대 총선에선 정 전 의원이 복귀할 것이라는 말이 나온다. 손 의원이 탈당하면서 서울마포을은 민주당 '사고 지역'이 됐다.

손 의원은 최근 논란을 해명하기 위해 기자들을 목포로 불러 모은 자리에서 “저는 절대로 목포를 떠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의정 보고는 법에서 강제 사항이 아니다. 손 의원이 재선에 뜻이 없기 때문일 수도 있다.

분명한 것은 하나다. '디자이너 손혜원'을 국회의원으로 만들어 준 사람은 마포구민이다. 지역구가 아닌 곳에서 더 화제가 되는 모습을 지켜보는 유권자 마음은 편치 않을 것 같다.

안영국 정치 기자 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