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F영화는 종종 인간이 실현하고자 하는 미래상을 반영한다. 각종 질병을 치료하는 의료로봇, 복제인간, 유전자 편집 인간 등 생명공학 기술도 중요한 영화 소재다. '마이크로결사대'란 SF 영화가 있다. 사람을 소형화해 인체에 들어가 뇌사에 빠진 사람을 치료한다는 내용이다.
실제로 아주 미세한 크기의 나노입자를 연구하는 분야인 나노테크놀로지는 의료기술을 포함한 전 분야에 활용돼 우리 일상을 바꿔나가고 있다. 나노미터 수준 물질 또는 소재를 활용한 웨어러블 스마트 센서, 생체이식형 의료기기 및 스마트 콘택트렌즈 등이 개발돼 상용화를 목전에 두고 있다. 세포 내 생체분자를 다양한 나노소재에 접목해 생체신호나 건강상태를 검사하는 스마트 진단기기를 포함해 현대의학 난제를 해결하는 나노 신약, 나노 재생의학, 나노 생체영상 기술 등이 발전하고 있다.
지난해는 신약 개발에 있어서 괄목한 성과를 이뤘다. 유전자 교정이 접목된 면역항암치료제인 CAR-T, 신약개발을 위한 AI 채택, RNA 간섭을 이용한 소형 RNA 치료제 FDA 승인 등과 더불어 진단기술 고도화를 통한 정밀의료 가시화 등이 눈에 띄는 대목이다. 신약개발 트렌드가 항체 신약, 소형 RNA 신약, 유전자 치료제 등 생체분자로 확대되고 있다.
질병이 있는 신체 부위로 정확하게 약물을 전달하는 방법의 개발도 중요하다. 면역조절 항체, 세포치료제, RNA 신약 등은 대부분 주사제로 처방돼는 단점을 가지고 있다. 앞으로 항암제 시장 판도를 바꿀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는 면역항암치료제 'CAR-T' 개발에 있어서도 유전자를 면역세포로 쉽게 도입할 수 있는 유전자 도입 기술이 개발돼야 한다.
나노 기술은 신약개발 분야에서도 다양한 치료제형 약물 전달, 핵산 및 유전자 도입 난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바이오융합 기술이 주목받고 있다.
약물전달 효율을 높이는 나노의약품 70여종 이상이 미국 FDA 승인을 받아 처방되고 있으며, EU에서도 다양한 나노의약품에 대한 검증이 이뤄지고 있다.
암 치료에도 나노입자가 활발하게 적용되고 있다. 기존 항암제는 암세포를 없애는 능력은 우수하지만 정상 세포도 함께 공격해 다양한 항암제 부작용을 초래하는 한계를 가지고 있다. 이런 부작용을 줄이기 위해 나노입자에 항암제를 충전해 선택적으로 표적하는 처방법이 개발되고 있다. 보다 우리 일상에 가까운 약물전달 기술로 파스, 상처 밴드, 피부 마스크 팩 등에서 나노 기술이 접목돼 상용화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생체 적합도가 탁월하고 유연한 나노바이오 소재를 바탕으로 약물을 충전하여 흡수율을 높이는 관절염 파스, 피부재생 마스크 팩 등의 기술도 가능해질 전망이다.
지금까지 개발된 나노소재 약물운반체로는 리포솜, 고분자, 및 자성 나노입자 등이 이용되고 있다. 미세한 크기의 나노소재는 혈류 속에서 빠르게 혼입돼 치료제가 작용해야 하는 세포나 조직 표적에 쉽게 접근할 수 있고, 물리화학적 특성 조작으로 세포 내로 쉽게 흡수되거나 이동이 가능한 나노 약물운반체로 제작이 가능하다.
작년 보건산업진흥원에서는 향후 10년 내 상용화가 가능한 의료기술로 '체내이식형 초정밀 약물전달기기'를 포함해 나노기술 접목기술로 봤다. 체액을 통한 암 조기 진단, AI 재활치료, 실시간 신체정보 활용 헬스케어 서비스, 항노화 요법, 생체 친화형 심혈관계 나노바이오 소재 등이 제시됐다. 대부분 나노기술 접목된 분야다.
빅데이터와 AI로 대변되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서 맞춤형 정밀의료는 새로운 의료 패러다임을 제시한다. 나노기술이 접목된 고부가가치 나노의료소재 개발은 맞춤형 정밀의료 시대 필수 연구 분야다.
4차 산업혁명이 바꾸어 가는 미래가 어떠한 영화적 상상력을 실현하는 시대가 될지 궁금해진다. 당뇨환자가 매일 인슐린 주사를 맞아야 하는 현실에서 배꼽 밑에 작은 인슐린 밴드를 하나만 붙여도 치료가 되는 영화 같은 미래가 현실이 되는 날을 기대해 본다.
이규선 한국생명공학연구원 바이오나노연구센터장 ekuse74@kribb.r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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