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는 '바이오 기술 시대'라 하지만 310개 유니콘 기업 가운데 바이오 기술 회사는 7개에 불과하다. 바이오 기술은 시장에서 상업 성공을 기대하기 어렵다. 많은 신약은 새로운 스타트업보다 불확실한 연구개발(R&D) 비용의 위험을 감수할 수 있는 거대 글로벌 제약회사에 의해 개발되고 있다. 우리나라 제약회사는 신약 개발보다 복제약을 값싸게 만드는 바이오시밀러에 집중하고 있다.
제약회사는 종종 자원 제약과 제품 성능 부족 등을 이유로 개발을 포기하거나 뒤로 미루는 경우가 있다. 또 어떤 특정의 질병을 위해 개발에 나섰다가 포기한 약이 다른 질병에 효과가 있어 개발 방향을 바꾼다. 제약 역사에는 개발 도중에 포기하고 다른 회사에 헐값에 매각한 제품이 크게 성공한 사례가 수없이 많다.
신약의 지식재산권을 인수해 임상시험과 상업화를 추구하는 로이반트 사이언스는 지난해 말 기업 가치 70억달러(약 8조원)를 인정받았다. 창업 4년 만이다. 회사는 이른바 인라이선스로 개발 중에 버려진 신약의 지식재산권을 구매, 자회사에서 임상시험과 마케팅으로 시장에서 성공을 꾀하는 사업 모델을 추구한다.
로이반트 자회사로는 △알츠하이머·치매·유전자 치료약을 개발하는 상장사 악소반트사이언스 △여성의 불임과 전립샘암 등의 치료제를 개발하는 마이오반트 △피부병 치료제를 개발하는 더마반트 △머크가 개발하던 과민 방광 치료제를 개발하는 우로반트 △중국과 아시아의 신약 개발을 목표로 하는 시노반트사이언스 등이 있다.
회사가 큰 투자를 받은 이유는 천재 창업가 비벡 라마스와미에 대한 기대 때문이다. 라마스와미는 인도에서 미국으로 이민 온 부모의 맏아들로 태어났다. 그의 아버지는 제너럴일렉트릭(GE)에 다녔고, 어머니는 제약회사에서 일하던 노인 전문 정신과 의사였다. 라마스와미는 고등학교를 수석 졸업했으며, 능숙한 피아노 연주자이자 유명 청소년 테니스 선수이기도 하다. 하버드대에서 정치동아리 회장을 맡기도 했다. 학생을 스타트업, 창업 어드바이저, 투자자와 연결해 주는 회사를 공동 창업한 뒤 카프만재단에 매각했다. 이 재단은 지금도 청년 창업을 돕는 플랫폼 '아이스타트(iStart)'라는 이름으로 활동하고 있다.
하버드대 생물학과를 최우수로 졸업한 라마스와미는 연구자나 학자가 되려던 계획을 접고 세상을 바꾸겠다는 꿈으로 헤지펀드 회사에 취업한다. 라마스와미는 QVT 파이낸셜이라는 뉴욕의 헤지 펀드회사 인터뷰에서 35억달러 거금을 굴리고 있는 펀드 매니저와 자신의 대학 졸업 논문인 줄기세포를 이용해 동물과 인간을 결합하는 새로운 생명체를 만드는 것의 윤리 문제에 대해 토론했다. 자신이 얼마나 바이오 기술에 익숙한 것인가를 과시하는 한편 그 지식을 바탕으로 C형 간염 치료제를 조기 발굴하고, 파머셋의 주식을 5달러에 사들인 뒤 137달러에 매각하는 등 대박을 연이어 터뜨렸다. 이러한 성공으로 그는 28세의 젊은 나이에 QVT에서 파트너가 되는 초고속 승진을 했다. 이 와중에 '지식 경험'을 목적으로 예일대 법대를 졸업했다.
이러한 경험을 바탕으로 라마스와미는 로이반트를 29세에 설립했다. 그해 악소반트사이언스를 설립, 몇 개월 만에 상장했다. QVT 파이낸셜이 이 젊은 천재의 신약 선별안에 대한 기대로 거금의 초기 투자를 해 줬고, 이어서 인수하는 신약의 가능성에 소프트뱅크의 비전 펀드 등이 거액을 투자했다. 이를 통해 지주사인 로이반트를 창업 4년 만에 바이오 산업의 가장 주목받는 유니콘 기업으로 일궜다.
최근에 개발하고 있던 약품이 연이어 실패하면서 제약회사 가운데 가장 큰 금액으로 상장한 자회사인 악소반트사이언스의 주가가 폭락했다. 여전히 제약 사업은 위험한 사업임을 보여 주고 있다. 그러나 많은 수의 개발 신약 포트폴리오는 준비된 천재의 스타트업에 거는 시장의 기대를 높게 만드는 비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