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1일 국회에서는 채이배 의원(바른미래당)이 발의한 '상생협력법 및 국세기본법 개정안' 관련 토론회가 열렸다. 대-중소기업 간 상생은 규제가 아닌 인센티브로 풀어야 하며, 정기 세무조사 면제에 대한 기업 선호도가 높은 만큼 '채찍'보다는 '당근'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것이 골자다. 자세하게는 위탁기업(대기업)이 상생 협력으로 수탁기업(중소기업) 종업원 임금 상승에 실질 기여를 할 경우 명백한 탈루 혐의가 없는 대기업에 한해 정기 세무조사를 면제함으로써 경영 활동 자율성을 보장해 주는 좋은 제도라 생각한다.
실제 중소기업을 운영하는 주위 지인의 이야기를 들어 보면 최근 주 52시간과 최저임금 인상으로 경영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한다. 위탁기업에서 납품 단가를 인하하면 수탁기업은 임금 삭감 또는 구조 조정으로 이어질 수 있어 더욱 현실에 맞는 법안이다. 이미 국내 중소기업은 중국과 인도 등 값싼 노동력을 제공하는 나라와는 제조 단가에서 경쟁이 되질 않는다. 그러나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세무 관련 담당자는 세무조사와 상생의 연관성에 대한 지적과 정부 부처별 인증제도에 동일한 인센티브 부여 우려 등을 이유로 난색을 표했다.
같은 달 소상공인연합회가 발표한 주휴수당 관련 설문 조사를 보면 '주휴수당 지급에 부담을 느끼는가'라는 질문에 96.8%가 '매우 그렇다', 2.4%가 '그렇다'고 답했다. 소상공인 10명 가운데 9명은 주휴수당 지급에 부담을 매우 크게 느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의 최저임금 인상을 통한 소득 주도 성장 정책에 소상공인과 중소기업인이 어려움을 더 토로하는 현실이다. 지난해 8월 정부는 최저임금 인상 후폭풍 대책으로 소상공인의 세무조사 면제 카드를 꺼냈다. 사업자가 제출한 소득세와 부가가치세 신고 내용 등에 대한 사후 검증을 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세무조사 면제 카드는 소상공인연합회로부터 큰 반발을 샀다. “우리더러 세금을 탈루하며 알아서 종업원 임금을 주라는 것이냐” “성실하게 세금을 내는 소상공인들이 탈세 집단으로 비쳐질까 봐 우려된다”는 목소리다. 이에 앞서 세무 관련 담당자 논리라면 과연 최저임금 인상과 세무조사 면제는 어떤 상관관계가 있는지 묻고 싶다. 또 이미 소상공인 반발을 산 세무조사 면제 정책을 올바른 곳에 사용할 의지가 있는지 궁금하다. 세무조사의 본래 취지를 잊고 단순히 경제 활동을 하는 집단에 휘두르는 칼이라 생각하진 않는지 자성이 필요하다.
다시 서두로 돌아가서 대-중소기업 간 상생을 위해서는 대기업이 갑질을 할 수 없도록 경제 구조 개선이 선행돼야 한다. 그 후 중소·중견기업의 경영 환경이 좋아지면 그 여력을 바탕으로 시장 상황에 발맞춘 최저임금 인상이 이뤄지는 것이 순리다. 지난 정부 시절에는 대기업의 잔여 이익에 세율을 비례해서 추가 세금을 걷은 뒤 분배하는 인센티브 제도와 투자·상생협력촉진세제가 있었지만 실효성이 없고 오히려 이를 악용하는 사례도 있었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도 임기 내내 임금 인상과 소비 촉진을 외쳤지만 기업이 따라오지 않자 정부 시책에 부응하는 기업에 법인세를 깎아 주는 인센티브 제도를 실시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정부도 리쇼어링 정책을 강화하며 법인세율을 최고 21%까지 내렸다. 상생 협력 프로세스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대기업들이 자발적으로 만들 수 있도록 인센티브를 도입해야 한다. 중소기업의 애로 사항을 해소해 줄 수 있는 '상생협력법 및 국세기본법 개정안'에 좋은 소식이 깃들길 희망한다.
서영호 경희대 교수 겸 한국경영커뮤니케이션학회장 suhy@kh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