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는 12일 “청와대는 소통이 여전히 부족하다”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경제인을 잇따라 만나는 등 경제행보에 대해선 “이야기만 듣고 해법은 제시하지 못한다”고 일침했다.
손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바른미래당 창당 1주년 기념 기자회견에서 이 같은 견해를 밝혔다. 손 대표는 앞서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이 취임 인사차 방문했을 때 '(청와대가) 소통이 부족하다'고 강조한 바 있다. 손 대표는 “청와대에서 이렇다할 대답이 없다”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의 최근 경제행보에 대해선 “대통령을 만난 벤처기업 대표가 주 52시간 근무제를 거론하며 자신들에겐 새로운 규제라고 토로할 때 사진만 찍고 이야기만 들은 것”이라며 “대통령은 야당 대표와 달리 이야기를 듣는데서 끝나면 안 된다. 해법을 내놔야 하는데 청와대 참모들도 아무런 말이 없다”고 했다. 대통령이 정말로 시장을 중시한다면 기업 활동에 활력을 주는 행보를 보여야 한다고 덧붙였다.
창당 1년 동안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 등 거대 양당 사이에서 △특별활동비 개선 △의원 세비 장학금 기탁 △연동형 비례대표제 협상 합의 △유치원 3법 패스트트랙 선정 등을 성과로 꼽았다.
창당 이후 갈등이 이어지는 당 정체성 문제와 관련해선 “진보를 배제하지도, 보수를 버리지도 않는다”고 강조했다. 그는 “합리적 진보와 개혁적 보수는 우리 사회의 소중한 자산이고 우리의 미래로, 이를 함께 아우르는 게 바른미래당의 길”이라며 “그것이 중도개혁 정치이며 중도 통합의 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중도는 중간노선이 아니라 그때 그곳에 맞는 정치, 역사적, 시대적으로 옳은 길을 택하는 정치”라며 “오늘날 우리는 경제는 시장경제, 안보는 평화정책을 취하는게 중도개혁의 길이고 민주주의를 한 단계 더 발전시키는 중도 통합 정치”라고 했다.
유승민 전 공동대표가 당 국회의원 연찬회에서 당의 정체성으로 '개혁보수'를 강조한데 대해선 “어떻게 보수만 갖고 정치를 해 나갈 수 있나”라고 반문했다. 진보와 보수를 모두 받아들여 통합하는 것이 중도 통합의 길로 나아가는 길이라고 부연했다.
유 전 공동대표에 대해선 “개혁보수를 말하지만 합리적 진보를 배제하는 게 아닌 만큼 하나로 통합될 수 있다”고 믿음을 나타냈다.
손 대표는 “민주당의 부패하고 무능한 모습, 한국당의 찌들고 병든 추태를 보라. 양극단을 물리쳐야 하는 것이 바른미래당의 과제”라고 역설했다. 한국당 일부 의원의 '5·18 망언'을 거론하며 “양극단 정치가 망언의 근본적 원인”이라고 꼬집었다. 연동형 비례대표제(정당득표율에 정비례하는 의석배분 선거제도)로의 선거제 개혁 필요성을 재차 강조했다.
당 지지율 정체와 관련해선 “우리는 지금 고난의 행군을 하고 있다”며 “우리가 뿌리를 내리고 중도개혁이 정치의 중심으로 자리 잡으면 지지율도 올라갈 것이다. 가깝게는 상반기, 본격적으로 중반기가 넘어서 그렇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손 대표는 안철수 전 의원에 대해 “때가 되면 당에 기여할 것”이라고 전했다. 민주평화당과의 통합은 “거론할 일이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안영국 정치 기자 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