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는 시민단체다. 5세대(5G) 이동통신 요금 인상을 최대한 억제해야 한다는 주장을 공개적으로 표명했다.
시민단체가 지속적으로 이통 요금 인하를 주장하고 요구했다는 사실을 상기하면 그리 놀랄 일도 아니고 새삼스럽지도 않다.
그러나 선전포고라는 점에서 이전과는 차이가 확연하다. 종전에는 출시된 요금을 인하하라고 주장했지만 이번에는 앞으로 출시될 5G 요금을 타깃으로 했다.
5G 요금 설계를 고민하고 있는 이통사에는 적잖은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전례에 비춰 보면 이통사 논리는 이기주의로 치부될 공산이 크다.
시민단체의 5G 요금 이슈 제기로 다음 달 5G 요금 출시 이전까지 갑론을박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통사가 초기 투자비 등 그럴듯한 논리를 동원해 시민단체 공격을 방어하겠지만 역부족이 아닐까 싶다. 이통 요금이 낮아진다는 데 마다할 소비자가 어디 있겠는가.
이통 요금을 둘러싼 논란은 2년여 전에도 불거졌다. 당시에는 정치권과 정부였다. 2017년 국정기획자문위원회가 대통령 공약인 이통 기본료 폐지 대안으로 제안한 보편요금제가 화두로 떠올랐다.
이통사와 통신 전문가는 보편요금제가 정부의 과도한 시장 개입으로, 유례를 찾아 볼 수 없는 강력한 규제라며 반대했다. 반면에 국정기획자문위원회는 사회적 논의기구인 가계통신비 정책협의회와 규제개혁위원회, 국무회의를 거쳐 국회에 보편요금제 도입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법률개정(안)을 제출했다.
이통사가 보편요금제와 유사한 수준의 요금을 출시하며, 보편요금제 도입 논의는 유야무야됐다. 정치권과 정부의 집요한 몰아붙이기에 이통 요금은 사실상 인하됐다.
정치권과 정부는 전리품을 챙겼다. 이통사는 요금 인하로 수익성 악화라는 부담을 감수하고 있다.
정부도 인정하듯 5G 네트워크는 이전과 달리 4차 산업혁명 핵심 인프라로, 정보통신기술(ICT) 산업 발전은 물론 이종산업 간 융합과 혁신을 촉발시킬 국가 기간 인프라다. 국민 삶 향상에도 기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세계 최초의 5G 상용화보다 중요한 건 세계 최고 수준의 5G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것이다. 5G 네트워크가 제대로 구현되지 못하면 ICT 산업 발전도, 융합과 혁신에도 제동이 걸릴 수밖에 없다.
시민단체가 5G 요금 인상을 억제해야 한다고 주장한 논리는 이전과 다르지 않다. 가계 부담이 큰 반면에 이통사는 과다한 이익을 올리고 있다는 것이다. 이통사가 이용자로부터 얻은 과도한 이익을 이용자에게 되돌려주어야 한다는 논리다. 그렇다면 반대로 이통사가 5G에서 적자 내면 요금을 올려야 한다고 주장할 지 의문이다.
주지하다시피 이통 요금은 정치권과 시민단체엔 단골메뉴다. 선거 때마다, 국회가 열릴 때마다 여론을 배경으로 제기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일각에선 내년 총선 때도 이통 요금 인하 요구가 되풀이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어찌됐든 이통사는 5G 상용화와 통신비 인하라는 양립이 쉽지 않은 두 가지 가치를 동시에 이행해야 하는 현실에 직면했다. 그런데 도대체 언제까지 정치권과 시민단체가 이통 요금을 좌지우지할 건가.
5G 요금은 기업과 시장이 결정하도록 하는 게 순리다. 당장 이통사가 여론을 무시하고 국민에게 부담되는 5G 요금을 내놓을 리 만무하다. 또 정부가 국민에게 부담이 될 5G 요금을 용인할 가능성도 '제로(0)'다.
김원배 통신방송부 데스크 adolfkim@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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