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마트 등의 카드 프로모션이 사라질 위기에 놓였다.
신용카드사가 대형마트는 물론 정부 산하기관, 동종업계인 금융사에 이르기까지 대형 가맹점에 줄줄이 신용카드·체크카드 결제 수수료 인상을 통보했다. A마트 등 일부 대형 가맹점은 카드사로부터 일방 통보를 받고 '카드사 제휴 프로모션 해지' 등 초강수를 검토하고 있어 소비자 피해가 예상된다.
우회 리베이트까지 제공하며 공생관계를 유지해 온 카드사와 대형 가맹점이 영세 가맹점 수수료 인하를 계기로 등을 돌리고 있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신한, 삼성, 현대 등 국내 8개 카드사가 일제히 연 매출 500억원 초과 대형 가맹점 대상으로 수수료 인상안을 통보했다. 최대 0.3%포인트(P) 인상이다.
카드사 출범 이래 대형 가맹점 대상으로 인상안을 통보한 건 처음이다. 결제 건수에 따라 수수료를 받아 온 카드사로서는 이들 가맹점이 최고 고객이기 때문이다.
이번 수수료 협상을 놓고 양측 입장은 팽팽하다. 카드업계는 적격 비용 산정을 통해 최적의 수수료율을 산출한 것이기 때문에 전혀 문제가 될 게 없다는 입장이다. 대형 가맹점은 엄연한 역차별이라며 맞섰다.
대형 마트 등과의 협상에 나섰지만 법적 소송으로 번질 가능성까지 있어 협상 성사 가능성은 보이지 않는다. 여신전문금융업법에도 대형 가맹점 수수료를 강제할 수 있는 조항 자체가 없어 이들 대형 가맹점이 협상을 거부하면 법적 소송 말고는 해결 방안이 없다.
한 유통가맹점 관계자는 “영세 가맹점 우대 혜택을 왜 대형 가맹점이 봐야 하냐”면서 “카드사가 아무런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수수료 재산정 수치를 통보해 와 법적 대응까지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카드사와 함께한 모든 고객 서비스를 중단하는 방안도 일부 검토하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비용 부담이 늘어난 대형 가맹점들이 이를 가격에 전가하면 결국 엉뚱하게 소비자가 피해를 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카드업계는 대형 가맹점 수수료 인상과 함께 부가서비스 축소와 카드 연회비 인상을 이달부터 본격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라정주 파이터치 연구원장은 “정부의 카드수수료 인하에 따라 과도한 부담을 안은 카드사가 생존을 위해 대형 가맹점 수수료 인상은 물론 부가서비스 축소, 연회비 인상 조치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면서 “카드서비스 생태계가 활기를 찾아 경제 성장에 이바지할 수 있도록 시장 친화형 시스템을 구축하는 방향으로 제도 개선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상황이 심각해지자 정부도 대형 가맹점 압박에 나섰다. 금융 당국이 부당하게 낮은 수수료를 카드사에 요구하면 처벌하겠다며 가맹점 대상으로 으름장을 놓고 있다. 그러나 법적 효력이 없어 실효성은 거의 없다.
길재식 금융산업 전문기자 osolgil@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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