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비즈니스플랫폼(NBP)이 국내 의료 클라우드 사업을 연이어 수주하며 시장 주도에 나섰다. 경쟁사 KT가 주춤한 데다 외산 클라우드 기업도 시장을 관망하고 있어 당분간 우위가 지속될 가능성이 짙다. 정부 주도 의료 클라우드 사업이 민간으로 확산되는 시점에 업계 간 경쟁이 본격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2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NBP는 공공·민간 의료 정보화 사업 대부분에 클라우드 사업자로 참여하면서 초기 시장 선점에 시동을 걸었다.
NBP가 의료 클라우드 분야 진출을 본격화한 것은 지난해 정밀의료병원정보시스템(P-HIS) 구축 사업에 참여하면서부터다. 약 280억원을 투입, 10여개 병원이 참여하는 국가전략프로젝트에 클라우드 사업자로 선정됐다. 올해 개발이 끝나면 전국 80여개 병원 공급을 목표로 사업 확산을 시작한다. 전국 단위로 NBP 클라우드를 공급할 기회가 된다.
최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인공지능 기반 정밀의료 솔루션 사업(닥터앤서)' 개발 사업에 클라우드 사업자로 추가 선정됐다. 지난해 착수 당시 카카오브레인이 클라우드 사업자로 선정됐지만 사업 품질 강화를 위해 NBP를 합류시켰다. 이 사업은 한국형 의료AI 모델 개발을 목표로 하여 2020년까지 정부 예산 270억원을 투입한다.
서울아산병원 관계자는 “NBP는 기존 카카오브레인과 함께 닥터앤서 클라우드 개발을 담당한다”면서 “서비스형인프라(IaaS) 영역에 특화돼 사업을 수행한다”고 설명했다.
민간 부문에서도 협업 모색이 한창이다. NBP는 서울대병원 정보기술(IT) 자회사인 이지케어텍과 클라우드 기반 HIS 개발을 진행한다. 상반기에 개발을 마치고 국내 중소병원 2~3곳을 대상으로 실증 사업을 펼친다. 공공은 물론 민간 개발 HIS에도 클라우드 인프라를 제공, 선점효과가 기대된다.
KT는 2017년 비트컴퓨터와 클라우드 HIS 사업 협약을 맺고 수요 발굴에 나섰지만 아직까지 레퍼런스를 확보하지 못했다. 연세의료원과 합작사인 파이디지털헬스케어도 클라우드 수요를 충족시킬 솔루션 사업을 하지 않아 발판 마련도 쉽지 않다.
국내 의료 클라우드 사업자로는 NBP, KT, 삼성SDS, 마이크로소프트(MS), 아마존웹서비스(AWS) 정도가 꼽힌다. 초기 국내 의료 클라우드 사업이 정부 주도로 진행되다 보니 외산 업체 참여는 제한적이다. 정부 의료 클라우드 사업이 민간에까지 확산돼 수요가 늘 경우 외산업체 참여도 본격화된다. 결국 P-HIS, 닥터앤서 등 정부가 개발한 결과물을 민간에 얼마나 확산시키는지 여부와 다양한 의료 솔루션을 클라우드와 결합한 서비스형소프트웨어(SaaS) 생태계를 먼저 조성한 기업이 주도권을 잡게 된다.
황희 분당서울대병원 최고정보책임자(CIO)는 “NBP, KT의 클라우드 서비스도 국내에서 충분히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면서 “해외 진출을 고려하는 솔루션 기업의 요구를 충족시키는 동시에 인공지능(AI), 빅데이터 등 다양한 솔루션 기업과 파트너십을 보유한 외산 기업과의 경쟁이 관건”이라고 조심스럽게 전망했다.
정용철 의료/바이오 전문기자 jungyc@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