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정기 주주총회 시즌이 도래했다. 기업들마다 이사회 구성과 사업계획 승인 등 주요 의안 처리 준비로 분주하다. '스튜어드십코드(기관투자자의 의결권 행사지침)'을 채택하면서 국민연금 등 대형 기관투자자가 어떤 의견을 낼지, 이에 대한 대응은 어떻게 할지도 관심사다. 섀도 보팅 폐지에 따라 의결 정족수를 채우지 못해 의안을 처리하지 못할까봐 고민하는 기업도 있다.
◇새 이사회 구성 관심…주요 기업 오너가 거취 주목
삼성전자는 올해 주총을 20일로 결정했다. 주총이 몰리는 '슈퍼 주총데이'를 피해 일정을 잡은 것이 눈에 띈다. 지난해 5월 주식을 액면분할한 이후 열리는 첫 주총으로, 소액주주의 주주권을 보장하기 위한 결정으로 보인다. 액면분할로 주주 수도 크게 늘어난 만큼 올해 주총 참여자도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주총에서는 김한조 하나금융 나눔재단 이사장과 안규리 서울대 의대 교수를 새 사외이사로 추천한다. 임기가 종료되는 사외이사 3명 가운데 송광수 전 검찰총장, 이인호 전 신한은행장 후임이다. 두 사람은 각각 재무·회계와 의학 분야 전문가이지만 사회공헌 부문에서 활동하는 것이 공통점이다.
현대차그룹은 정의선 수석부회장 체제 구축이 핵심 이슈다. 22일 현대자동차와 현대모비스가 각각 주총을 열고 정 부회장을 사내이사로 선임할 예정이다. 이후 26일 각각 이사회를 열고 정 부회장의 신규 대표이사 선임을 추진한다. 이번 결정은 총수 일가의 책임경영을 강화하기 위한 조치다.
SK그룹에서는 최태원 SK 회장이 그룹 지주회사인 SK 이사회 의장에서 물러난다. 이사회 중심의 책임 경영을 강화하기 위한 조치로 분석된다. 5일 열리는 주총에서 염재호 고려대 총장을 새 사외이사로 선임하고, 이사회 의장에 맡길 것으로 알려졌다.
LG그룹에서는 구본준 부회장이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는데 따른 변화가 예상된다. 구 부회장은 15일 열리는 LG전자 주총에서 기타비상무이사 자리에서 물러나고, 권영수 ㈜LG 부회장이 신규 기타비상무이사로 선임될 예정이다.
권 부회장은 구 부회장과 하현회 부회장이 맡았던 주력 계열사 중 일부 기타비상무이사 자리도 맡을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주총 대란 더 커지나
2017년 말 섀도보팅을 폐지한데 따른 파급 효과가 얼마나 미칠지도 주목된다. 정족수 미달로 주총이 열리지 못하거나 주요 안건을 처리하지 못하는 등 주총 대란이 발생할 가능성도 나온다. 섀도보팅은 주총에 불참한 주식을 참석 주식 수 찬반 비율에 따라 의결권을 행사한 것으로 보는 제도다. 일부 기업이 이 제도를 악용하면서 소액주주의 주총 참여를 독려하기 보다 쉽게 정족수를 확보하고, 주총을 형식적으로 만들었다는 지적이 제기되면서 폐지됐다.
섀도보팅 폐지 후 첫 해인 지난해에도 주총 대란 우려가 나왔고, 실제로 상장사 76곳이 의결 정족수 미달 사태를 겪었다. 지난해 주총 부결 사태를 겪은 기업 중 70% 이상이 감사 선임 건에서 문제를 겪었다. 감사 선임시 대주주 등의 의결권이 전체 지분 3%로 제한되는 규정 때문이다. 대주주 지분을 제외한 소액주주 지분으로 의결 정족수를 채우는 데 실패하면서 부결 사태가 발생했다. 올해는 지난해보다 더 많은 상장사가 감사 선임시 정족수 미달 문제에 직면할 것으로 보인다.
◇물음표 못 뗀 전자투표
전자투표는 소액주주의 주총 참여를 확대하기 위한 대안으로 꼽힌다. 하지만 전자투표를 도입해도, 주주 참여율이 낮아 한계가 있다. 전자투표제 효과에 대한 의문부호가 남는 이유다.
실제로 지난해 7월 기준으로 전자투표를 이용한 주주 수는 전체 대상자의 0.5%에 불과했다. 주식 수 기준으로도 의결권 행사 비율이 3.76%에 그쳤다. 그나마 2017년 2.2% 보다는 소폭 상승했지만 의결 정족수를 채우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다.
반대로 경영에 문제가 있는 기업은 전자투표 도입을 망설인다. 소액주주들이 집단 행동을 할 경우 제대로 방어하기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재계 한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코스닥 등 중소기업 주식에 투자한 사람들은 장기 보유보다는 단기적 투자가치를 더 중요하게 본다”면서 “주주총회 참여 등 경영활동에는 큰 관심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때문에 재계에서는 결의 요건 완화 등 주총 부결 사태를 막기 위한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특히 감사 선임시 대주주 의결권을 3%로 제한한 규정을 보완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권건호 전자산업 전문기자 wingh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