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과 화합이 중요하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지난달 28일 취임 첫날 기자들에게 한 말이다. 제1야당 대표가 국민과 지역·계층이 아니라 당내 통합과 화합이 중요하다고 발언한 것은 한국당의 현 상황을 집약한다.
한국당 전당대회가 열린 27일 경기도 고양시 킨텍스에선 지지자들 사이에 고성과 함께 몸싸움이 벌어졌다. 결과에 승복하지 않는 모습도 보였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이 전당대회 막판 주요 이슈로 떠오른 것이 이상하지 않을 정도다. 한쪽에선 '애국'이라 하고 다른 한쪽에선 '극우'라 한다.
박 전 대통령 탄핵으로 촉발된 친박과 친이, 극보수와 중도보수 싸움은 현재진행형이다. 새누리당이 한국당, 바른미래당의 한 축인 바른정당 둘로 나뉜 것 역시 당내 분열이 컸다.
황 신임 대표의 어깨가 무거운 이유다. 내년 총선에서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독주를 막는 것만큼이나 당의 통합과 화합을 이뤄 내야 한다.
황 대표는 국무총리 시절 박 전 대통령 탄핵으로 촉발된 국민 분열 상황 속에서 국정을 이끈 경험이 있다. 대통령 권한대행으로서 공과에는 이견이 있지만 문재인 당선자가 대통령에 취임할 때까지 국정을 운영한 경험은 무시할 수 없다.
황 대표는 당장 최고위원이 된 김순례 의원과 당대표 경선에서 경쟁한 김진태 의원에 대한 징계를 결정해야 한다. 법과 역사가 규명한 5·18 민주화운동을 폄훼했다는 이유다. 징계 심사는 이들이 전당대회에 출마하면서 미뤄졌다.
황 대표는 징계와 관련해 “절차에 따라 하겠다”고 밝혔다. 황 대표가 어떠한 결정을 내리든지 당내 분열은 불가피하다. 박 전 대통령 탄핵 관련 이야기도 마찬가지다.
황 대표는 전당대회 개표 직전에 마무리 발언 대신 노래를 한 소절 불렀다. 최백호의 '입영전야' 가운데 “자 우리의 젊음을 위하여 잔을 들어라”였다.
한국당은 젊은 정당, 혁신 정당으로 탈바꿈할 수 있을까. 과거에 사로잡혀 소모성 이념 논쟁에서 벗어나지는 못할까. 답은 황교안 대표 결단에 달렸다.
안영국 정치 기자 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