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국제공항 입국장에 면세점이 설치되면 세관과 검역에 구멍이 뚫릴 수 있다는 인천공항공사 연구용역 결과가 나왔다. 설치 예정지가 짐을 찾는 수하물수취 공간이어서 혼잡도가 높아지기 때문이다.
3일 추경호 자유한국당 의원이 인천공항공사로부터 받은 '인천공항 입국장 면세점 위치선정 및 간섭사항 검토연구 용역' 보고서를 보면 인천공항공사는 T(터미널)1과 T2 모두 입국 후 짐을 찾는 캐로셀(수하물을 찾는 벨트)이 위치한 수하물수취 공간에 입국장 면세점을 설치할 계획이다.
인천공항공사는 해당 지역의 혼잡 우려를 이유로 세 가지 대안(위치 변경)을 함께 검토했다. 면세점 이용객이 벽면 좌우와 캐로셀 하단부에서 모두 진출입하면 일반 여객 및 면세점 진출입 여객 교차가 불가피하다.
한국교통연구원에 의뢰한 용역 결과 현재 위치보다 나은 곳은 없었다. 현 위치마저도 △차단봉 설치 △시간별 캐로셀 운영 조정 △캐로셀 크기 조정 △면세점 내외부 폐쇄회로(CC)TV 설치 △카트 보관 장소 마련 △안내 인력 배치 등이 요구된다.
문제는 혼잡도 증가로 인한 세관과 검역의 구멍이다. 동선 변경, 검역 회피, 감시 회피가 일어날 우려가 크다.
용역 보고서도 이 같은 문제를 지적했다. 세관에서 지정한 우범 여행자가 면세점을 경유하거나 이전과 다르게 동선이 다양화된다. 입국장 체류 시간도 증가하기 때문에 이를 추적하는 세관직원 충원이 필요하다. 입국장 면세점 내부 또는 주변에서 불법 물품을 은닉·전달하는 사례가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입국장 면세점 쇼핑에 따른 혼잡을 틈탄 불법행위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이를 감시하는 순회감시요원을 추가 확보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추가 쇼핑에 따른 과세 대상자 증가와 쇼핑을 마친 여행객이 동시에 세관검사대에 진입하기 때문에 세관검사대 혼잡이 예견된다고 보고했다.
농림과 축산 검역 부문에선 입국장 혼잡, 여행객 밀집, 입국 시간 예측 불가로 소독 대상자를 개별 확인한 뒤 축산 관계자가 입국센터로 인솔해서 소독해야 하는 부담이 있다. 현재는 입국하는 여객기 노선(편)의 질병 발생 위험도 및 검역 인력을 고려, 일부 여객기 및 여행객에만 집중 검역을 실시하고 있다.
수산 검역 부문에선 불법행위 등의 위험요소 증가로 검역기능이 저하, 국내 수생태계에 위험상황 발생을 초래할 수 있는 개연성이 존재한다고 경고했다. 추가인력을 확보해 검역을 강화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추 의원은 “1994년 한국공항공단의 입국장 면세점 설치 요청 이래 가장 큰 걸림돌은 테러, 밀수 등에 대한 보안과 감시상의 어려움이었다”면서 “과거 기획재정부, 관세청, 법무부를 비롯한 관계 기관이 반대해 온 가장 큰 이유도 국가 안보에 직결하는 문제였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추 의원은 “시범 사업 과정에서 이러한 점을 면밀하게 파악해서 입국장 면세점 확대 여부 결정에 반영하고, 범죄와 테러 위험에 노출되지 않도록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보다 앞서 정부는 지난해 9월 27일 제6차 혁신성장 관계장관회의에서 '입국장 면세점 도입방안'을 확정·발표했다. 국민 불편을 해소하고 해외 소비의 국내 전환을 통한 일자리 창출 및 공항의 글로벌 경쟁력 강화가 목표다.
기재부는 “세계 73개국(149개 공항)에서 입국장 면세점을 운영하고 있다”면서 “일본은 2017년 4월에 도입했고, 중국도 최근 대폭 확대하는 추세”라고 밝혔다.
인천공항공사는 이달부터 입국장 면세점 가격 입찰을 시작하고, 5월부터는 시범 운용에 들어갈 계획이다. 인천공항공사 관계자는 “제기되는 문제점 등은 용역보고 결과와 같이 대응책을 마련해서 해결할 방침”이라면서 “5월 시범 운용 때까진 미비점을 보완하겠다”고 말했다.
안영국 정치 기자 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