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4일 “판문점 선언과 평양 공동선언에서 합의된 남북 협력 사업을 속도감 있게 준비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미국과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 틀 속에서 남북 관계 발전을 통해 북미 대화에 도움을 줄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후 청와대에서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전체회의를 열고 2차 북미정상회담 평가 및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문 대통령의 NSC 전체회의 주재는 취임 후 8번째다.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 직후인 지난해 6월 14일에 이어 약 9개월 만이다.
이낙연 국무총리와 서훈 국가정보원장,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 강경화 외교부 장관, 조명균 통일부 장관, 정경두 국방부 장관을 비롯해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 정의용 청와대 안보실장, 김유근 안보 1차장, 김현종 2차장 등이 자리했다.
문 대통령은 “우리는 (북미) 양국이 대화를 계속해 내기를 바라고 양 정상이 빠른 시일 내에 만나 이번에 미뤄진 타결을 이뤄내길 기대한다”며 “그 과정에서 우리 역할도 다시 중요해졌다”고 강조했다. 이른바 '노딜'로 끝난 2차 북미정상회담에 실망하기보단 적극적인 중재자 역할, 한반도 운전자론을 재차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하노이 회담에서 불거진 북미간 입장차를 좁히는 방안 △현 대북 제재 틀 내에서 남북 협력 방안 △3·1절 기념사에서 제시한 신한반도 체제 확립 등을 주문했다.
남북 협력 관련해서는 미국이 현 제재를 유지하는 가운데 남북관계 발전과 북미대화에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라고 했다. 남북협력 사업에 대한 속도감 있는 준비도 요구했다.
문 대통령은 “2차 북미정상회담은 결과에서는 매우 아쉽지만, 그 동안 북미 양국이 대화를 통해 이룬 매우 중요한 성과를 확인할 수 있었다”고 평가했다. △영변 핵 시설의 완전한 폐기 논의 △부분적인 경제 제재 해제가 논의 △북한 내 미국 연락사무소의 설치가 논의 등을 주요 성과라고 했다.
문 대통령은 “영변 핵시설이 미국의 참관과 검증 하에 영구히 폐기되는 것이 가시권으로 들어왔다”며 “전면적으로, 완전히 폐기된다면 북한 비핵화는 진행 과정에 있어서 되돌릴 수 없는 단계로 접어든다고 평가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북한의 실질적 비핵화 조치와 그에 대한 미국의 상응조치를 함께 논의하는, 포괄적이고 상호적인 논의 단계로 들어섰다. 이 역시 대화의 큰 진전”이라고 덧붙였다.
북한 내 미국 연락사무소 설치 논의에 대해선 “영변 등 핵 시설이나 핵 무기 등 핵 물질이 폐기될 때 미국 전문가와 검증단이 활동할 수 있는 공간이 될 수 있다는 실용적인 계기”라고 풀이했다.
북미 간의 관계 정상화로 가는 중요한 과정으로서 큰 의미를 가진다고 부연했다.
과거와 달리 합의 불발에도 서로를 비난하지 않고 긴장을 높이지 않았고, 양 정상이 서로에 대한 변함없는 신뢰 표명하고 지속 대화를 통한 타결 의지를 분명히 한 점에 대해선 긍정적이라고 했다.
문 대통령은 “시간이 좀 더 걸릴 지라도 이번 회담이 더 큰 합의로 가는 과정이라는 기대를 가질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안영국 정치 기자 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