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가 개원 시한을 넘긴 녹지국제병원에 허가 취소 절차 돌입이라는 강수를 뒀다. 영리 병원으로는 국내 처음으로 허가했지만 개원 의지가 없다는 이유다. 모기업인 중국 루더(綠地)그룹과의 법정 공방 등 이후 과정도 험로가 예상된다.
제주도는 녹지병원이 현행 의료법이 정한 개원 기한(3월 4일)을 지키지 않으면 외국인의료기관 개설 허가 취소 전 청문을 진행한다고 루더그룹에 통보했다.
현행 의료법 제64조에는 '개설 신고나 개설 허가를 한 날로부터 3개월 이내 정당한 사유 없이 업무를 시작하지 않으면 개설 허가를 취소할 수 있다'고 명시됐다. 같은 법 제84조에 따르면 개설 허가 취소 처분을 하기 위해서는 당사자 등 의견을 듣고 증거를 조사하는 청문 절차를 실시해야 한다. 제주도는 관련 규정에 따라 5일부터 녹지국제병원 허가 취소 절차를 밟는다. 허가 취소 배경을 정당한 이유 없이 개원 시한을 넘긴 점을 들었다. 지난해 12월 5일 녹지국제병원은 내국인 진료를 제한하는 조건부 개설 허가를 받았다. 3개월 후인 3월 4일까지 개원해야 하지만 의료진, 시설, 장비 등을 갖추는 영업 준비 작업이 없었다.
특히 지난달 27일 개원 준비 상황 현장 점검도 기피하는 등 적극적인 영업 의지가 없었다고 판단했다. 한 차례 개원 시한 연장을 요청한 것 역시 제한적 허가에 반발한 소송에서 시간을 벌기 위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제주도는 “개설 허가를 한 후 3개월 동인 충분한 준비 기간이 있었지만 정당한 사유 없이 개원을 하지 않을 경우 허가를 취소할 수 있다”면서 “녹지 측이 개원 법정 기한인 4일을 넘길 경우 의료법에 따라 허가 취소 전 청문을 실시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제주도는 이날 루더그룹에 녹지국제병원 개원 기간 연장 요청을 승인하지 않은 이유, 개원 준비 상황 현장 점검 기피 행위가 의료법 위반임을 알리는 공문도 발송했다. 5일부터는 청문 주재자 산정과 처분사전통지서 교부 등을 거쳐 녹지국제병원에 대한 '외국의료기관 개설허가 취소 전 청문' 실시 절차에 들어간다.
제주도의 허가 취소 검토는 예정된 순서다. 90일 안에 개원해야 하는 녹지국제병원도 외국인에 한정하는 반쪽 허가는 사업성이 떨어졌다. 행정소송까지 제기한 상황에서 무리하게 병원을 개원할 필요가 없다. 제주도 역시 개원 시한 연장과 같은 끌려가는 모양새를 보이지 않기 위해서는 결단이 필요했다.
제주도는 5일부터 청문이 시작되면 한 달 정도 뒤에 모든 과정이 끝날 것으로 예상했다. 청문회 쟁점은 '외국인만 대상으로 한 조건부 개설 허가'가 될 가능성이 짙다. 실제 루더그룹은 지난달 15일 제주도를 상대로 조건부 허가 취소 소송을 제기했다. 그러나 제주도는 외국인 전용 영리 병원으로 개원하는 것에 대해 중앙 부처인 보건복지부의 의견을 구했고, 승인 허가도 외국인 전용으로 났기 때문에 조건부 허가는 문제되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이와 함께 루더그룹이 제기한 행정 소송도 전담 법률팀을 꾸려 대응한다는 계획이다.
안동우 제주도 정무부지사는 “녹지병원 모 기업인 루더그룹은 국토교통부 산하 공기업인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JDC)와 헬스케어타운의 사업 파트너인 만큼 양자 간에 헬스케어타운의 향후 사업 방안을 논의하기 바란다”고 말했다.
정용철 의료/바이오 전문기자 jungyc@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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