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지는 지난 1월 말부터 유망 나노 기업 8개사를 찾아 이들 기업의 경쟁력과 경영철학을 살펴봤다. '나노'라는 이름으로 묶였지만 △반도체 △소재 △정보기술(IT) △바이오·제약 △사물인터넷(IoT) 등 다양한 영역에서 활약하고 있는 기업을 만날 수 있었다. 이들 기업은 다양한 첨단 산업의 필수 기반이 되는 나노기술 특징을 잘 보여 주고 있었다.
나노 기업들은 모두 올해부터 본격적인 성과 창출을 기대하고 있었다. 국내외 고객사에 양산 공급이 본격화, 매출이 급증할 것으로 전망된다. 상장을 준비하는 기업도 여러 곳이다. 업계에서 흔히 쓰이는 표현으로 '죽음의 계곡'을 넘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긴 개발 기간과 개발비가 드는 소재 사업 특성상 제품화에 성공해서 매출을 올리기까지 시장 요구, 기술 개발 사이 간극을 넘지 못하면 사장될 수밖에 없다.
이들이 죽음의 계곡을 넘는 데는 정부 지원이 단비 역할을 했다. 초반 원천 기술을 제품화하기까지는 정부 과제를 통해 개발비를 지원받았다. 이후 고객사를 만나 시장에 제품을 내놓기까지 2012년에 시작된 나노융합기업 사업화 지원 프로그램인 'T+2B 사업' 지원도 컸다. 지원은 시제품 제작과 성능 평가부터 각종 전시회에 참가해 제품을 홍보하고 수요 기업을 연결 받기까지 전 과정에 걸쳐 이뤄졌다.
기업 대표들은 “최종 수요기업 인증을 받기까지 많은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에 긴 개발 기간과 개발비 등 현실적인 부분을 감안하지 않을 수 없었다”면서 “시제품을 제작하고 전시회에 참가해서 수요 기업과 만나고 제품을 알리는데 많은 지원을 받았다”고 고마움을 표했다.
국내에 구축된 나노융합 인프라도 많은 도움이 됐다. 나노람다는 미국에서 기술 개발을 시작했지만 정작 미국에는 반도체 양산 공정을 갖춘 시설이 없어 대전 나노종합기술원에 둥지를 틀고 40~50명 엔지니어 지원을 받아 양산 개발을 진행할 수 있었다. 웨이옵틱스 역시 나노종합기술원이 갖춘 8인치 웨이퍼 공정과 고가의 리소그래피 장비를 이용해 경쟁사와의 기술 격차를 벌릴 수 있었다.
정부 지원에는 늘 실효성 논란이 따른다. 예산 편성에는 '눈먼 돈' 논란, 인프라 투자에는 '애물단지'라는 수식어가 따라 붙는다. 그러나 제대로 쓴다면 얘기는 달라진다. 공정한 심사를 통해 유망 기술에 예산을 지원하고, 공급 기업과 수요 기업을 잘 연결한다면 '오픈 이노베이션'을 유도할 수 있다. 8개 나노 강소기업의 예처럼 올바른 정책으로 길을 열어 준다면 정부 지원은 강소기업 탄생의 훌륭한 '마중물'이 될 수 있다.
정현정 배터리/부품 전문기자 iam@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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