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유가증권시장 상장법인 198개사 정기주주총회가 일제히 열린다.
섀도보팅 제도 폐지로 특정일 하루에 40% 안팎 상장기업이 몰렸던 과거에 비해 올해 정기주총 '쏠림 현상'은 다소 집중도가 완화됐다.
주총 마감 시한을 한주 앞둔 금요일인 22일에 주요 기업 정기주총이 어김없이 몰렸지만, 코스닥 상장사는 22일보다 3월 마지막 주로 분산되는 경향이 뚜렷해졌다. 감사 선임 불발 등 의결정족수 부족에 따른 안건 부결을 우려해서다.
다만 아직까지 주총 일정을 확정짓지 못한 200여개 코스닥 상장사는 비상이 걸렸다. 신 외부감사법 시행 등을 앞두고 외부감사인과 눈치 싸움이 이어지고 있다. 감사의견 거절과 사업보고서 미제출으로 인한 재감사 등 회계법인과의 갈등도 예고된다.
◇'슈퍼주총데이'에서 '슈퍼주총위크'로 변한 3월 주총
12일 한국상장사협의회 및 코스닥협회 등 자본시장 유관기관에 따르면 이날까지 정기주주총회 일정을 확정했거나 이미 개최한 12월 결산 유가증권시장 상장법인 수는 총 697개사에 이른다. 넥센타이어, 미원화학, S&T홀딩스 등 6개사는 지난달 이미 정기주총을 마쳤다.
특히 22일 가장 많은 정기주총이 예정돼 있다. 특히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과 의결권 대결이 예상되는 현대차와 현대모비스부터 SK하이닉스, 삼성바이오로직스, 삼성물산, 네이버, 현대백화점, LG이노텍, 삼성증권, 대신증권, GS, 한국금융지주, 하나금융지주, 메리츠금융지주 등 198개사 정기주총이 이날 열린다.
다음으로 가장 많은 정기주총이 몰린 날은 29일(금)과 27일(수)이다. 29일에는 엔씨소프트, NHN엔터테인먼트, 코웨이, 넷마블 등 총 124개사가 27일에는 현대중공업지주, CJ, 한화, 미래에셋대우, 신한지주, NH투자증권, KB금융 등 총 105개사가 정기주총을 개최한다.
유가증권시장 상장 12월 결산 법인 766개사 가운데 주총 일정을 확정하지 못한 69개사가 일제히 29일 정기주총을 열더라도 22일에는 못미칠 전망이다.
코스닥 시장은 분산 효과가 더욱 뚜렷하게 드러난다. 22일 정기주총을 예고한 코스닥 상장사는 116개사에 불과했다. 정부의 주주총회 분산 자율준수 프로그램이 정한 집중일 기준 130개사를 밑도는 수준으로 집중도가 떨어졌다.
대신 26일(화), 27일(수), 29일(금) 등 정기주총 개최 마감 시한인 3월 마지막 주에 정기주총이 쏠렸다. 26일에는 총 186개사, 27일에는 195개사가 정기주총을 예고하고 있다. 특히 사실상 마지막 영업일인 29일에 총 214개사가 정기주총을 개최한다.
코넥스 상장기업과 금융투자협회 장외거래시장(K-OTC) 등록 기업 역시 예년 대비 비교적 정기주총 개최일이 분산되는 추세다. 정기주총을 확정한 112개 코넥스 상장기업 가운데 35개사는 29일에 30개사는 27일에 정기주총을 개최한다. K-OTC 기업 103개사 가운데 24개사는 29일, 23개사는 28일로 30% 미만의 집중도를 보이고 있다.
상장사협의회 관계자는 “섀도보팅제도 폐지에 따른 의결정족수 미달 우려 등으로 유가증권시장 상장사와 코스닥 상장사 모두 과거에 비해 정기주총 분산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의결정족수 미달 부담 덜었지만…외부감사 부담에 시름하는 코스닥
섀도보팅제도 폐지에 따라 지난해부터 특정일에 정기주총이 몰리는 현상은 눈에 띄게 줄었다. 지난해 정기주총이 가장 많이 몰렸던 3월 23일 정기주총 개최 비율은 27.8%로 전년(48.5%) 대비 20%포인트(P)가 떨어졌다. 의결정족수 미달을 우려한 코스닥 기업이 대거 주총을 분산한 영향이다. 섀도보팅제도는 의결정족수가 부족할 때 예탁결제원이 주주가 맡긴 주권에 대한 의결권을 대리행사하는 제도다.
그러나 제도 변화 1년이 지난 올해 정기주총 시즌을 맞는 코스닥 기업 우려는 외려 더욱 커졌다. 올해부터 새롭게 시행되는 신 외부감사법이 정기주총 분산에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실제로 12월 결산 코스닥 기업 가운데 아직까지 정기주총 일정을 확정하지 못한 기업은 270여개에 이른다. 정기주총에서 의결되는 안건은 감사인 선임 외에도 결산 재무제표 확인 절차가 필수로 수반된다. 아직까지 정기주총 일정을 확정하지 않은 기업 가운데 상당수는 외부감사인 보수 책정 문제 등 갈등으로 최종 의사결정을 하지 못한 것으로 파악된다.
한 코스닥 상장사 재무담당 임원은 “내년도 외부감사 계약 체결을 앞두고 결산 재무제표 최종 확인을 외부감사가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면서 “과거와 같은 기간에 재무제표를 외부감사인에게 제출했음에도 제도가 바뀌었다는 이유로 감사보고서 제출을 미루고 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적어도 정기주총 개최 일주일 전까지 외부감사인 감사보고서 제출 등이 마무리돼야 한다는 점을 고려할 때 사실상 남은 기한은 13~15일 3거래일 정도에 불과한 셈이다. 감사보고서 제출 마감 시점에 닥친 28~29일 200여개에 이르는 코스닥 상장사가 무더기로 정기주총을 개최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한 회계법인 관계자는 “감사보고서 제출을 위해서는 주총 6주 전에는 외부감사를 위한 서류 제출을 해야 하는데 대부분 기업이 제출시간 마감을 지키지 못하는 것은 물론 감사인에게 작성을 의존하는 사례가 비일비재”하다며 “외부감사인에게 모든 부담을 지우는 것은 부당하다”고 반박했다.
금융당국에서도 피감기업 감사 부담을 줄이기 위한 대책 마련에 들어갔다. 금융위는 이날 외부감사 관련 현장 애로사항을 수렴하는 간담회를 열고 기업 외부감사 부담을 줄이기 위한 감독 지침을 발표했다.
김용범 금융위 부위원장은 “외부감사 부담으로 기업 활력이 저해될 수 있다는 우려 목소리가 나오는 상황”이라며 “정부는 회계기준이나 법령에 대한 오해로 인해 기업 현장에서 불필요한 마찰음이 생기지 않도록 관계기관과 협조해 감독지침이나 법령 해석을 적극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유근일기자 ryuryu@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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