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완성차 업체 중심으로 배출가스 조작 사건이 연이어 이슈화되면서 자동차 환경 규제가 더욱 엄격해지고 있다. 일부 국가에서는 내연기관 퇴출 정책을 입안하는 등 내연기관 퇴출 움직임이 가속되고 있다. 프랑스는 2040년 내연기관 차량 판매 금지를 추진하고, 파리는 2024년 올림픽 개최 시기에 디젤엔진 차량 판매 금지를 계획하고 있다. 노르웨이는 2017년 플러그인 전기차 판매 비중이 40%에 달했고, 2025년부터는 100% 플러그인 전기차만 판매하는 법안이 합의된 상태다. 독일·인도·네덜란드는 2030년, 영국은 2040년 내연기관 차량 판매 금지를 각각 추진하고 있다.
하이브리드카는 디젤엔진 공백을 메우고 환경 규제에 대응하기 위한 현실 대안으로 평가받았다. 플러그인하이브리드카는 전기차 충전 인프라가 충분하지 않은 지역이나 장거리 주행이 목적인 이용자에게 '주행 거리'에 대한 불안감을 해소시켜 주는 과도기형 시스템으로 자리 잡았다. 전기차 판매도 성장궤도에 올랐고 수소연료전기차가 신규로 진입하는 등 파워트레인(동력 계통) 시장 재편이 급속도로 진행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내연기관은 퇴출 위기를 벗어나려는 신기술 출현으로 진화하고 있다. 지난 10여년 동안 가솔린은 같은 용량 엔진으로도 큰 출력을 낼 수 있는 터보차징과 다운사이징 대중화로 열효율이 디젤과 유사한 40%대를 넘어서고 있다. 5년 내 60% 열효율 엔진 개발을 목표로 가솔린 직분사 기술, 가변밸브시스템, 터보차저, VC-터보엔진, HCCI엔진 등 다양한 엔진 효율을 높이는 기술이 진화하고 있다.
파워트레인 신기술 향방은 복잡하게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글로벌 파워트레인 시장 구성은 결국 플러그인 전기차 확산 속도에 의해 결정될 것으로 분석된다. 전기차 배터리로 현재 리튬이온 배터리 개선과 차세대 NCM811 양극재 기술, 전고체 전지기술 상용화 등의 개발로 가격 경쟁력과 생산 용이성 확보가 전동화 확산 속도를 결정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미국 도로교통안전국(NHTSA)에 따르면 현재 시장의 96%를 차지하고 있는 순수 내연기관은 2030년 50%까지 점유율이 하락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전동화 강세 속에서도 하이브리드, 플러그인하이브리드 등 엔진을 함께 사용하는 기술 때문에 내연기관 점유율은 여전히 80% 이상이 될 것으로 내다보인다.
배터리 기술이 크게 발전하더라도 원료 수급부터 대량 생산 구축, 충전 인프라, 소비자 인식 전환 과정이 필요해 완전 전기차 시대로의 전환은 급속히 이뤄지기보다 점진 형태를 띨 것으로 전망된다. 효율 면에서는 마일드 하이브리드 등 대안 기술이 10여년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지역 특성에 따라 천연가스자동차나 수소연료전기차가 일부 보급될 가능성도 있기 때문에 미래 파워트레인 시장은 하나의 기술이 전체 시장을 지배하기보다 각국의 정책과 현실 등 지역 특성을 고려, 다양한 구성으로 다변화할 것이란 분석이 대부분이다.
종합 분석을 하면 세계 환경 규제 강화에 따라 파워트레인 변화와 함께 자율주행, 스마트자동차 등 자동차 산업 전반의 밸류체인도 재편될 것으로 보인다. 내연기관 대신 배터리·모터 등 전동화 부품이 핵심 부품으로 떠오르고, 부품 수도 내연기관에 비해 50% 이상 축소됐다. 이에 따라 부품 공급 망도 기존의 내연기관 자동차 시절과는 달라질 것이다.
또 차량 경량화를 위해 탄소섬유(CFRP) 등 대체 소재가 주요한 산업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는 자동차부품 및 소재 기업들은 새로운 환경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신기술 개발과 포트폴리오 변화를 통한 생존을 모색하는 중대한 기로에 있음을 직시해야 할 것이다.
하성용 신한대 기계자동차융합공학과 교수 hsy1396@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