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 시장은 이번 혁신금융 추진 방향에 따라 가장 큰 변화를 맞게 될 전망이다. 증권거래세를 인하하면서 기업 진입 문턱 뿐만 아니라 일반 국민의 투자 문턱도 낮아졌기 때문이다. 코스닥 위원회에 코스닥본부 조직 개편 권한을 주면서 유가증권시장과는 완전히 다른 성격으로 정체성을 자리매김할 수 있는 길도 열리게 됐다.
정부 합동으로 21일 발표한 '혁신금융 추진방향'은 앞으로 3년간 바이오·4차 산업 기업이 80개 이상 기업이 코스닥에 상장하는 것을 주요 목표로 삼고 있다. 정책자금과 민간 모험자본 등으로부터 자금을 조달한 기업이 공모시장에서도 추가 자금을 모집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방침이다.
바이오·4차 산업 기업에는 새로운 상장심사·유지·폐지 체계를 도입하고, 거래소의 기술평가는 면제해 다양한 기업이 시장에 진입할 수 있도록 한다. 회계감리 기간도 단축해 상장에 따른 부담을 덜기로 했다.
적자가 있어도 시장평가가 우수하고, 경영구조가 안정된 코넥스 기업에게는 빠르게 코스닥에 진입할 수 있도록 신속이전상장 대상을 30개까지 넓히기로 했다.
코스닥 기업공개(IPO) 공모금액을 2021년까지 2배인 4조원으로 늘리고, 코넥스 시장의 거래대금도 현재의 4배에 이르는 200억원으로 늘리는 것이 금융당국 목표다.
주식시장 유동성이 급증하는 셈이다. 특히나 개인투자자가 90% 가량을 차지하는 코스닥 시장 특성상 공모시장 등에 과도한 과열 양상이 벌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한 벤처투자업계 관계자는 “성장 한계에 봉착했더라도 이미 두세단계 투자를 받은 스타트업에 대해서는 VC 입장에서도 손쉽게 포기할 수 없다”며 “상장 문턱이 낮아진 만큼 일반공모 절차 등을 통해 예상되는 손실을 일반 투자자에 전가할 가능성도 충분하다”고 우려했다.
기술평가 중심의 여신심사 시스템 역시 금융권의 잠재 부실을 키울 수 있다. 정책금융기관이 구조조정 등의 목적으로 투입한 예산과 기금 상당수는 아직도 상환되지 못하고 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과거 재무 데이터 외에는 신뢰할 수 있는 기준이 없다”면서 “당장 기업 성장을 기대할 수 있는 1~2년 이후에 발생하는 위험에 대해서는 금융기관이 고스란히 책임을 떠안아야 하는 만큼 추후 기업 부실이 일반 금융 소비자에게 이어질 가능성에 대한 정부 차원의 대책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기술 중심 시장 문턱을 낮추는 것은 전 세계적인 추세인 만큼 한국 역시도 따라가야 할 방향”이라면서 “다만 시장에서 옥석을 가릴 수 있도록 증권사의 기업분석 역량을 갖춰 투자자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하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유근일기자 ryuryu@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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