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은 매년 돌아오는 정기 주주총회 시즌이다. 주주총회란 회사 주주들이 모여서 중요한 의사를 결정하는 자리다. 기업에 자본을 투자한 사람이 주주로서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자리이기도 하다. 그러나 대부분의 상장사는 3월 중·하순, 금요일에 집중적으로 주총을 개최하면서 수백여개 기업의 주총이 몰리는 이른바 '슈퍼 주총데이'가 형성된다. 예년에 비해 분산되긴 했지만 올해도 슈퍼 주총데이는 여전하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 2010년부터 전자투표제를 도입했지만 아직은 일부 기업만 이 제도를 이용하고 있어 주주 권리를 제대로 행사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주총 진행 방식도 구태를 반복하고 있다. 참여한 주주가 의견을 밝힐 기회는 제한적이다. 기업이 불편한 의견을 무시하기 일쑤다.
주총 안건을 표결해도 소액주주가 대주주를 이기기는 어렵다. 소액주주가 주총에 참여하는 비율이 낮기 때문이다. 그나마 표결 자체를 하지 않고 박수로 의결하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주총에서 또 하나 변하지 않는 것이 있다. 발언권을 얻기 위해 고함치고, 발언권을 얻은 뒤엔 엉뚱한 말로 경영진을 훈계하는 이상한 주주 모습이다. 경영진을 조롱하거나 모욕하는 경우도 있다. 진행과 관계없이 자기 목소리만 높여서 주총장을 난장판으로 만드는 경우도 있다. 소중한 시간을 내어 참석한 다른 주주들의 눈살까지 찌푸려지게 한다.
주총 모습은 매년 되풀이되고 있지만 변화가 없다. 기업도 주주도 이제는 바뀌어야 한다. 기업은 더 많은 주주가 참여해서 건설적인 의견을 개진할 수 있도록 주주 친화적인 주총을 만들어 가야 한다. 주주도 더욱 적극 주총에 참여하고, 생산적인 의견을 내야 한다. 경영진을 질타하고 조롱하는 것이 주주의 권리는 아니다.
권건호 전자산업 전문기자 wingh1@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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