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제동을 걸었지만 중국은 이와 상관없이 계속 반도체 산업을 육성해 나갈 것입니다. 중국의 반도체 산업 성장 의지는 흔들리지 않습니다.”
지난 20일부터 22일까지 중국 상하이 상하이신국제엑스포센터(SNIEC)에서 열린 '세미콘차이나 2019'에서 만난 현지 반도체 업계 관계자들의 중론이다. 이들은 미국이 중국의 첨단기술 육성에 제동을 걸면서 성장이 다소 늦춰졌다고도 평가했다. 한·중·일이 뭉쳐 미국을 견제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미·중 무역분쟁이 미래기술 패권을 둘러싼 첨단기술 전쟁으로 번지면서 중국 정부의 '중국제조 2025' 정책이 위축된 듯 했지만 전시장에서는 이 같은 기류를 감지하기 힘들 정도로 활기가 넘쳤다.
실제 올해 세미콘차이나는 역대 최대 규모 기록을 세우고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 지난해 전시관 6개를 사용했지만 올해 2개관을 추가해 총 8개관을 운영했다. 지난 2016년 5개관을 사용한 것과 비교하면 불과 3년 만에 전시 규모가 약 60%가량 늘어난 셈이다. 전시면적 8만㎡, 1200개 이상 전시 기업, 4000개 이상 부스, 10만명 이상 방문객 기록을 세웠다.
매해 눈에 띄게 성장하는 전시 규모는 현지 반도체 산업에 대한 열기를 보여준다.
중국산 반도체 부품을 국내 공급하는 한 관계자는 “매년 세미콘차이나에 오는데 매해 전시 규모가 커지는 게 확연히 보일 정도”라며 “한국 전시는 기존 산업과 네트워크를 유지하는 목적이 강하다면 이곳은 새로운 사업 기회를 실현하기 위한 전시여서 성격이 전혀 다른 것 같다”고 말했다.
국내 기업도 일본 장비 선호도가 높은 중국 시장에서 한국 브랜드와 기술을 알리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주성엔지니어링은 올해 처음으로 세미콘차이나에 단독 부스를 꾸리고 반도체·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장비를 소개했다. 세미콘차이나에 참여한 한국 기업 중 최대 규모로 조성했다.
세메스, AP시스템, 한미반도체, 유니테스트, HB테크놀로지, 티이에스, 에스티아이, 무진전자, 로체시스템즈 등 국내 중견 장비기업도 다수 참가했다. 반도체·디스플레이 관련 부품·소재에 걸친 중소기업이 한국디스플레이산업협회와 한국무역협회가 각각 꾸린 공동관에 참여해 새로운 사업 기회를 노렸다.
중국이 반도체·디스플레이 굴기를 적극 실현하고 있지만, 아직 관련 생태계 경쟁력은 취약한 것으로 보인다. 전시장에서 만난 국내 반도체·디스플레이 부품·소재 기업 관계자들은 전반적으로 현지에 유력한 장비기업이 아직 많지 않다고 평가했다. 나우라(NAURA), SMEE 그룹, CETC 그룹, 에이멕(AMEC)은 직접 반도체 전·후공정과 디스플레이, 태양광 장비를 개발하며 성장한 현지 거대 장비기업이다. 하지만 챔버 등 핵심부품 기술 경쟁력이 아직 선두국가 대비 뒤쳐졌고 주요 부품의 해외 의존도가 높아 내수시장에만 제품을 공급하고 있다.
하지만 부품·소재 분야 신생기업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어 대비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많다.
중국을 중심으로 영업하는 반도체 장비용 부품기업 관계자는 “중국에 장비 제작과 생산라인 조성에 필요한 설비, 부품 등 주변 유틸리티 관련 분야를 중심으로 신생 기업이 빠르게 생겨나고 있다”며 “이렇게 중국이 반도체 생산 생태계를 갖춰 나가면 언젠가 한국을 추월할 날이 올 것”이라고 우려했다.
세계 시장에 반도체 장비용 부품을 공급하는 한 중국인 대표는 “정부가 메모리반도체 육성을 원하지만 현실적으로 제반 기술과 시장 생태계가 취약해 삼성전자를 능가할 기술을 갖추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생각한다”며 “다만 시스템반도체는 중국이 빠르게 기술력을 높이고 있어서 승부를 걸어볼만 하다”고 말했다.
상하이(중국)=
배옥진 디스플레이 전문기자 witho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