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 불붙는 OTT 시장 경쟁···"韓, 대비 시급"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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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을 시작으로 세계 인터넷동영상서비스(OTT) 경쟁이 격화될 전망이다. 애플이 OTT 시장 진입을 공식화했고 디즈니·워너미디어도 연내 OTT 시장 진출을 예고한 상태다.

OTT 서비스는 규제 수위가 낮고, 국경 없이 서비스된다. 국내 시장도 자유롭지 못하다. 넷플릭스 사례가 방증한다.

파워 콘텐츠로 무장한 또 다른 OTT 서비스 등장 전에 대비책을 세워야 한다는 주문이 적지 않다. 규제 수준을 높이기보다 콘텐츠에 대한 투자를 장려하고, 기업 간 합종연횡을 독려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늘어나는 글로벌 OTT

글로벌 OTT는 막대한 자본력과 콘텐츠 파워로 무장했다. 오리지널 콘텐츠 투자력이 충분하고, 검증받은 지식재산권(IP)도 다수 보유하고 있다.

아이폰으로 세계 시가총액 1위에 올랐던 애플은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콘텐츠를 낙점했다. 애플은 기존 '애플TV' 사업을 확대·강화한다. 오리지널 콘텐츠 구독 서비스 '애플 TV 플러스'를 가을 출시한다.

애플은 통합 OTT 플랫폼을 확보하려 한다. 소비자가 사용 중인 iOS 운용체계(OS) 단말 14억대를 앞세워 '애플 TV 앱'에 OTT 사업자를 끌어들이고 있다. 콘텐츠 경쟁력은 다소 부족하지만 OTT 서비스 창구로서 시장 지배력을 키우겠다는 전략이다.

디즈니와 워너미디어는 독자 OTT 서비스를 출시한다. 이들 기업 경쟁력은 방대한 IP다. 영화사, 방송사 등을 수직계열화하고 있다.

디즈니는 21세기폭스, 픽사, 마블, 스타워즈, 내셔널지오그래픽을 거느리고 있다. 디즈니 OTT '디즈니+'는 7000여개 TV 프로그램과 400~500여개 영화를 기반으로 서비스를 시작할 것으로 알려졌다.

AT&T에 인수된 워너미디어는 막대한 자본 지원 아래 OTT 사업을 시작할 예정이다. 워너미디어 OTT는 '해리포터'를 비롯한 영화 IP와 카툰 네트워크 애니메이션 IP, HBO '왕좌의 게임' IP 등을 활용할 전망이다.

◇ 국내 사정은

국내 OTT 시장은 아직 초기다. 넷플릭스가 국내 시장에서 100만명 이상 모집했지만 대항할 서비스가 없다.

넷플릭스는 지난해 오리지널 콘텐츠에만 약 8조원을 투자했다. 국내 1위 콘텐츠 기업 CJ ENM조차 연간 콘텐츠 투자액이 1조원에 못 미친다.

정부가 해외 진출 및 글로벌 기업에 대응할 OTT 구축을 위해 통합 OTT 컨소시엄을 독려하고 있지만 분위기는 냉랭하다.

기업간 합종연횡 사례는 옥수수(oksusu)-푹(POOQ) 하나에 불과하다. 해외 시장 공략까지 고려하고 있지만 지상파 방송 3사 이외 다른 콘텐츠 기업 참여는 불확실하다. 콘텐츠 기업 간 연대를 기대하던 CJ ENM은 불참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전해졌다.

콘텐츠 업계 관계자는 “CJ ENM은 OTT 사업자이지만 콘텐츠를 판매해 수익을 올리는 기업”이라면서 “글로벌 OTT에 콘텐츠를 판매하지 않고 OTT 연합에 참가하기 위해선 큰 결단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상주 성균관대 교수는 “세계 190여개국에 진출할 수 있고 제작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게 넷플릭스 장점”이라면서 “더 늦기 전에 국내 외주제작 시스템을 고쳐 글로벌 OTT와 대응할 힘을 길러야 한다”고 진단했다.

◇대응 방안은

넷플릭스가 국내에서 영향력을 넓히고 있지만 유료방송 전문가는 OTT에 대한 규제 신중론을 펴고 있다. OTT 규제 강화가 국내 OTT 경쟁력을 약화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OTT 사업 투자를 촉진하는 환경도 만들어야 한다. 유료방송 사업자는 규모의 경제를 실현해야 OTT 사업에 투자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콘텐츠 제작 투자금을 회수하고 재투자할 수 있는 선순환 모델을 만들려면 가입자 기반을 넓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IPTV-케이블TV 간 합병이 긍정적이라는 평가다.

제작업계는 외주제작 시스템에 대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제작비 일부를 협찬으로 충당하도록 하는 시스템이 콘텐츠 산업 발전을 저해한다는 비판이다. 넷플릭스가 창작자를 우대하는 게 장점이 아니라 국내 외주제작 시스템이 비정상적이라는 비판이 거세다.

유료방송 전문가는 “OTT 시장이 독과점 시장에서 경쟁 시장으로 바뀌고 있다”면서 “우리나라도 각축장으로 변하는 OTT 시장에 대응하기 위한 준비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외국 사업자에 종속되지 않도록 제작 시장을 개선해야 하고, 경쟁력 있는 OTT도 만들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박진형기자 j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