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중국은 뛰는데"…국내 시스템 반도체 업계는 구멍 '숭숭'

중국이 메모리 반도체와 함께 시스템 반도체 시장에서도 굴기 움직임이 보이고 있지만 이에 대응할 국내 업체들은 열악한 상황을 맞고 있다. 정부의 꾸준하지 못했던 투자에 대한 지적이 나온다. 최근 국무회의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시스템 반도체'를 콕 집어 언급하면서 관련 분야 육성 의지를 드러내자 업계에서는 인력 양성이 가장 시급하게 해결돼야 할 문제라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최근 중국이 세계 시스템 반도체 시장에서 9년 만에 두자릿수 점유율을 기록하는 사이 국내 업체 글로벌 영향력은 갈수록 쪼그라들고 있다. 세계 50대 시스템 반도체 업체에 랭크된 국내 기업은 수년째 LG그룹 계열 실리콘웍스 단 한 곳에 불과하다.

게다가 글로벌 시스템 반도체 시장이 갈수록 증가할 것으로 예측되지만, 국내 업황은 갈수록 좋아지지 않고 있다. 지난해 국내 시스템 반도체 상장사 매출 기준 상위 10개 기업 중 절반이 적자를 기록했다. 2015년 1곳, 2016년 4곳, 2017년 4곳에 비해 적자 폭과 업체 수가 늘어나고 있다.

업계에서는 국내 시스템 반도체가 부진한 이유로 꾸준하지 못했던 정부 투자를 꼽는다. 2000년대 초부터 '메모리와 시스템 반도체 불균형 해소'를 모토로 지원해왔지만 해가 갈수록 줄어드는 연구개발(R&D) 투자는 인력과 기술 발전에 좋지 않은 영향을 끼쳤다.

실제 한국반도체디스플레이기술학회 자료에 따르면, 정부가 편성한 반도체 분야 R&D 비용은 △796억원(2011년) △775억원(2012년) △727억원(2013년) △599억원(2014년) △561억원(2015년) △356억원(2016년) △314억원(2017년)으로 매년 삭감됐다. 지난해 344억원에서 올해 456억원으로 소폭 올랐지만 10년 전보다 턱없이 부족해 진행할 수 있는 사업이 얼마 되지 않는 다는 것이 업계 지적이다.

게다가 설계 툴 등을 지원하는 시스템 반도체 핵심설계인력양성사업도 2003년부터 226억원이 지원됐지만 매년 삭감돼 2015년부터는 '뚝' 끊겼다.

한 업계 관계자는 “정부 지원 덕분에 그나마 삼성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인 엑시노스나 LG전자의 디지털 TV 구동 집적회로(IC)가 나올 수 있었던 건 사실”이라며 “그러나 장기 지원이 부족해 인력이 고갈 상태나 다름없는 상황은 아쉽다”고 전했다.

최근 문재인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시스템 반도체 육성을 언급하면서 업계에서는 정부 관련 사업 육성 정책이 조만간 나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동안 모바일, 디스플레이 부문에 시스템 반도체 수요가 한정됐지만 5G 및 인공지능(AI) 시대가 개화하면서 시장 호황과 정부 지원이 맞물려 시너지를 낼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이에 따라 시스템 반도체 육성을 위한 '절호의 기회'를 맞은 만큼 인력 문제 해소를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많다.

한 업계 관계자는 “지금 인력 고갈 상황은 1~2년 투자해서 해소될 수 없을 만큼 심각한 상황”이라며 “10년 단위 장기적인 교육 프로그램과 대학교 설계 과제 선정으로 현장에 투입할 수 있는 설계 인력을 확보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젊은 인력들이 사업 아이디어가 있어도 수억원대 설계 툴 비용을 감당하지 못해 사업에 뛰어들지 못한다”며 “인터넷 망처럼 기초 인프라는 꾸준히 지원돼야 미래를 짊어질 설계 인력도 배출된다”고 강조했다.

강해령기자 k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