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전과 후 과학기술 심상은 어떻게 비교할 수 있을까. 전자의 경우 디지털 혁명 이전(BDR)이어서 물리 세계를 무대로 과학기술은 우람한 실체를 드러냈다. 증기기관차도 자동차도 그러했다. 그로부터 30년이 흘러 과학기술의 활동 무대는 사이버 세계로 확장됐다. 40억 인구가 바글거리는 인터넷과 60억명의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이용자는 하루 종일 잠시도 눈을 떼지 못한다. 현생인류는 '디지털 사피엔스'로 빠르게 변신하고 있다.
1980년대는 오리지널 인터넷을 창안한 주역조차 자신의 영조물이 글로벌 인프라로 바뀔 것이라고는 상상하지 못했다. 현 시점에서 30년 후 과학기술 전모를 통찰하는 것은 불가능하겠지만 거대한 물줄기는 잡을 수 있다. 거대 맥락의 본질은 '증강 사피엔스(Augmented Sapiens)' 시대로의 대이행이다.
증강 사피엔스는 인류의 지혜와 만물의 공진화를 추구하는 초지성 인류다. 초지성은 인공지능(AI)과 생물 지성이 증폭된 IA(Intelligence Amplification)가 융·복합된 신지성이다. 21세기 초엽에 사물인터넷(IoT)과 AI 등 새로운 첨단 과학기술이 4차 산업혁명 패러다임을 빚어내고 있다. 여기서 2040년대를 사정권에 넣었을 때 증강 사피엔스 시대는 어떤 모습을 보일 것인지 과학기술적 상상력을 발휘해 보자. 아마도 기폭제는 AI 네트워킹과 바이오기술, 나노기술의 대융합이 될 것이다.
먼저 AI 네트워킹이란 생활 세계에 편재하는 모든 문명의 이기와 시스템이 AI 알고리즘을 탑재, 만물과 인간이 조화롭게 공존·공생하는 만물지능 인터넷이다. 초기에는 네트워킹되지 않는 독립된 AI도 존재하겠지만 점차 자연스럽게 상호 접속되는 보편화된 AI 네트워크 사회로 편입한다. 둘째 디지털과 바이오 기술 신결합으로 인간의 신체력과 두뇌력이 강화된다. 바이오 칩, 바이오 장기, 스마트 세포 등 바이오 기술의 응용 범위가 확장됨에 따라 인간 신체성이 보강된다. 브레인의 정보처리 시스템과 만물인터넷(IoE) 생태계 간 상호 의존도가 높아져서 인간의 두뇌력도 향상된다.
셋째 디지털과 바이오기술·나노기술의 융합은 가상공간, 정신공간, 현실공간을 구분하는 근원적 경계를 허물고 그 자리에 융·복합 초유기체 공간을 탄생시킨다. 이러한 초유기체 공간은 나노로봇 등 지능형 극소 머신, 고성능 나노 재료를 이용한 스마트 3D프린팅 기술 등의 범용화로 그 실체가 선연해진다. 이렇듯 AI 네트워킹과 바이오기술·나노기술의 삼위일체화는 현생인류를 증강 사피엔스 세계로 안내한다. 이에 따라 의료, 교통, 교육, 도시와 산업·인프라 개념 및 존재 형태도 재정립된다.
지금 우리는 증강 사피엔스 시대를 대비하는 총체적 국가 전략도를 설계할 필요가 있다. 설계도에는 과학기술적 상상력만 담겨서는 안 된다. 상상력을 국가 하부 구조로 삼고 그 위에 산업적 상상력, 증강 사피엔스가 춤추는 인문적 상상력이 조화롭게 녹아들도록 해야 한다.
특히 경계해야 할 부분은 특정 정부, 특정 이념, 지역과 이익단체의 이기주의에 휘둘려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이를 위해 중장기 차원의 당당한 국가상과 전략도가 탄생할 수 있도록 독립된 위상과 미션을 부여하는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
디지털 토굴인은 영혼의 울부짖음을 쏟는다. 아! 슬프다. 우리는 왜 헌걸찬 대한민국의 미래를 정교하게 새겨 넣은 온전한 국가 청사진 하나 품지 못하는가. 이 길에 영혼 리더십을 수놓을 늠름한 국가 지도자 역할을 기대한다.
하원규 디지털 토굴인 hawongyu@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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