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교수포럼의 정책 시시비비]<44>금융규제 샌드박스로 혁신 통로 넓혀라](https://img.etnews.com/photonews/1904/1172474_20190403143655_826_0001.jpg)
지난 1일 금융위원회는 제1차 혁신금융심사위원회를 개최하고 혁신금융서비스 19건을 우선심사 대상으로 선정했다. 이날은 '금융혁신지원특별법'이 시행되는 첫날인 만큼 위원회 개최의 의미는 더 컸다.
규제 샌드박스는 100대 국정 과제 가운데 하나인 '민생과 혁신을 위한 규제 재설계' 추진에서 핵심 과제로 여겨져 왔다. 이와 함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2018 한국 경제 보고서'에서도 네거티브 리스트 규제 포괄 시스템과 더불어 이것의 도입을 제안한 바 있다.
잘 알려져 있다시피 규제 샌드박스란 신기술 및 신산업에 종사하는 기업이 기존 법의 요구 사항을 모두 적용받지 않고 자기 상품 및 비즈니스 모델을 테스트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제도를 말한다. 이날 금융혁신지원특별법 시행으로 금융규제 샌드박스 시행을 위한 법체계가 정립됐고, 혁신금융심사위 출범을 통해 혁신서비스를 시장에서 검증할 수 있는 중요한 통로도 마련됐다.
무엇보다 이날 우선심사 대상으로 선정된 혁신금융서비스의 면면을 보면 고무적이라고 할 수 있다. 무엇보다 이 샌드박스 제도가 전 금융 산업 분야에 적용될 수 있음을 보여 준다. 이번에 선정된 혁신금융서비스 19건을 보면 1사 전속주의로 규제받던 대출뿐만 아니라 보험·자본시장·여신전문·은행·금융데이터·전자금융, 나아가 개인간거래(P2P)까지 폭넓게 포괄하고 있다.
이와 함께 금융 혁신에 대한 기업과 산업의 요망도 재확인할 수 있었다. 지난 1월 21~31일 진행된 금융규제 샌드박스 심사를 위한 사전 신청 결과 무려 88개사에서 105개 신서비스를 신청했다. 이번 심사위를 통해 선정된 19개 서비스는 이 가운데 혁신성, 소비자 편익, 금융혁신법 적용의 불가피성, 소비자 보호 방안 등 심사 요건을 바탕으로 선정한 일부로 이 제도의 출범을 얼마나 기다려왔는지를 보여 준다.
이번 사전 신청을 한 88개사 가운데 금융사가 15개, 핀테크 기업이 73개라는 사항도 눈에 띈다. 또 우선심사 대상 19건 가운데 중소벤처기업이 신청한 서비스가 다수를 점한다. '대출모집인 모범규준' 상의 '1사 전속주의' 규제나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한 플랫폼, 별도의 절차 없이 가입과 해지가 가능한 이른바 '온·오프 보험'같이 향후 혁신형 중소벤처기업이 주도할 가능성이 있는 서비스도 많이 제안됐다.
적극적이고 전향적인 심사 기준 적용도 긍정적인 부분이다. 동일한 서비스라면 일괄 심사제도를 도입하고 조속한 실험이 가능하도록 조건 허용이나 단계별 테스트를 통해 스케일 업을 할 수 있도록 하겠다며 제도 운영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이보다 앞서 열린 두 차례 소위원회에서도 이런 전향적인 분위기를 확인할 수 있었다.
앞으로 이 금융규제 샌드박스가 제자리를 잡고 혁신서비스 창출을 통해 성장 기반이 확고히 될 때까지 지속적인 노력과 제도적 실험도 계속돼야 할 것이다. 다행스러운 점은 금융규제 샌드박스가 그 추진 방향으로 혁신, 포용, 시너지라는 키워드를 선정했다는 점이다. 자칫 시장과 기업의 시각을 대변하기 쉬운 규제 개혁을 추진함에 포용을 고려함으로써 균형을 맞췄다는 점에서 나름대로 심사숙고했음을 엿볼 수 있다.
비록 기업과 산업이 주체가 되겠지만 국민 편익을 우선하고, 기존 제도 아래에서 금융서비스 접근성이 낮은 취약계층을 포용해 가면서 동시에 새로운 성장 공간을 찾아가는 것이 금융규제 샌드박스 결과라면 쌍수를 들어 환영할 일이다. 혁신을 통해 기업의 목소리, 포용을 통해 국민의 목소리, 시너지를 통해 산업의 목소리를 경청하는 실천 과정을 기대해 본다.
◇ET교수포럼 명단(가나다 순)=김현수(순천향대), 문주현(동국대), 박재민(건국대), 박호정(고려대), 송성진(성균관대), 오중산(숙명여대), 이우영(연세대), 이젬마(경희대), 이종수(서울대), 정도진(중앙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