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에 위기감이 감돈다. 학령인구 감소로 인해 학생 수 자체가 줄어드는 데다 정부도 재정 지원 문턱을 높인다. 이른바 중하위권 대학에서는 5년 뒤도 내다보기 어렵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대학 관계자에게는 미안한 얘기지만 이들 '악재'는 충분히 예견된 것이다. 저출산으로 학령인구가 급감해 대학 정원에 영향을 미치고, 정부가 대학 재정 지원 사업 효율화를 꾀하는 것은 오래 전부터 정해진 일이다.
결국 대학의 한발 앞선 혁신만이 변화 속에서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길이다. 4차 산업혁명 시대가 목전이지만 과거의 커리큘럼과 시스템에 안주해서는 교육기관으로서 경쟁력을 갖추기가 어렵다. 다행히 최근 대학 혁신 노력이 눈에 띈다. 지난달 정부의 인공지능(AI) 전문대학원 선정 심사에는 국내 유수 대학이 뛰어들어 경쟁했다. 고려대, 성균관대, KAIST 등 선정된 3개 대학은 산업계와 다리를 만들며 새로운 교육을 예고했다. 고려대는 올 가을 학기에 AI융합전공을 개설하고, KAIST도 AI 학과를 준비하고 있다.
보기 드문 시도도 잇따른다. 한양대는 내년에 '미래산업학부'를 신설하기로 하고 올 하반기에 신입생을 모집한다. 국내 대학에서 AI, 빅데이터와 심리학을 융합한 학부를 만드는 첫 시도다. 서울대는 학교 울타리를 넘어 인근 관악구 일대를 스타트업·벤처 밸리로 만들기 위해 지방자치단체와의 협력을 모색하고 있다.
이는 기존 대학 모습으로는 급변하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대응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과거의 낡은 틀로는 새로운 인재 양성이 어렵다. 필요하다면 과감하고 신속하게 새 틀을 만들어서 미래 교육을 준비해야 한다. 최근 찾아온 위기가 대학에 갑작스럽지 않은 것처럼 혁신이라는 기회도 대학에 낯선 주제는 아니다. 다만 준비가 미흡했을 뿐이다. 대학은 지금이라도 혁신에 온 힘을 다해야 한다. 학령인구 감소라는 익숙한 변명의 유효기간은 오래 전에 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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