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전자업계 대표 기업인 삼성전자와 LG전자가 1분기 잠정실적을 발표했다. 삼성전자는 이미 예고했던 대로 부진한 실적을 내놨다. 2016년 3분기 이후 10분기 만에 가장 낮은 실적이다. 삼성전자 실적에서 절대적 비중을 차지하는 반도체 사업 부진이 뼈아팠다.
반면에 LG전자는 지난해 4분기 '어닝쇼크'를 극복하고, 실적 반등에 성공했다. 영업이익 8996억원으로 시장 예상치를 뛰어넘었다. 주력인 가전과 TV가 실적 상승을 이끌었다.
중요한 것은 2분기부터다. 삼성전자는 바닥을 딛고 올라서야 한다. LG전자는 반등한 실적 상승세를 지속하는 것이 과제다. 양사 1분기 실적을 분석하고, 2분기 이후를 전망했다. <편집자 주>
<반도체에 운 삼성전자…그래도 반도체에 기대>
지난해까지 반도체 '슈퍼호황'으로 사상 최대 실적을 구가하던 삼성전자가 올해 반도체 시장이 불황에 접어들면서 실적이 급락했다. 세계 반도체 시장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주춤하기 시작하다가 올해 예상보다 더 크게 위축됐다. 삼성전자 실적도 함께 급락했다. 1분기 삼성전자 영업이익은 10분기 만에 최저치인 6조2000억원에 그쳤다.
◇높은 반도체 의존도에 '발목'
삼성전자 1분기 실적 부진은 일찌감치 예상됐다. 삼성전자 실적에서 반도체가 차지하는 비중이 절대적인 만큼 반도체 시장 부진은 곧 삼성전자 실적 악화로 연결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사상 최고 실적을 거뒀던 지난해 3분기 영업이익 17조5700억원 중 반도체가 13조6500억원을 차지했다. 전사 영업이익에서 반도체가 차지하는 비중이 무려 77.7%에 달했다.
반면 올해 1분기 반도체 사업 영업이익은 3조7000억원 내외로 추산된다. 사상 최고였던 지난해 3분기와 비교하면 반도체 사업에서 무려 10조원가량 영업이익이 감소했다. 직전 분기 영업이익 7조7700억원과 비교해도 절반에도 못 미친다.
이처럼 높은 반도체 의존도로 인해 호황기에도 삼성전자 실적에 대한 우려가 있었다. 산업에는 주기가 있기 때문에 글로벌 반도체 시장이 호황일 때는 괜찮지만 하락세에 접어들면 큰 위기가 올 것이란 우려였다. 그리고 올해 1분기 우려가 현실이 됐다.
1분기 실적 하락에는 디스플레이 부진도 한몫했다. 디스플레이 사업은 2016년 1분기 이후 처음으로 적자를 기록한 것으로 예상된다. 적자폭도 6000억~7000억원으로 적지 않다. 액정표시장치(LCD) 패널 사업은 비수기인데다 중국발 물량공세까지 겹쳐 실적이 악화됐다.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패널은 고객사인 애플 아이폰이 부진하면서 수요가 줄었다.
◇그래도 희망은 '반도체'
시장 관심은 삼성전자가 언제 실적을 회복하느냐다. 단기적으로 삼성전자 실적이 반등하기 위해서는 세계 반도체 시장 회복이 필요하다. 당장 다른 사업에서 큰 폭으로 이익을 높이기 어려운 만큼 반도체 사업이 살아나야 전사 실적도 상승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행히 전망은 나쁘지 않다. 최근 산업연구원이 발표한 '2019년 반도체 경기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세계 반도체 경기는 호황이던 지난해보다는 부진하지만 평년과 비슷하거나 조금 더 좋을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나라 반도체 수출도 하반기부터 살아날 것으로 전망했다.
업계에서도 글로벌 IT 업체들의 반도체 재고 조정이 마무리 단계에 접어드는 것으로 분석한다. 때문에 2분기, 늦어도 하반기에는 회복세에 접어들 것으로 기대한다.
국제신용평가사 피치는 “삼성전자 1분기 실적에 부담이 된 반도체 분야 부진은 심각하지 않을 것”이라면서 “생산량 감축과 최종 상품 시장의 프로그램 다각화, 견고한 콘텐츠 성장세 등을 고려할 때 반도체 부진 주기는 이전보다 짧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삼성전자 영업 실적은 반도체 사업 회복과 함께 연말부터 정상화하기 시작할 것”이라면서 “회사가 더욱 합리적인 방식으로 대응할수록 빠르게 생산량을 조정할 수 있는 독점적 시장 구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스마트폰·가전, 실적에 힘 보탠다
삼성전자 실적 반등을 위해서는 스마트폰 사업과 가전 사업도 힘을 내야 한다. 반도체 편중 해소를 위해서도 다른 사업 성장은 필수적이다.
실적 부진을 겪던 IT·모바일(IM) 부문은 전략 스마트폰 '갤럭시S10' 인기에 힘입어 양호한 실적을 거뒀다. 1분기 IM부문 영업이익은 2조7000억원 내외로 추산된다. 전 분기 영업이익 1조5100억원보다 크게 상승한 수치다. IM부문은 갤럭시S10 인기를 이어가고 2분기 중 폴더블 스마트폰 '갤럭시 폴드' 출시 등으로 실적 상승세를 이어갈 것으로 기대된다.
소비자가전(CE) 부문은 비수기임에도 이번 분기에 4000억∼5000억원 수준 무난한 성과를 거둔 것으로 분석된다. CE부문은 '2019년형 QLED TV' 글로벌 출시 확대와 프리미엄 가전 판매 등을 통해 2분기에도 안정적인 실적을 거둘 것으로 전망된다.
자회사인 미국 전장업체 하만(Harman)도 실적에 긍정적인 요인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중장기적인 실적 개선을 위해서는 반도체 편중에서 벗어날 수 있는 신성장 동력 발굴이 요구된다. 삼성전자 역시 신사업 필요성을 인지하고 인공지능(AI), 로봇, 빅데이터 등 새로운 사업에 힘을 주고 있다.
최근 삼성전자는 미래 신사업 핵심 기술을 개발할 연구인력을 대거 영입했다. 세계적인 AI 전문가인 위구연 미국 하버드대 교수, 미국 미주리대와 아마존 등을 거친 빅데이터 전문가 장우승 박사,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의료로봇연구단장 출신 강성철 박사 등이 대표적이다.
권건호 전자산업 전문기자 wingh1@etnews.com
<4분기 '어닝쇼크' 극복한 LG…H&A 호조에 영업익 9000억원 육박>
LG전자는 1분기 잠정실적으로 매출 14조9159억원, 영업이익 8996억원을 기록했다고 공시했다. 호성적을 거뒀던 전년 동기보다는 매출과 영업이익이 줄었지만 '어닝쇼크'를 기록했던 지난해 4분기와 비교하면 영업이익이 11배나 뛰었다.
LG전자는 이날 사업본부별 실적은 공개하지 않았지만 업계에서는 냉장고, 세탁기, 에어컨 등 생활가전을 담당하는 홈어플라이언스&에어솔루션(H&A) 사업본부를 호실적을 견인한 일등공신으로 꼽는다.
투자업계에서는 H&A 사업본부가 매출액 5조원 중반, 5000억∼6000억원대 초반 영업이익을 올린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1분기 영업이익 절반 이상을 H&A 사업본부가 벌어들인 셈이다. 매출액 4조9240억원, 영업이익 5530억원을 기록한 전년 동기를 상회할 전망이다.
H&A 선전에는 미세먼지 이슈가 주효한 것으로 보인다. 최악 미세먼지 사태로 공기청정기·건조기·스타일러와 같은 환경가전 판매량이 급증했다. 지난해 250만대 규모였던 공기청정기 시장은 올해 350만대에 이를 것으로 예상한다. 지난해 100만대를 돌파한 건조기 시장도 올해 200만대 규모로 커지면서 필수가전 반열에 오를 것이 유력하다. 미세먼지 문제에 시장 규모가 커진 의류관리기와 공기청정 기능을 강화한 에어컨 판매량도 긍정적이다.
'LG 시그니처'를 앞세운 LG전자 프리미엄 가전 전략 역시 영업이익을 개선한 요인 가운데 하나다.
TV 사업을 담당하는 홈엔터테인먼트(HE) 사업본부는 3000억~4000억원대 영업이익이 냈을 것이란 예측이 제기된다. 1년 전인 작년 1분기 영업이익 5770억원보다는 주춤했지만 직전 분기(2090억원)보다는 영업이익이 개선됐다. 프리미엄 TV 시장 경쟁이 격화되면서 마케팅 비용이 급증했고 스포츠 이벤트와 같은 호재가 없었던 것이 지난해 1분기 실적에 미치지 못한 원인으로 지목된다.
부진했던 모바일커뮤니케이션(MC) 사업본부, 자동차부품(VS) 사업본부 적자는 계속될 전망이다.
MC 사업본부는 올해 1분기에도 적자를 내며 16분기 연속 적자를 피하지 못했다. 적자 폭을 줄여오다 지난해 4분기 3220억원 영업손실을 내며 적자가 급증했다. 그러나 1분기 영업손실은 2000억원대 초반으로 손실 규모를 줄였을 것으로 보인다. 스마트폰 판매가 부진했고, 플래그십 신제품 G8 씽큐가 출격했지만 이로 인해 마케팅 비용이 증가했다는 게 투자업계 지적이다.
LG전자가 신성장 사업으로 육성 중인 VS사업도 영업손실을 기록했지만 적자폭을 크게 줄인 것으로 보인다. 변동비와 고정비 부담으로 200억원대 적자를 기록한 것으로 예측된다. VS사업본부는 연내에 분기 기준 흑자를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한국투자증권은 1분기 잠정실적에 대해 “공기청정기, 의류관리기(스타일러), 의류건조기, 청소기 등 프리미엄 환경가전이 필수가전으로 부상하면서 H&A 사업본부 이익 증가에 큰 보탬이 될 것”이라며 “HE 사업본부는 지난해 스포츠 이벤트로 인한 높은 기저와 비우호적인 환율 영향으로 이익이 감소하고, MC 사업본부는 여전히 업황이 부진하다”고 분석했다.
이영호기자 youngtige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