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ESS화재 조사, 서둘러야 한다

[사설]ESS화재 조사, 서둘러야 한다

배터리업계가 에너지저장시스템(ESS) 화재 여파로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ESS 시장에 찬바람이 불면서 1분기 실적이 기대치에 크게 못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는 LG화학과 삼성SDI 1분기 영업이익을 각각 4003억원, 1509억원으로 예상했다. 3개월 전 전망치 대비 각각 26.98%, 22.3% 감소한 수치다. 증권업계에서도 LG화학과 삼성SDI가 1분기 중대형 배터리 사업에서 600억~900억원대에 이르는 적자가 불가피할 것으로 분석했다. 미래에셋대우는 LG화학과 삼성 SDI가 924억원 및 621억원 적자, 대신증권은 610억원 및 630억원 적자를 각각 낼 것으로 내다봤다.

대기업도 상황이 어렵지만 중소기업은 사실상 고사 수준에 내몰렸다. 핵심부품, 전력전환장치(PCS), 시공업체는 인건비와 같은 고정비를 감당하지 못해 구조조정이나 폐업까지 고려한다는 소식이 들려온다. 가동 중단으로 인한 피해도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다. 김규환 국회의원실(자유한국당)은 ESS 가동 중단으로 인한 피해 규모도 4.5GWh 기준으로 한 달 손실만 200억원을 넘어섰다고 밝혔다.

원인은 역시 잇따른 화재 사고로 인한 ESS 시장 침체다. 중대형 배터리는 ESS 원가의 70%를 차지한다. LG화학과 삼성SDI가 각각 60%, 40% 점유율을 확보하고 있다. 내수가 줄 것으로 판단해 해외로 눈을 돌렸지만 실적 악화를 피해 갈 수 없었다. 사고 조사 결과가 신속히 나와야 한다. 1월 공동조사단을 꾸린 정부는 원인을 파악하고 있으며, 빨라야 5월께나 결과가 나올 것으로 예상했다. 민감한 사안인 만큼 신중을 기하는 자세는 이해되지만 시간이 곧 돈인 기업 입장에서는 속이 타들어간다. 더욱이 ESS는 2030년까지 16만명 분의 일자리를 창출할 것으로 기대를 모은 차세대 에너지 분야다. 내수가 받쳐 주지 못하면 해외에서도 경쟁력을 잃을 수 있다. 정확한 원인 규명이 중요하지만 시장도 기다려 주지 않는다는 평범한 진리도 잊지 말아야 한다. 인력과 장비를 더 투입하더라도 조사에 속도를 내야 한다.